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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20대 여성이 약주를 찾는다?...국순당이 바라본 과일소주 열풍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우리가 봤을 땐 이해가 안 가는 거죠. 불량식품 같기도 하고..."

지난 23일 새 백세주 출시 시음회에서 만난 배중호 국순당 사장의 말이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 /사진=머니투데이 DB>

국순당 백세주가 백수오를 뺀 새로운 레시피로 한달만에 돌아왔지만 주류 시장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백세주(13도)와 비슷한 알코올 도수, 그러나 맛과 내용물은 180도 다른 '과일소주(리큐르)' 시장만 뜨겁다.

'웰빙' 열풍이 불 때는 약주가 대세였지만, 이제 사람들은 '달콤함'에 빠져있다. 지난 2003년 1,200억원을 넘겼던 백세주 매출은 지난해 180억원 규모로 1/7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지난 2월 출시된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14도)'은 출시 100일만에 4,000만병 판매를 돌파하며 '주류계 허니버터칩'으로 등극했다. 무학이 5월 내놓은 '좋은데이 옐로우·레드·블루(13.5도)'와, 하이트진로가 6월 출시한 '자몽에이슬'도 저도주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백세주와 과일소주 고객층은 확연히 다르다. 약주와 리큐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국순당에 과일소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국순당은 지난해 12월, 순하리보다 두 달 먼저 '새콤달콤 콤주'를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는 9.5도로 순하리(14도)보다 더 순하다. 자몽, 유자, 레몬글라스 등이 함유돼 향도 좋고 맛도 달달하다. 순하리보다 목 넘김이 더 좋다.

그러나 콤주는 거의 빛을 보지 못했다. 순하리 열풍으로 과일소주 시장이 재조명을 받기 전까지는 반년 가까이 존재감이 없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새콤달콤 콤주는 대형마트 기준 1,900원에 팔려 경쟁제품(1,100원)보다 70% 이상 비싸다. 주점 판매가의 경우 그 차이는 두배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콤주는 사실 순하리, 자몽에이슬 등과 태생부터 다르다. 리큐르가 아닌 약주이기 때문이다.

콤주는 발효주(비중 98%)에 약간의 증류주와 천연과실원액을 더한 약주에 속한다. 반면 순하리 등 리큐르는 증류주(소주)에 물을 넣어 도수를 더 낮추고 과즙과 향 등 감미료를 첨가한 '기타 제재주'다.

발효가 필요한 콤주의 생산 기간은 약 1주일로, 배합만 하면 되는 리큐르보다 훨씬 길다. 리큐르 제품들은 하나같이 기존 소주병에 담겨 나오지만 콤주는 전용병을 따로 만들었다. 생산 원가부터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약주의 주세율은 30%로 소주나 리큐르(72%)의 절반도 안 되지만, 최종 판매가는 경쟁 제품보다 두 배 가량 높다.

그래도 국순당은 자부한다.

리큐르를 만들 수 있는 면허도 있지만, 국순당이 가야할 길은 약주와 탁주 등 전통주 시장이라며 당장의 이익을 좇지는 않겠다고 한다. 경쟁업체에서도 "국순당의 철학, 배씨 고집하나는 알아줘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시장으로 나오면 국순당의 고민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도주 소비층인 젊은 고객들은 약주와 리큐르의 차이를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굳이 구별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반면 가격에는 민감하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몸에 좋은 백세주를 마시겠다는 중장년층과는 다르다. 더욱이 중장년층에게 백세주 인기도 시들해진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20~30대에게 약주 마케팅은 설득력이 약하다.

국순당 콤주는 출시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판매량이 100만병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하리가 100일만에 4,000만병을 판매한 것과 극명한 성적표다.

지난 2003년 1,311억원을 기록했던 국순당 매출은 역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919억원까지 내려왔다. 영업이익은 10억원에 턱걸이 했다.

누군가는 전통주를 지켜야 하고 대중화해야 한다. 반면 주식회사, 상장기업으로서 이익 창출에 소홀해서도 안된다.

지금은 과일소주 열풍이지만 주류 시장 유행은 또 변하기 마련이다. 주류업계에 분 과일소주 열풍 앞에서 국순당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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