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관치 블랙프라이데이'의 그늘

이대호 기자



"세일에도 흐름이라는 게 있다. 질서가 무너져버렸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부작용이 적지 않다면 짚고 넘어갈 일이다. 정부가 나서 종용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중소 납품업체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으니 말이다.

'할인율 과대포장'과 '속 빈 강정'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강제 할인'에 동원된 중소 협력업체들의 말에 귀 기울여 봐야한다. 50%다 70%다 할인폭의 대부분을 제조사 이른바 브랜드들이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대규모(?) 행사가 기획됐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프로모션을 시작하려면 사전에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분담 비용을 정하고 이를 서면으로 남겨야 하지만 역시나 주먹구구식, 반강제적 참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행사가)워낙 급하게 추진되다 보니 (유통사와)분담율은 협의되지도 않았다"며 "프로모션에 협조하라는 것도 반강제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어떤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개별 업체별로 유통업체와 협의해 진행한다"며, "서면으로 남기고 하는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가을 정기세일을 준비하던 백화점 입점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백화점이 할인폭의 1/10에 해당하는 판매수수료율을 감액해주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할인율이 30%라면 그 1/10인 3%포인트를 판매수수료율에서 낮춰주는 방식이다.

'연중 할인'을 하는 할인점 협력사들은 '할인+할인'에 더 곤혹스럽다.

한 중소 의류업체는 대형마트가 판매수수료율 인하도 없이 할인상품을 내놓으라고 하니, 안 할 수는 없고 일단 3,000원짜리 상태 안 좋은 옷들을 밀어 넣었다고 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마트 MD들도 매출이 일어나건 안 일어나건 일단 물량을 채워야 하니 이런 것도 일단 올리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말한다. 마진이 좀 떨어져도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많이 팔면 좋은 것 아니냐고... 그러나 납품사들은 말한다. 박리다매 선도 무너져 그것도 의미 없다고...

특히 지금은 한창 '신상품'을 팔아야 하는 시기인데 할인 행사가 너무 일찍 시작돼 정상가에 팔 수 있는 시기를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목에 안 그래도 잘 팔리는 상품을 할인해서 팔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이어 "정상 판매로 70%, 세일로 20%, 이후 균일가로 넘기는 흐름이 있었는데, 이제는 메르스 때문이다 뭐다 하며 그런 룰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추석 전부터 시작된 블랙프라이데이 홍보가 '대목 소비'를 '대기 수요'로 바꿔놨다는 지적도 크다. 기존에 계획된 정상가격 소비까지 행사 이후로 미뤄놨다는 지적이다. 납품사에게는 마진 하락의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마진 축소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공식적으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가하는 의류 유통업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지만, 중소 쇼핑몰과 아울렛 등에서도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할인가' 기준으로 납품가 인하 압박이 들어온다고 한다. 어디서도 '을'인 중소 납품업체들에게는 이중난이다.

한 중소 의류업체 관계자는 이런 유통업체들의 행태를 두고 "공정위에 찌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럼 이 바닥에서 말이 돌고 돌아 (유통사가)금방 알게 될 것"이라며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주도(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로 시작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의 부작용을 정부(공정거래위원회)에 호소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취지 자체에는 모두들 공감한다. 유통사든 제조업체든 고객이든 누구나 바라는 것이 소비심리 회복이다.

그러나 정부의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소비심리 회복 작전이 국민적 공감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