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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시장 경제 왜곡한 카드수수료 강제 인하...'사진 속 미소에 숨은 불편한 진실은?'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2012년 2월 9일 가맹점 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18대 국회의 마지막 정무위원회였습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는 것은 자유 시장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을 참석자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의 수익을 줄여서 영세가맹점에게 주도록 하는 내용에 반대하기란 정서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적극적, 소극적 동조하에 법안이 통과되려는 찰나 두 사람이 다급하게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권택기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었습니다.

권택기 의원은 “카드 의무수납 제도를 폐지해 시장의 자율 경쟁에 맡기면서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협상권을 줄 것인지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영세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를 우대해주는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의무 수납제도가 있기 때문에 영세자영업자들은 의무적으로 신용카드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영세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사들이 제시하는 수수료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권 의원은 시장 친화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의무 수납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역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는 여전법 개정에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금융위에 권한이 생기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반대를 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카드사는 공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고, 사실상 원가 분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행도 불가능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19대 총선을 앞둔 국회는 자유 시장 원칙을 지키려 했던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3년이 지나고 개정 이후 처음 신용카드 수수료율 수정이 2015년 11월 2일 이뤄졌습니다. 수정이라기보다는 전격 인하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시장 가격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소수의견’은 사라졌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전리품이 돼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신용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하느라 중소가맹점들은 수수료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밀히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가맹점들은 신용카드 매출에 대해 일반과세자는 1.3%, 간이과세자는 2.6%는 세제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 1.5%, 300만원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납부하면 1.3%, 260만원은 세금으로 돌려 받았습니다. 실질 부담은 0.2% 40만원에 불과합니다. 간이과세자라면 300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500만원을 세금으로 돌려 받아 왔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용과 편익을 같이 고려해야 하는데 들어오는 돈은 내 돈이고 나가는 돈만 계산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개정 수수료율에 따라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이 0.8%로 내려가면 간이 과세자의 경우 340만원의 초과 수익이 생깁니다. 이같은 비용, 수익 역전 문제를 금융위, 기재부 등 정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어디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세제 뿐이겠습니까. 가맹점별로, 카드사별로. 신용카드를 둘러싼 수많은 요소들이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가 함부로 시장 가격에 개입할 경우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산업화, ‘관치금융’의 시대를 지나면서 수많은 경제관료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뺏기면서도 자유 시장 원칙을 세우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 표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수수료 체계를 만들 것이었다면 뭐하러 시장 친화적인 수수료 체계를 만들려 했는지 회의감이 든다”며 “윤증현 장관 등 심지 곧은 전 경제 관료들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정치권에 휘둘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개편을 씁쓸하게 지켜봤습니다.

법으로 정해진 행위를 하는 것은 행정부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법을 해석할 때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조차 이번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에서 느껴지지 않습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결정하며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강석훈, 박대동, 나성린,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과 진웅섭 금감원장 등이 함께 했습니다.

시장 경제를 지킨다는 자존심을 뒤로 한채 가격을 정치권의 전리품으로 전락시켜 버린 상황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모습을 보며 시장 원칙을 세우려 했던 선배 관료들은 씁쓸함을 지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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