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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금융회사 편드는 금감원…족쇄가 된 '약관심사'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MTN현장+]금융회사 편드는 금감원…족쇄가 된 '약관심사'

#1. 금감원 스스로의 족쇄가 된 약관심사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에 대한 보상금을 산정하는 약관을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자기부담금이 있는 보험 상품의 경우 자기부담금만큼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실손보험 표준 약관에는 다수 보험 계약자의 경우 자기부담금 차감에 대한 근거가 없습니다.

약관에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있습니다. 약관에 대한 해석이 모호할 경우 작성한 사람에게 불리한 쪽으로 해석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약관이 보상금을 전액 주도록 규정돼 있다면 보상을 하도록 해석하는 편이 옳습니다.

불명확한 약관을 접한 금감원의 첫 반응은 “약관을 해석할 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서는 소급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였습니다.

약관에 문제는 있지만 일단 금융회사 편을 드는 모양새였습니다.

지난해 이와 유사한 자살보험금 논란이 있을 때 생명보험사들은 단순실수라고 항변했지만 금감원은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단호하게 지도하며 제재까지 내렸습니다.

자살보험금 사건과 손실보험 중복가입 사건의 차이는 금감원의 약관심사가 있었느냐의 차이입니다.

자살보험금 사건은 금감원의 약관심사를 거치지 않은 부분에서 발생한 사안이고, 실손보험 중복가입 사건은 금감원이 약관심사를 하고 해석까지 한 사안입니다.

심사 과정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면 금감원은 부실 약관 심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단 금융회사 편을 들게 됩니다. 약관심사가 ‘족쇄’로 작용한 겁니다.

#2. 약관은 그림자 규제?
금감원은 약관심사를 이용해 금융회사에게 임의로 규제를 가하기도 합니다.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신상품을 만들 때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해외겸용카드와 국내 전용카드를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사용할 때 불필요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해외겸용카드만 있을 경우 소비자 선택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꼭 해외겸용/국내전용 카드를 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금감원은 약관 심사를 이용해 이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같이 만들지 않으면 약관심사를 통과시켜주지 않으니 카드사들은 좋든 싫든 두 카드를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소비자 선택권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해외겸용/국내전용 카드를 같이 만들어야 하는 명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법규가 아닌 약관심사로 규제하는 것은 임의 규제, 그림자 규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약관은 금융회사와 소비자이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만들진 않았는지,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를 살펴보게 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 심사는 최대한 걸러주는 역할을 하지만 본질적으로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의 계약”이라면서도 “금융상품에 대해 금감원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문제가 되면 책임론이 불거지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신한 금융상품을 구상한 금융회사가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금감원 약관심사입니다. 금융상품 설계의 합리성을 떠나 새로운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정치적으로 약관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우려합니다.

반면 약관심사를 통과한 금융사들은 “금감원이 허가한 상품이니 문제가 없다”며 훌륭한 면피의 명분으로 삼습니다.

금감원의 약관심사는 책임과 의무의 범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합니다. 그 모호함은 금융회사의 면피 수단이 되어 감독당국을 옭아 매기도하고, 그림자 규제가 되기도 하고, 창의성을 가로막는 적폐가 되기도 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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