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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 삼성물산 VS 엘리엇, 예선전에서 본게임까지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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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박승원 기자]


< 앵커멘트 >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그 중에서도 핵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암초를 만난지 2주 가량이 지났습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의 지분 확대와 함께 합병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선데요. 양측의 대결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공방전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증권부 박승원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앵커1)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에 참여한다고 선언한 게 지난 4일이죠?

기자1) 네. 엘리엇은 기존에 4.95%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3일 추가로 2.17%의 지분을 매입해 총 7.1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4일 밝혔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5% 미만의 지분을 가진 일반주주는 공시 의무 대상자가 아닌데요. 때문에 일반주주들은 엘리엇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지분이 늘어나면서 주요 주주로 등장하게 된 겁니다.

특히, 엘리엇은 지분 확대 공시를 통해 지분 보유의 목적을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참여라고 밝혔는데요. 주된 배경으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겁니다.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대 0.35가 삼성물산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당 비율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의 가치는 8조원 밖에 되지 않는데,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가치만 8조원에 육박해 시장에서도 삼성물산이 다소 저평가됐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2) 엘리엇의 주장에 삼성측은 정면으로 반박했죠?

기자2) 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최근 삼성물산의 성장 정체로 수익이 줄고 있는 점을 감안해 사업을 다각화 하고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게 삼성측의 설명입니다.

즉,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자 내린 결정이지 결코 삼성물산을 저평가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합병비율에 대해서도 삼성은 자본시장법 상 규정에 따라 결정됐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도 삼성은 앞으로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겠다며 기업 가치 높이기에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3) 삼성측의 반박 이후 엘리엇이 공세가 두드려졌죠?

기자3) 네. 초반에는 엘리엇의 공세가 강했습니다. 삼성물산 지분 확대에 이어 현물 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습니다.

현물배당은 기업이 현금 대신 주식 등 보유하고 있는 실물자산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방식을 말하는데요. 현재 삼성물산은 정관상 배당은 현금으로 하도록 돼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비롯해 제일기획 12.6%, 삼성SDS 17.1%, 제일모직 1.4% 등 상장사 9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라이온즈 등 비상장사 6곳을 포함하면 계열사 15곳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삼성전자 등의 주식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엘리엇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연금과 삼성SDI, 삼성화재 등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들도 압박하고 나섰는데요. 이들에게 서한을 보내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자신들의 입장에 동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엘리엇이 국내 주요주주인 국민연금과 삼성그룹 계열사에까지 서한을 보낸 만큼, 외국인투자자들을 상대로 더 강력한 설득을 벌이는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입니다.

앵커4) 엘리엇이 의결권을 위한 추가적인 지분 취득이 불가능해지자 바로 법적 공세를 이어갔죠?

기자4) 네. 삼성물산의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다음달 17일입니다. 주주명부 폐쇄일이 지난 11일이어서 주식 입고기간 이틀을 고려한 9일이 의결권 있는 지분 매입 마지노선이였는데, 엘리엇은 자본시장법상 냉각규정에 따라 공시 후 5거래일이 되는 11일까지 지분 매입이 제한됐습니다. 결국, 7.12%의 보유지분에서 추가로 지분 매입이 어려워진 겁니다.

그러자 엘리엇은 곧바로 합병 저지를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는데요.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을 상대로 주주총회 결의금지 처분을 신청한 겁니다. 합병안이 공정하지 않고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며 소송 배경을 밝혔습니다. 결국, 주총을 무력화하려는 총강수를 들고 나온 겁니다.

앵커5) 엘리엇의 초반 공세까지가 양측 공방전의 예선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후부터는 삼성측의 반격, 엘리엇의 재반격 등 대결 양상이 본격화되는 본게임에 돌입했죠?

기자5) 엘리엇의 소송전 카드에 삼성물산은 결정타를 날리게 됩니다. 바로 5.8%에 달하는 자사주를 강력한 백기사인 KCC에 처분하기로 결정한 건데요.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상법상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지만, 지금처럼 외부의 공격에 놓였을 때 백기사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부활하게 됩니다.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비장의 카드인 자사주 매각을 꺼내든 것은 그만큼, 합병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결국, 삼성물산이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KCC에 처분하면서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기존 13.99%에서 19.75%로 늘어나게 돼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습니다.

앵커6) 삼성물산의 대응에 엘리엇도 곧바로 대응했죠? 그리고 삼성물산도 연달아 대응했구요?

기자6) 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자사주 5.76%를 KCC에 팔기로 한 것에 반발하며 삼성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걸겠다고 나섰습니다.

엘리엇은 "합병과 관련해 절박해진 삼성물산이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적인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번 합병이 7조8천억 원이 넘는 삼성물산 순자산을 아무런 보상 없이 제일모직 주주에게 우회 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삼성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는데요. 삼성은 자사주 매각이 "회사 이익과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법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엘리엇을 겨냥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으로부터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7)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진행된 삼성물산과 엘리엇간 공방전이었는데요. 당장 내일 삼성물산과 엘리엇간 첫 승부가 있다구요?

