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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대우증권 인수 위해 LIG투자증권 버리는 KB금융

박승원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박승원 기자] "한 달 만에 다시 주인 없는 신세가 돼 마음이 착잡할 수 밖에 없습니다."

LIG투자증권 직원의 말이다. 그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인 KB금융지주의 한 가족이 돼 기뻐했는데, 또 다시 버려진다는 생각에 직원들 모두 허탈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IG투자증권은 2008년 6월에 설립돼 2008년과 2014년을 제외하곤 연간 흑자를 보인데다 회사 규모에 비해 보유한 현금 규모(2015년 현재 1,250억원)도 적지 않다. 다만, 2011년 곧이어 터진 LIG건설의 기업어음(CP) 사기발행 사건 여파로 당시 12개의 지점이 2개로 대폭 축소되고, 임직원도 350여명에서 240여명으로 줄어드는 등 잦은 구조조정에서 시달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KB금융지주가 손해보험업계 4위의 알짜 매물인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LIG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의 가족이 됐다. LIG손해보험은 LIG투자증권의 지분 82.35%를 보유하고 있다.

이때 까지만 해도 LIG투자증권 임직원들은 안도했다. 그간 인수합병(M&A)설이 나올 때마다 자신들이 단골로 지목이 됐는데, 대형 금융지주사의 손자회사로 소속되면서 이러한 위치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에 손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하고 있어 LIG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에 주어진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통합, 매각, 청산 중 하나의 철차를 밟아야 한다. 처음 인수됐을 당시 만해도 LIG투자증권 임직원들은 KB금융지주가 LIG투자증권만 재매각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합병에 더 큰 무게를 뒀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대형 매물인 대우증권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르면 다음달 대우증권 매각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KB금융지주는 LIG투자증권의 지분 82.35%를 팔기로 하고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KB투자증권과 LIG투자증권의 합병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재매각에 나선 대신 대우증권 인수전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해 현재 시장상황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매각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돼 발표되면 본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모 회사인 LIG손해보험에 비해 찬밥 신세를 겪으면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던 LIG투자증권 임직원들이 착잡한 심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고,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는 것은 물론 임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KB손해보험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스킨십 경영'을 확대하며 제식구 만들기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LIG투자증권의 경우 회사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이렇다할 소통도 하지 않는다.

한만수 LIG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KB금융지주 여의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KB금융지주가 집을 샀는데, 그 집 안에 가구가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은 가져가고, 그렇지 못한 것은 '나몰라라' 행태를 취하고 있다"며 "KB금융지주는 자본의 논리에 의존한 셈법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윤리의식과 진정성으로 고용안정을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LIG투자증권에 대한 KB금융지주의 태도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돈의 논리대로라면 대우증권을 위해 LIG투자증권을 팔겠다는 생각이 틀렸다고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도의적인 책임마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 KB투자증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그보다 작은 회사인 LIG투자증권을 인수하고 다시 재매각 뒤 대우증권 인수에 나선다는 것은 결국, 우량기업만 손에 넣겠다는 꼼수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LIG투자증권의 주요 인수 후보자로 DGB금융지주나 JB금융지주 등 지방금융지주사들이 꼽히는 점은 LIG 임직원 입장에선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은 종합금융회사로 도약을 위해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인수전이 본격화하면 KB금융지주의 LIG투자증권 매각 구상은 그 속이 뻔히 드러날 것이다. 감탄고토, 토사구팽을 일삼는 거대 금융지주의 행태는 금융당국의 인수합병(M&A) 심사에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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