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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열 분양 열기...은행권 "이러다 집단대출 탈 날라"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집단대출을 두고 한 시중은행 안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집단대출을 공격적으로 하고 싶은 영업부서와 분양 시장이 과열됐으니 자제해야 한다는 심사부서의 갈등입니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면 청약 계약자들의 계약금, 중도금을 빌려주는 대출입니다. 모든 계약자가 비슷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기 때문에 개별 계약이 아니라 집단으로 이뤄집니다.

집단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매우 알짜 사업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한 사람 한 사람과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집단대출은 한번 분양을 하면 적게는 수백가구, 많게는 수천가구과 한번에 계약을 맺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수 있습니다.

또 집단대출은 건설사가 보증을 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적습니다. 개인이 안 갚으면 연체율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건설사가 대신 갚아줍니다. 만약 건설사가 망해서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해줍니다.

은행 대출 심사 부서가 집단대출을 가로 막고 있는 건 이중, 삼중 안전 장치에도 불구하고 분양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8월말 현재 773조으로 1년전보다 56조원이나 늘었습니다. 가계대출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최근 1년간 신규 분양된 민간 아파트는 31만 9249가구로 월평균 2만 6604세대나 됩니다. 낮은 금리와 완화된 대출 규제, 상승세를 보이는 부동산 가격에 현혹된 사람들이 너도나도 분양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막대한 부채 부담으로 2~3년후 아파트가 다 지어졌을 때 계약자들이 입주를 하지 못하면 집단대출도 부실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장기화 됐던 2013년 집단대출 연체율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의 두배가 넘는 1.99%까지 치솟았습니다.

건설사가 보증을 하지만 건설사 자체를 믿을 수 없습니다. 이미 금융위기 이후 100대 건설사 중 절반 가까이가 문을 닫았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사는 망하고 나면 전화기와 책상 밖에 남지 않는다”며 “상위 몇 개 건설사 말고는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었던 2012년, 2013년 은행들은 거품이 꺼진 분양 시장의 민낯을 봤습니다.

A 은행 관계자는 “아파트가 완공되고 입주를 할 때가 됐는데 실 계약자는 이미 빚을 감당하지 못해 떠났고, 아파트를 마저 짓기 위해 건설사 관계자들이 명의를 빌려 집단 대출을 받고 있었다"며 "분양 계약률과 실 입주율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정부의 보증도 믿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B 은행 고위 관계자는 “한두군데 사업장이 미분양이 되면 도시주택공사가 보증으로 가능하겠지만 전국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공사가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며 “미국도 페니메이나 프레디맥 같은 정부 보증 기관들도 부도가 났다”고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건설사의 보증은 물론 정부의 보증에도 불구하고 과열된 분양 시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분기에도 11만여 가구가 분양을 계획하고 있고, 매주 주말에는 모델하우스에 청약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우려하는 은행이 소심한 것인지, 분양 시장에 뛰어드는 개인이 무모한 것인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민낯이 드러날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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