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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예일대 기금-국민연금기금 한판 붙으면 누가 이길까 '오싹'

국민연금 새 경영진 물색하면서 예일대 모델 동시에 탐구해야
이충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충우 기자]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CIO, 데이비드 스웬슨 미국 예일대기금 CIO>

#1
삼립식품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며 현재 28만원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8월 중순 41만원선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달새 30% 넘게 급락한 겁니다.


8월초 이미 주가순익비율(PER)이 지난해 실적 대비 90배에 육박하는 종목이 연일 강세를 기록하며 신고가를 기록한 것인데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기관 자금입니다.


한국거래소 투자자별 거래실적 공시를 보면 적극 순매수에 나선 연기금과 위탁운용사들의 역할이 두드러졌습니다.


당시는 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의 1년 수익률을 일일단위로 점검하면서 단기성과 압박이 그 어느때보다 심했던 시기입니다.


수익률이 낮은 곳의 자금은 회수해 성과가 높은 펀드에 재배정하면서 주가상승률이 높았던 인기주에 자금이 몰렸던 것도 버블을 키우는데 한 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삼립식품 같은 인기주를 담고 있는 곳이 성과가 좋으니까 자금을 계속 몰아준다"며 "펀드평가에 나오는 상위펀드에 돈을 몰아주는 것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데 국민연금 개편 논의는 지연되고 있는 와중에 현 체제 내에서 수익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타를 조장하고 시장에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난 속에 일일 수익률 점검제도는 두 달만에 폐지됐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등 거창한 방식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2
전문가들은 예일대학교 기금운용 방식의 변화를 꼭 연구하고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조언합니다. 지배구조 개편과 별개로 기금의 운용시스템을 고치는 작업을 서둘러야한다는 겁니다.


매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는 예일대학교 기금운용방식은 지금은 주식과 채권이 아닌 비전통자산으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주도한 대명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6년 예일대의 기금 운용 계획을 보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에서 미국내 주식 비중은 4%, 채권 및 현금 비중은 8.5%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주식이 수년간 올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주식을 사야한다고 부르짓는 국내 전문가들과는 시각차가 큽니다. 채권과 현금비중을 합쳐 10%가 채 안되는데 초저금리 시대에 채권마저도 대안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절대수익자산 투자가 21.6%, 레버리지 바이아웃(LBO)이 16%, 벤처캐피탈(VC)이 14%, 해외 주식이 14.5%, 부동산이 13%를 차지합니다. LBO, 심지어 VC 비중이 상위권입니다. 아마 구체적인 확인은 못했지만 우리 국민연금은 이런 영역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매우 막혀있을 겁니다. 제도적으로, 구조적으로도 말입니다.

예일대 기금의 과거는 지금과 완전 달랐습니다. 90년대초 70% 이상을 차지했던 국내 주식과 채권, 현금의 비중을 줄이고 또 줄인 결과입니다. 지난 20년간 수익률은 연평균 13.7%에 달해 놀라울 정도입니다.

국민연금을 한번 볼까요.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내 채권 비중(52.9%)이 50%를 훌쩍 넘고 여기에 국내 주식(18.7%)을 합치면 무려 72%에 이릅니다. 해외 주식까지 합치면 90%에 가깝습니다. 국내 채권과 국내외 주식으로 도배된 포트폴리오.

운용의 안정성을 들어 '대체투자 하면 안된다'며 발목을 붙든 결과가 매우 협소한 주식과 채권입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기대할 수 없는 포트폴리오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지적합니다.

포트폴리오의 화려한 변혁에 성공한 예일모델을 연구해야하는 이유는 한둘이 아닙니다.


#3
70년대말까지만 해도 예일대학교는 지금의 국민연금과 다를 바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기존의 기금 운용 방식에서 벗어난 역발상 투자로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목표수익률 이상으로 오른 종목은 팔고 하락한 자산을 매수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가 유지되도록 했습니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만 골라 아웃소싱을 하고, 주가상승률이 높은 인기주 투자를 일삼는 국민연금과 정반대입니다.


일일 수익률 점검제 도입 실패 후 국민연금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시기간 중 6개 펀드가 자금전액 회수조치 대상에 올랐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전부 다 회수하지 못하고 한 군데만 회수한 실패 사례에 대해선 이달초 국감에서도 질타를 받았습니다.


두 달만에 폐지된 제도를 만든 것에 대한 지적에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제도 도입을 검토할 때보다 시장 변동성이 워낙 커졌는데 정확하게 예측 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사과한 게 전부입니다.


운용업계의 한 CEO는 "일일수익률 점검제 취지와 정반대에 있는 예일 초기 모델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4
오늘(27일)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문제로 보건복지부와 대립했던 최광 이사장이 전격 사퇴했습니다.

퇴임식에서 그는 '국민의 재산인 기금을 잘 운용할 수 있는 역량있는 글로벌 전문가가 본부장으로 와야한다'고 가감없이 주장했습니다. 예일대 기금의 포트폴리오가 분명 정답은 아닐 겁니다. 국내 법과 제도, 인력 역량, 문화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성입니다.

그러나 500조원에 이르고 머지않아 1000조원으로 불어날 국민연금을 생각하면 예일대 모델은 분명 대안을 모색하는 '주요 참고자료'로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2015년 자본시장은 특히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세계입니다. 예일대 기금과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가 지금 이런 상태로 글로벌하게 맞붙는다고 상상하면 끔찍합니다. 예일대 기금이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무서워할 그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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