기자7) 네. 그렇습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내일 법정에서 엘리엇이 제기한 2건의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맞붙을 예정인데요.

엘리엇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이 내일 오전 11시에 열립니다.

이번 심문기일에는 엘리엇이 제기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도 함께 다뤄지는데요. 당초 엘리엇은 자사주 매각이 불법이라며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지만 블록딜을 통해 지분 매각이 이뤄지자 의결권 금지 가처분으로 소송을 변경했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통상 2~3개월 가량 소요되지만 이번 사건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커 주총 개최 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일단 업계에서는 주주총회 자체를 막아 달라는 엘리엇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넘겨받을 KCC가 제일모직 지분의 10.18%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우호 지분을 늘리려고 자사주를 매각한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공방이 예상됩니다.

법원은 2006년 대림통상 대주주가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하자,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고 주주평등주의에 위배된다며 매각을 금지하는 게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앞서 2003년 소버린과 SK그룹간 대결 때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각은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구요.

앵커8) 법원의 판결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겠네요. 증권가에서도 이번 합병에 대해 관심이 많죠?

기자8) 네 그렇습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간 대결은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핫한 이슈중에 하나인데요. 증권가에서는 합병을 놓고 엇갈린 관측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먼저 한화투자증권이 15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 엘리엇의 관여로 무산돨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는데요. 엘리엇측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투자자의 지분은 26.7%나 있고, 10.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을 받아내는 것도 어려워 합병 무산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합병 무산시 발생할 손실을 감내할 주주가 많지 않아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국민연금도 수익률 극대화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하기 어렵고, 국내 기관투자자 역시 합병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앵커9) 무엇이 됐든 다음달 주총에서 표대결은 피할 수 없어 보이는데요.

기자9) 네 그렇습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만큼, 다음달 17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현재 삼성이 확보한 찬성지분은 특수관계인과 KCC, 신영자산운용(지분율 0.11%)을 합쳐 20%에 육박합니다. 반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지분은 엘리엇 7.12%에 네덜란드 연기금 소액주주 카페 회원 등 약 8% 정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측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지만, 어느 누구도 합병 성사나 무산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국민연금과 외국인투자자 여기에 11%에 달하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표심에 따라 합병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또, 지분 2%가 넘는 일성신약의 선택도 무시하지 못하고 상황입니다.

앵커10) 결국, 이들의 표심을 누가 더 많이 얻느냐에 따라 합병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와 관련해 삼성측의 대응은 어떤가요?

기자10) 삼성물산은 엘리엇에 맞서 합병 IR대응팀을 중심으로 국내외 기관투자자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최치훈 대표이사와 김신 상사부문 사장이 직접 나서고 있는데요. 이들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 외국인 주주들을 면담하며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삼성물산은 외국인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대한 설득작업에도 들어갔는데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인 IS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 1700여 곳의 기관투자가에게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조언해 주고 있는데, 국내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은 ISS의 보고서를 참고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다양한 주주친화정책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김신 사장과 최치훈 사장이 직접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며 "자세한 전략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지만, 회사 자체적으로 주주와 접점을 넓히는 방안도 준비중이다"고 말했습니다.

앵커11) 다음달 주총에서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엘리엇의 공격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구요?

기자11) 네. 엘리엇이 표대결에 지더라도 바로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합병된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매입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등 주주권 행사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KCC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소송, 삼성물산 이사진의 배임 혐의 등 법적 공방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에 엘리엇의 본사 소재지인 미국 법원 등 해외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단계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의 전화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전화인터뷰] 남재우 /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엘리엇이 바라는대로 부결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엘리엇이 바로 지분을 정리하고 나가지도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경영권 분쟁은 남지 않을까."

앵커12) 마지막으로 합병 비율에 대해 질문드려볼게요. 엘리엇도 그렇고 삼성물산 소액주주들도 그렇고 합병 비율에 불만이 많은데요. 삼성이 합병 비율을 재조정하고 난 뒤 합병에 다시 나서면 이러한 잡음은 다 사라질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기자12) 네. 제 삼자인 저희 입장에서 보면 구지 이러한 논란을 만들면서까지 합병을 진행해야 하나 싶기도 한 게 사실인데요.

솔직히 이번 합병이 양사간 시너지 측면보다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즉,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인식이 강한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측에서는 합병비율 재산정 요구에 회의적입니다. 일단 삼성측은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산출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합병 비율 산정을 위한 기준 시가는 합병 결의일(2015년 5월 26일) 전날을 기점으로, 직전 1개월 평균 종가와 직전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를 각각 구한 뒤 이 세 가격을 산술 평균해 구하는데요. 이 공식대로 나온 기준 시가에 따라 1대0.35라는 합병 비율이 나왔다는 겁니다.

또 엘리엇 사태 이후 40% 정도 급등한 현재의 주가대로 비율을 재산정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합병회사 지분이 16.5%에서 2~3%포인트 낮아지게 됩니다. 대주주인 이 부회장 뿐 아니라 제일모직 주주들의 합병 지분도 줄어들어 제일모직 주주들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앵커13) 삼성물산과 엘리엇간 공방 그 예선전부터 본게임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박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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