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 신동주·신동빈 '너무도 다른 스타일'...형제간 분쟁은 예고된 수순?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두 장본인 신동주(장남)와 신동빈(차남)의 다른 점은 외모뿐만이 아니다. 경영 스타일부터 성향, 언행까지 너무나 대조적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에서도 두 사람 사이 '다름'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 "주주로부터 위임 받은 경영권" vs "소유=경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자신의 경영권을 두고 "주주로부터 위임 받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확충 등 이사회 권한을 확대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 바탕에는 단순히 오너라서가 아니라 경영 능력을 검증 받았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17일 국정감사 증인 출석 당시 "이사회에 막강한 권한을 줬다"며, "이사회가 결정하면 저를 해임할 수도 있고 해직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에 따른 주식회사 운영의 당연한 이치인데,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의 발언 치고는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단순 지분율을 넘어 '경제적 가치'라는 낯선 개념까지 강조하며 '소유는 곧 경영'이라는 등식을 내세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광윤사 지분율이 50%이고, 롯데홀딩스에 대한 경제적 지분 가치가 36.6%(실제 28.1%)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지분 가치가 이렇게 높은 대주주를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주장한 '롯데홀딩스에 대한 경제적 지분 가치'는 의결권 없는 주식 비중을 배제하고 광윤사를 통한 간접 지배력 등을 감안한 것이다.


▲ "집안일과 회사 경영은 별개" vs "창업주 명예회복"

신동빈 회장은 집안일과 회사 경영은 별개라며 선을 긋는다.

공식 석상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언급도 거의 하지 않는다. 신 총괄회장 판단력에 대한 질문이 나와도 "아버지를 존경한다"(8월 11일 대국민 사과 당시)며 즉답을 피한다.

지금껏 나온 신 총괄회장 건강 이상설은 모두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일 뿐, 신 회장이 직접 언급한 적을 한번도 없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가족과 함께 혹은 가족을 내세워 경영권 탈환을 노린다.

지난 7월 27일 일본 롯데홀딩스 방문(이사 6명 해임 지시) 당시 고령의 총괄회장을 대동했고, 여론전이 한창이던 8월에는 작은아버지인 신선호 산사스 사장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번 소송전도 아버지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소송의 첫 번째 명분도 '아버지의 명예회복'이라고 한다.


▲ 광폭 M&A vs 안정이 우선

두 사람의 차이는 경영 스타일에서도 잘 드러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997년 부회장 승진 이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지난 2008년 벨기 초콜릿 회사 길리안 인수, 2009년 두산 주류부문 인수, 2010년 필리핀 펩시 공장 인수,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 인수, 그리고 올해 더 뉴욕 팰리스 호텔 인수 등 신 회장은 '롯데 영토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취임한 2011년 이후 4년간 롯데그룹의 총 자산은 약 20%, 매출액은 약 40% 늘었다.

다만 공격적인 경영에는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따른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 측으로부터 "중국 사업에서 1조원대 손실을 냈다"며 공격을 받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개인 돈으로라도 물어내라"며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180도 다르다.

일본 롯데를 맡아 경영한 신 전 부회장은 고속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안정적인 경영을 우선시 했다고 한다. 성장에서 뒤쳐진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 매출의 1/17, 자산은 1/20배 규모에 그친다.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일본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있었고, 일본 롯데는 주로 한국 롯데에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말도 행동도 '적극적 vs 소극적'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은 대국민 사과(8.11), 국정감사 증인 출석(9.17) 등을 통해 잇따라 국민 앞에 섰다. 그는 대기업그룹 총수 가운데 국감장에 나온 첫 인물로 기록됐다.

한국말이 서툴긴 했지만 이슈를 피하지 않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신 회장의 국감 출석은 악화된 여론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국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그가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탓이 컸고, 평소 대외 소통에 소극적인 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분쟁 초반 언론 플레이에 실패해 역풍을 맞기도 했다. 광복 70주년에 일본어로 진행된 지상파 뉴스 인터뷰는 국민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 때는 의도한 듯 일본어를 단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았다. 연습해 온 한국어 인사말(알아듣기 힘들 정도)만 원고를 보고 읽었을 뿐, 그 이후에는 직접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본어라도 좋으니 직접 말씀하시라"는 기자들의 요구에도 그는 마이크를 절대 잡지 않았다. 모든 답변은 변호인이 대신했다.

신 전 부회장은 변호인과 말을 주고받을 때도 먼저 다가가기보다 몸을 뒤로 빼고 들었다. 어색한 자세에서 그의 내성적인 면이 엿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그를 대신해 발표문을 읽은 부인 조은주 씨가 더 강단 있게 보일 정도였다.


▲ 조직의 도움도 달라

신동빈 회장은 본인이 장악한 롯데그룹을 통해 의전과 경호, 대관업무, 홍보 등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주장에 대해 롯데그룹은 즉시 반박자료를 내고 있다. 롯데가 그동안 대외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여론전을 위한 인프라를 놓고 보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사이 격차는 꽤 크다.

국내에 기반이 전혀 없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늦게나마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SDJ코퍼레이션을 설립했고, 산업은행 회장을 역임한 민유성 씨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법적 대응을 도와줄 법무법인을 두곳(두우, 양헌)과 홍보 대행사도 선정했다.


▲ 5위 대기업그룹, 형제싸움에 '풍전등화'

신격호 총괄회장은 세명의 부인에게서 네명의 자식을 뒀다. 이 네명 중 어머니(시게미츠 하츠코)가 같은 사람은 신동주-동빈 형제뿐이다.

이 형제가 바라보는 '같은 곳'이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보유한 종업원지주회(우리사주조합 개념)다. 일본 롯데홀딩스만 지배하면 한일 롯데 경영권을 모두 잡을 수 있기에 형제는 종업원지주회를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3개월 가까이 지났다. 소송전이 이제 막 시작됐으니 형제 싸움의 끝이 어디일지 가늠할 수도 없다.

롯데면세점 특허 재선정 여부부터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을 좌우할 굵직한 사안들이 형제싸움에 '풍전등화'다.

닮지 않은 형제는 그렇게 대한민국 5위 대기업그룹을 흔들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