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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조양호 회장 숙원 경복궁 호텔 꿈 정말 접었나?

김이슬 기자


<19일 대한항공이 지하 3층~지상 4~5층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할 종로구 송현동 일대 부지의 모습. 수년간 공터로 방치된 부지에 수풀이 무성하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도심 한가운데 무성한 풀밭. 지난 2008년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 건립을 구상하며 2900억원을 들여 매입한 땅이다. 종로구 송현동 일대 부지 3만 6642㎡ 규모로 기존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가 빠지면서 대한항공이 품게 됐지만 7년간 공터로 유지됐다. 이 부지는 2년 뒤면 한국 전통문화 체험이 가능한 문화 시설, 공연장 등이 들어서는 복합 문화 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단, 당초 핵심 사업이던 호텔은 빠지게 됐다.

◆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 밑그림, 종합 물류회사 + 항공ㆍ호텔 시너지

대한항공은 아쉬움을 털어내는 것이 숙제다.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조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인 물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진해운을 인수해 종합물류 회사의 틀을 만들었다. 여기에 기존 주력 사업인 대한항공에 호텔을 더해 두 업종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조양호 회장은 한진의 호텔업을 국내, 해외를 불문하고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 대한항공, 갑작스런 '경복궁 호텔 포기'…땅콩회항이 발목 잡아

18일 대한항공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한 '국정 2기, 문화육성 방향' 브리핑을 통해 경복궁 옆 부지에 복합 문화시설 건립할 계획을 밝히면서 "호텔은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못박았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러 가지 여건상 숙박 시설을 건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호텔을 제외한 문화시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바람과 무관하게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이 무산된 것은 여론의 역풍을 맞아왔기 때문이다. 경복궁이 바로 옆에 있어 문화재 보호에 미칠 파장과 풍문여고 등 세 학교가 부지를 둘러싼 탓에 교육적 악영향을 우려한 반대 여론이 심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0년 호텔 계획을 불허한 서울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 나섰지만 결국 패했다.

이후 호텔 건립에 청신호가 켜진 적도 있다. 조양호 회장은 2013년 8월 청와대 간담회에서 특급관광호텔의 건립규제 완화를 건의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화답해 관광진흥법 개정이 추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게 '땅콩회항'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일등석에 탑승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즉 조양호 회장의 장녀가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기장과 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고 해당 여객기를 회항시킨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대한항공 특혜법안'이라는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143일 만에 풀려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호텔 건립 재추진 가능성 '솔솔'

경복궁 호텔 사업을 접기로 하면서 재벌특혜 논란은 잦아들었지만, 일각에서는 추후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당장 여론에 등떠밀려 호텔 포기를 선언하긴 했지만 나중에 상황이 달라지면 호텔 사업을 재추진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양호 회장이 정부의 관광사업 진흥과 한류 문화 확산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일단 호텔 사업을 접고서 복합문화 공간 추진에 도장을 찍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 재추진을 고려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대한항공이 복합 문화시설 추진을 위해 벤치마킹 하고 있는 일본 도쿄 롯폰기와 중국 상하이 신천지의 경우 호텔이 포함돼 있다. 또 대한항공은 기존에 체험, 공연장 등 문화 산업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 관광 활성화가 된다해도 결국 근처 서대문구에 위치한 호텔업체인 신라스테이 등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년 간 호텔 건립만 기다려온 대한항공은 결국 호텔만 제외한 채 부지의 첫 삽을 뜨게 됐다. 돌연 '문화 전파자'로 나선 대한항공이 진정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의 꿈을 접었는지, 아니면 일단 역풍을 피하고 보자는 임기응변식 대처법이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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