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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땅콩, 경복궁 호텔, 회장 소환' 바람 잘날 없는 대한항공

김이슬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지난 5월 서울 중구에 있는 대한항공 본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그가 탑승했던 흰색 SUV 차량입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위원장인 조 회장이 산악 지형이 많은 강원도를 쉽게 오가려고 튼튼한 SUV 차량을 택했다고 합니다. 위원장으로서 과시하기 보다 발로 뛰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본 조 회장은 여느 회장님들과 다름없이 검은색 외제차를 타고 있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일 새벽 3시경 서울남부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늘 새벽 3시 조 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서울남부지검이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장장 18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조 회장은 현장의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답했다"는 짧은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취재진에 둘러싸인 회장들이 서둘러 검은 승용차를 타고 빠져나가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언젠가부터 조 회장에게는 '사과하는 회장님'의 이미지가 생긴 듯 합니다. 아마도 장녀이자 대한항공 전 부사장인 조현아씨가 일으킨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후 부터일 것입니다. 올 1월에도 조 회장은 땅콩회항과 관련해 증인 자격으로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당시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죄송하다며, 조현아 부사장의 아버지이자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 회장의 장녀이자 대한항공 전 부사장인 조현아씨(오른쪽)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바로 지난달, 조 회장은 개인적인 시련을 또 한번 맞닥뜨리게 됩니다. 오랜기간 숙원 사업이던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은 땅콩회항으로 불거진 거센 비난 여론과 재벌 특혜 의혹이 겹치면서 울며겨자먹기로 호텔만 쏙 빠진 복합문화단지 조성 사업에 도장을 찍어야 했습니다. 물론 대한항공은 호텔 사업 '포기'란 단어는 빼달라고 요구하는 등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조 회장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조 회장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방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조 회장은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조 회장은 국감에서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진상추궁을 받게 될 뿐 아니라 경복궁 옆 호텔 건립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밝혀야 될 지도 모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메르스 여파로 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강등됐다.>

바람 잘날 없는 조양호 회장에게는 웃을 일도 별로 없어보입니다. 한진그룹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메르스 충격으로 1년 만에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이 여파로 최근 신용 평가에서는 10년 여만에 처음으로 A 등급 지위를 잃기도 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조종사들의 쓴소리가 들리고, 이직률이 급격히 느는 등 안팎으로 잡음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조양호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위원장으로서 국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큰 공로입니다. 다만 툭 하면 터지는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그 빛이 바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평창 올림픽이 90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최근의 악재를 서둘러 털어내고 유치 위원장으로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날까지 본연의 역할을 다 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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