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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노트4가 공짜" 불법 도박장 방불케하는 휴대폰 판매점 가보니

주말에 '반짝' 불법 보조금 장터…"63만원 페이백" 주장에 고객 몰려
김주영 기자

[사진설명]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법망을 피해 영업을 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주영 기자] 불투명 아쿠아 유리로 만들어진 출입문, 밖에선 내부를 들여다 볼 수도 문을 열 수도 없었습니다.


"카톡 아이디 S****** 입니다." 노크를 한 뒤 연락책의 메신저 아이디를 대자 문지기 역할의 A씨가 문을 열어줬습니다.


불법 도박장, 마약 밀거래 업소에 간 게 아닙니다. 지난 주말 찾은 서울 동작구의 휴대폰 판매점 현장입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시행 이후 소비자들이 휴대폰 구입에 부담을 느끼자, 법망을 피해 불법 보조금(공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 판매점에선 갤럭시노트4를 공짜폰으로, 아이폰6플러스를 11만원에 제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폰파라치'를 방지하기 위해 판매자는 불법 보조금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음성파일이 녹음된 휴대폰을 귀에 꽂아주었습니다.


"폰파라치 피해가 커져 직접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한 이통사 번호이동 조건입니다. 갤럭시노트4의 할부원금은 62만 9,000원입니다. 68요금제를 180일 이상 유지하는 조건으로 8월 말 32만 9,000원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이통사와 제휴를 맺은 현대카드 M카드를 4만원에 가입한 뒤 월 50만원 이상 사용하면 11월 말 30만원을 추가로 드리겠습니다. 갤럭시노트4의 최종 가격은 0원입니다."


고가 요금제의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 나중에 돈을 돌려준다는 '페이백' 모두 단통법 상 불법입니다.

하지만 최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판매점은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한시간동안 50여 명이 다녀갔고, 자리가 없어 인근 커피숍에서 가입신청서를 작성한 뒤 다시 판매점에 가서 제출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판매점의 폐업이 속출하자 일부 판매점들은 주말에 불법 보조금 장터를 열어 수입을 만회(?)하고 있었습니다.


◆"페이백 보증은 안돼요. 믿고 살 사람만 사세요" 소비자 피해 우려

해당 판매점은 평소에는 정상 가격에 휴대폰을 팔고 가끔 주말에 이런 행사(불법 보조금 지급)를 연다고 전했습니다.


기회(?)는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밤 9시까지 주어집니다. 금요일 오후 휴대폰 커뮤니티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L번 제휴카드 갤4S 0 절대노출X 카톡 아이디 XXXX' 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해당 카톡 아이디를 통해 문의하고 방문하는 것입니다.


씁쓸했습니다. 버젓이 불법행위가 일어나서가 아니라 이렇게까지 해서 휴대폰을 사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자 피해도 우려됩니다. 소비자들은 갤럭시노트4를 공짜로 사기 위해 수많은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합니다.

월 7만원이 넘는 고가요금제를 6개월이나 써야 하고, 한 달 후 판매자가 약속대로 32만 9,000원을 페이백 해줄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판매점 벽면에는 "페이백에 대해 어떠한 보증 서류도 발급해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저희를 믿고 하실 분만 구매하세요"라고 써 있었습니다. 매장에서 녹취,사진촬영도 못하게 감시합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한국소비자원에는 휴대폰 페이백 피해 접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페이백은 그 자체로 불법이어서 피해 접수를 해도 구제받기가 어렵습니다. 페이백에 대한 증거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일부 구제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조차도 막아버린 겁니다.


판매점이 페이백을 안주면 그만인 것입니다. 커피숍에서 가입신청서를 작성하는 한 소비자에게 판매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한 달 후 32만 9,000원을 돌려주지 않으면 판매점으로 찾아가거나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한 달 후 판매점에 다른 주인이 있다면? 한 달 동안 고가요금제를 쓴 것에 대한 보상은? 알 수 없는 일 입니다. 한 달 후의 일도 예측할 수 없는데, 현대카드를 가입하면 4개월 후 30만원을 돌려준다는 약속은 어떻게 보장할까? 4개월 후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확률이 큽니다.


소비자는 또 공짜폰의 대가로 가입비 4만원을 내고 4개월동안 매 달 50만원씩 신용카드를 써야 하며 최종적으로 돈을 회수할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음성적 영업 활개치는데 단통법 안착?

단통법 10개월, 이렇게 음성적 영업이 활개치고 있는데 정부는 너무나 자신만만합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 이후 결과적으로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으며 누구나 비싼 단말기와 요금제를 쓰던 습관이 줄었고 과소비를 부수적으로 바로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23일 출입기자와의 대화에서 LG전자가 단통법으로 고가 폰 시장이 얼어붙었다며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주장한데 대해 "단통법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지만 나름대로 효과를 내며 안착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정말 시장이 안착하고 있는 것일까.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양분화됐습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안팔리고 중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가 늘었습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80만원 이상 스마트폰의 판매비중은 단통법 시행 전 83%에서 지금 52%로 뚝 떨어졌습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가끔 주말에 불법 보조금 장터가 열릴 때마다 판매가 급상승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제조업체의 건의대로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할 수 없다면 지난 4월 33만원으로 상향한 보조금 상한액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6개월마다 25만원에서 35만원 사이에서 보조금 상한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고시했습니다.

두 달 후면 단통법 시행 1주년입니다. 속담을 비틀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늦은 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데, 그 시기가 오기 전에 단통법의 현 주소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때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주영입니다.(mayb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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