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계좌이동제, 국민은행 콘크리트 점유율 무너 뜨리나?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은행의 경쟁을 촉진하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계좌이동제’가 오늘부터 1단계 시행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자동이체를 교체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주거래은행을 변경하지 않는 고객들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계좌이동제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은행은 입지가 탄탄한 은행입니다.

주거래은행 통장으로 쓰이는 수시입출금식 계좌 점유율은 올해 3월말 현재 국민은행이 23%로 1위입니다. 신한은행이 13.6%, 우리은행이 12.9%, 농협은행이 12.2% 순입니다.

금리나 서비스가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점유율은 2위인 신한은행과 큰 차이가 납니다. 국민은행의 독주는 금융환경 변화, 회사 간 경쟁이 무색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말 국민은행의 수시입출금식 계좌 점유율은 22.8%였고 13년말에는 23.3%, 14년 말에는 22.7%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들에게 술잔을 던졌고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은 공멸할 때까지 싸웠습니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손님들이 다 떨어져 나갔을 만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고작 1%포인트 내외의 변동만 있을 뿐입니다. 가히 콘크리트 점유율이라고 할 만합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들이 주거래 은행을 변경하지 못한 이유는 ‘영업점을 방문할 시간이 없고 바빠서’가 58.1%로 가장 높았고 ‘자동이체 항목을 직접 변경해야 해서’가 33.5%로 뒤를 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귀찮아서 안 바꾼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또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로 다른 은행의 서비스가 훌륭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은행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방자치 단체 금고, 대학교 입점 은행이 되기 위해 수백억 원을 쏟아 붓고 직원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며 대기업의 주거래은행 쟁탈전을 벌입니다.

사병들의 월급계좌로 쓰이는 나라사랑카드의 경우 이전 사업자였던 신한은행이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봤습니다. 그런데도 군인들의 계좌를 유치하기 위해 국민은행, 기업은행이 경쟁적으로 신규 사업자가 됐습니다.

계좌이동제가 은행들의 경쟁을 촉진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지 아직 장담하기 이릅니다. 하지만 외국 사례를 보면 계좌이동제는 안주하는 은행에게 눈에 띄는 위협이 됐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계좌이동제를 2013년 도입한 영국의 경우 1년 6개월 만에 175만 계좌가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은 역시 주거래 통장의 80%를 바클레이즈, 로이드, HSBC, RBC 등 4대 은행이 점유하고 있는 과점 시장입니다. 4대 은행에서 빠져나간 계좌만 지난해 한해 동안 22만 계좌에 육박합니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산탄데르, 할리팩스 등 중소형 은행들은 한해 동안 32만좌를 신규로 유치했습니다. 산탄데르는 예금 잔액에 최고 3% 금리를 주고, 납입한 공과금에 대해 최대 3%까지 캐시백을 제공했습니다. 할리팩스는 신규 고객에게 일시금으로 15만원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4월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고객에게 연간 30만원까지 캐시백을 해주는 ‘블루 리워드’ 서비스를 시행했습니다.

계좌 이동제는 그동안 쉽게 영업을 해온 은행들에게 매우 피곤한 제도입니다. 지점에 앉아서 오는 손님을 상대로 영업하던 행태로는 이제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됐습니다.

비대면 실명확인이 가능해지면 고객들은 은행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만들 수 있고, ‘자동이체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원클릭으로 계좌에 연결된 계약들을 옮겨갈 수 있습니다.

올해 인가를 받을 인터넷전문은행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기존 은행들의 입지를 위협할 겁니다. 날로 늘어나고 있는 은행-증권 복합 점포에서는 저금리로 매력을 잃은 예금 상품이 아닌 금융투자 상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계좌이동제를 비롯한 금융환경의 변화는 은행이 혁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의 아성인 20%대 시장 점유율의 변동은 이러한 환경 변화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머니투데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