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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잠만 자는 방' 전전...열악한 대학생 주거환경 갈수록 '악화'

대다수 대학교 오늘 2학기 개강...학생들 "실감할 수 있는 대책 절실해"
남영주 인턴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남영주 인턴기자]

◆ 열악한 대학생 주거환경...현대판 카스트제도


# 2년째 서울 시립대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교 4학년 김 양은 개강 전 값싼 자취방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 양이 매달 내야하는 월세는 50만 원. 여기에 관리비 5만 원과 생활비 48만 원을 더하면 한 달에 생활에만 들어가는 비용은 100만 원이 넘습니다. 게다가 이달은 등록금 102만 원까지 내야 하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 양의 경우 공립대에 진학한 터라 사립대보다 등록금 부담은 덜한 편이지만, 주거비는 여전히 고민입니다. 고민 끝에 김 양은 원룸 대신 32만 원짜리 고시텔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김 양처럼 서울에 임차하는 집에 거주하는 대학생은 약 14만 명(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2015년 1월 기준), 한 달 평균 월세는 42만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관리비와 공과금을 더하면 한 달에 50만 원을 이상을 고정 주거비용으로 지출합니다.


대학가 인근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월셋방은 45만 원에서 50만 원대라고 봐야 한다. 가장 싼 방을 따지자면 옥탑방과 반지하인데 그것도 30만 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더 저렴한 월세 방을 구하기 위해 열악한 고시텔과 월방, 달방이라 불리는 '잠만 자는 방'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열악해지는 주거 환경을 두고 대학가 일각에서는 '현대판 카스트제도'라는 말도 나옵니다.





보증금 없는 이른바 '잠자는 방'의 이용료는 월 15만 원에서 20만 원. 개인 책상만 구비되어 있는 방을 제외한 나머지 화장실과 주방 등은 8명에서 12명이 함께 사용합니다. 오래된 반 지하 건물의 경우는 곳곳에 타일이 뜯어져 있고, 더러는 곰팡이도 끼어 있습니다. 냉난방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시원 역시 액수에 따라 방의 크기와 창문 유무 등은 다르지만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다양한 문제의식 불구 뚜렷한 성과는 없어"


주거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난 셰어하우스.




셰어하우스는 여러 명이 한 집에 살면서 거실ㆍ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공동주택으로, 이미 일본과 캐나다 등에서 한차례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직 지방에는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서울에 하나둘씩 생기면서 조명되고 있습니다.


한 셰어하우스 운영 관리자는 "대학생 인턴의 '인턴 월급 절반이 주거비인데 공간도 열악하다'는 한 마디에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수도권에서도 문의전화와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셰어하우스 입주민 가운데 학생들은 많지 않습니다. 대학가 근처 원룸의 월세보다 임대료가 결코 저렴하지 않은데다 대학가로부터 떨어져 있어 마땅한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셰어하우스의 월 임대료는 40만 원에서 68만 원선이었으며, 서울에 있는 유명 셰어하우스 65곳 중 대학가 근처에 있는 셰어하우스는 10곳에 불과했습니다.


대학생들의 주거권 확보와 제도개선을 위해 지난 2011년 비영리단체 '민달팽이 유니온'도 창립됐습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대학생들에게 주거 장학금, 청년세입자 권리교육, 정책포럼 등을 운영하며 각종 주거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민달팽이 유니온 관계자는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공감대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뚜렷한 정책적 성과는 아직 부족한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선 청년주거문제를 다루는 관점이나 인식을 마련하고 문제점을 제시하는 캠페인 단계에 그치고 있는 수준입니다.


◆ 대학생 전용 전세임대주택 실효성 미비


정부도 대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행복주택과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으로 대책을 세우긴 했습니다.

행복주택은 그동안 정책적으로 배제됐던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고려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을 유예한 수료생과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청년들은 입주대상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공의 지원이 절실한 구직 과정에 있는 청년들이 입주신청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대책인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사업.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대학생이 학교 소재지 인근 전셋집을 구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집주인과 직접 계약해 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입주대상자 경쟁률이 치열하고, 입주자로 선정됐더라도 입주할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움이 따릅니다. 실제 대학가 임대주택의 경우 월세가 많아 이러한 제도를 활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기본적인 임대주택의 목적과 취지가 있기 때문에 학생이 직접 집을 구하는 전세라는 큰 틀은 훼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학생이 원하는 집을 직접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실효성이 부족한 정부지원책에 청년들의 불편은 여전합니다. 계약을 갱신하는 기간이 다가오면 보증금과 월세 인상을 피해 싼 방을 찾아 옮겨 다니는 '메뚜기족', 가격이 싸서 어쩔 수 없이 눌러 앉는 '말뚝족', 통학시간이 왕복 4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통학생을 일컫는 '마라톤족' 등 대학생들의 주거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남영주 인턴기자(rapjo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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