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신한은행 30년 구두닦이 아저씨도 '희망펀드' 가입..."돈 불리는 펀드는 아닙니다"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신한은행 본점에서 30년간 구두를 닦아온 최창수씨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했습니다.

최씨는 “젊은 시절 배우지 못해 일용직 등 변변치 못한 직업을 전전하며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냈다”며 “대학공부까지 마친 우리 학생들이 취업이 안돼 마음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라는 생각을 매번 했다”고 말했습니다.

훈훈한 마음이 들다가 최씨의 그 다음 말이 조금 걸렸습니다.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이거 펀드라면서요. 많이 불려주세요"

청년희망펀드는 어디에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는 성격의 기구가 아닙니다. 나중에 돌려 받을 수 없을뿐더러 많이 불릴 수도 없습니다.

혹시 최씨는 청년희망펀드를 일반적인 펀드라고 오해를 하고 있는 걸까요?

펀드라는 명칭이 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에 금융권 주변에서는 청년희망펀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희망펀드는 금융상품이 아닌데 국민들이 흔히 생각하는 펀드라는 이름을 써서 오인하고 가입하는 사람이 있다면 불완전판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펀드라는 명칭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모인 돈, 기금을 뜻하는 일반 명사로도 많이 쓰입니다.

정치적으로 ‘펀드’라는 단어를 처음 쓴 건 2010년 유시민 후보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입니다. 유시민 펀드는 5300명의 유권자에게 40억원의 선거자금을 모았고, 선거에서는 졌지만 선거 비용을 돌려 받아 원금과 연 2.45%의 수익을 돌려줬습니다.

이후 많은 정치인들은 선거 자금을 모으기 위해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박근혜 약속펀드’를 만들어 250억원을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만든 ‘문재인 담쟁이 펀드’는 유사수신,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 시민은 ‘문재인 펀드’가 유사 수신에 해당한다고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정치인 펀드가 법적 근거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수익을 보장하고 모금하는 행위라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유사수신 행위는 영리적인 목적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정치인 펀드는 유사수신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정치인에게 뭔가 바라는게 있어서 막대한 정치 자금을 내면 어떻게 될까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인 펀드의 수익률이 금융기관의 통상 이자율보다 특별히 높거나 낮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인 펀드에도 위험은 있습니다.

강용석 전 의원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연 6% 이자율을 제시하고 펀드를 모집했습니다. 하지만 득표율이 4.3%에 그쳐 선거 비용을 한푼도 보전 받지 못했습니다. 강 전 의원은 약속된 상환 날짜가 한참 지난 후 사비를 털어 원금과 이자를 돌려줬습니다.

영화 <26년>, <연평해전>, <또 하나의 가족> 등을 만들 때 조성된 영화 펀드도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십시일반 지원하는 기부형 크라우드펀딩입니다. 이 펀드 역시 가입자들에게 영화 흥행에 따른 수익금을 주는게 아니라 영화 포스터나 시사회 티켓 등을 줬습니다.

유명인들이 얼음 바가지를 뒤집어 쓰고 기부금을 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던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기부형 펀드의 일종입니다.

한윤규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청년희망펀드는 편의상 펀드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기금을 운용해서 수익을 돌려주는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증권 펀드는 아니”라며 “일선 창구에서 수익을 돌려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청년희망펀드의 방식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통령을 시작으로 신탁을 받는 은행의 경영진들이 줄이어 가입하고, 은행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류현진, 박인비 등 운동선수들이 동원되는 방식은 구시대적입니다.

또 청년희망펀드가 어떻게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지에 대한 청사진도 없습니다. 면접 보러 갈 때 입을 정장 대여, 스펙 쌓기용 학원비 지원에 이용될 거라는 이야기들도 나옵니다.

좋은 뜻에서 시작된 청년희망펀드가 신나고 유쾌하면서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보탬이 된 기부형 펀드로 남으려면 사업 목적과 시행이 명확해야 하고, 모금방식도 지금 보다 더 참신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청년희망펀드가 펀드인줄 알고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청년희망펀드 자금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은행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가입자들에게 설명을 해줘야겠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