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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정부, 우리은행 '수렴청정' 의지 정말 없나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MTN현장+]우리은행 MOU 완화…정말 정부 개입 안할까?

금융당국은 중동 국부펀드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중동 국부 펀드가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매각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반을 구성하는가하면 경쟁 없이 수의 계약으로도 지분을 팔 수 있다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습니다.

또 우리은행이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수년간 애원했지만 풀지 않았던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MOU도 완화하고 지분이 매각되면 아예 해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동 국부 펀드를 향해 정부가 우리은행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겁니다.

중동 국부펀드는 구제 금융을 받은 은행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부다비 투자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은 시티그룹의 지분 4.9%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은 정부의 간섭 때문에 시장에서 저평가 될 가능성이 크고, 민영화가 되서 정부 개입에서 벗어나면 주가가 많이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 성향을 보면, 금융위가 우리은행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건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매각 전이라도 MOU를 풀어줄 수 있다는 약속을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MOU를 해지해 더 많은 인수 희망자를 끌어들이기 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투자자를 배제하기 위해 MOU를 유지해왔습니다. MOU를 해지할 정도로 중동 국부 펀드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금융위는 왜 그렇게 중동 국부 펀드를 좋아할까요?

금융위원회가 밝힌 우리은행의 이상적인 과점주주는 소수의 주요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각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중동 국부펀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우리은행에 투자를 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은 지난해 중순까지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였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은 최대주주면서도 한번도 DGB금융지주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심지어 DGB금융지주가 최대주주와 연락할 방법조차 몰라 허둥댄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중동 국부펀드는 국내 금융지주사에도 주요 주주로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청은 신한금융 3.6%, 하나금융 2.9%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아부다비 투자청도 신한 1.17%, KB금융 1.18%, 하나금융 1.5%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중동 국부펀드의 존재감은 느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중동 국부펀드는 단순투자, 장기투자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MOU를 완화해 우리은행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에게 보냈지만 정말 우리은행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우리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MOU를 통해서만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음지에서 이뤄지는 대출 압박과 인사 청탁은 MOU보다 더 심한 족쇄로 우리은행을 옭아맸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우리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중에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주요 요인은 부실 대출입니다. STX, 팬텍, 성동조선, 포스코플랜텍 등 대기업 부실 여신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은행은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외부 입김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이 부실 조짐이 보여도 제때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고 구조조정까지 떠맡아 추가지원까지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사 개입 역시 마찬가집니다. MB정부 시절 4대 천왕을 비롯해 우리은행 인사는 권력의 바람에 따라 좌우되고 CEO, 임원 인사가 있을 때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사철에 여기저기서 가장 전화 많이 오는 은행이 우리은행”이라고 말했습니다.

MOU를 완화한 것을 두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입니다.

은행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주인 역할을 하지 않는 인수자만 선호하는 금융위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면 아직까지 그리 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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