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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슈퍼갑 위 '마트갑'에 도전하는 다윗...그리고 다수의 침묵

이대호 기자


골리앗을 향한 다윗의 반격이 매섭다. '슈퍼갑 위의 마트갑'으로 통하는 대형마트들이 중소 협력사의 맹공을 받고 쩔쩔매고 있다.

최근 터진 롯데마트와 육가공업체 ㈜신화 사이 삽겹살 갑질 논란, 지난해 10월 벌어진 홈플러스와 청과물 납품업체 퍼시픽림 사이 가압류 신청이 대표적이다.

육가공업체 신화는 롯데마트를 상대로 공정거래 당국과 언론의 힘을 빌려 역공을 펼치고 있고, 청과물업체 퍼시픽림은 아예 홈플러스 인천 간석점에 가압류를 걸어버렸다.

유통업계에서 이 두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거래처 입김에 회사 존폐가 달린 대부분의 '을'에게는 놀랍기까지 한 일이다. 이들 업체는 해당 대형마트 거래가 끊겨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자생력이 있기에 그것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갑질 고통, 침묵하는 다수

대기업에게 갑질을 당한 협력사 상당수는 침묵한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신고자 신원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을'은 숨을 죽인다. 당국이 조사에 나서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고자가 누구인지 '갑'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의 거래 하나에 목을 메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더러워도 참아야 하는' 일이다.

어렵게 신고를 하거나 언론사에 제보를 해도 '을'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일전에 기자가 찾아갔던 한 중소 협력사 대표는 창고는 물론 사무실 집기, 벽지조차 촬영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언론사에 제보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해당 대기업과 거래가 끊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몰라서 신고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요 알고도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위의 두 사례는 골리앗과의 싸움을 각오한 다윗에게 제대로 걸린 케이스라는 평가다.

▲ 의도된 갑질은 없다?

사실 대형마트는 공정거래위원회 단골손님이다. 지난 2011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법도 사실상 대형마트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를 맞을 만큼 맞은 대형마트들은 하나같이 '동반성장', '상생'을 외친다. 협력사 간담회를 열고 파트너사를 지원하는 기금을 만드는 등 상생을 위한 여러 제도들을 운영한다. CEO뿐만 아니라 그룹 오너까지 나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갑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영진이 대외적으로 "갑질 근절"을 외쳐도 정작 직원들은 성과 달성을 위해 협력사에 "사장님 이번에는 가격 맞춰주셔야 돼요"라고 말한다.

'의도된 갑질'은 없더라도 '갑질의 자연발생' 가능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한 영세업체 사장은 대기업 MD들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 친구들도 불쌍하다"고. "회사의 수지와 자신의 성과 앞에 다급해진 MD들은 협력사들에게 때로는 협박을, 때로는 읍소를 하고 있다"고.

▲ "우리 말고 다른 데랑 거래하면 되지 않느냐"

대기업들은 말한다. "그렇게 조건이 불리하다고 느낀다면 우리 말고 다른 데 가서 거래하면 되지 않느냐"고. 전형적인 '갑의 마인드'다.

자신들은 매출 1~2%만 줄어도 난리를 치면서 거래처 하나에 매출 수십 퍼센트가 달린 중소 협력사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식이다.

굳이 관련법에 명기된 '우월적 지위 남용'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대형마트들이 협력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예다.

진정으로 대형마트 갑질을 뿌리 뽑으려면 '갑과 을을 동일시' 하는 정도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협력사를 '동체' 수준으로 인식하지 않는 이상 수백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와의 갈등의 씨앗은 어디서든 싹틀 수 있다.

최고경영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과 압박을 받는 일선 직원들이 무의식적 갑질을 하게 되는 일조차 없도록 성과평가 제도를 앞장서서 개선해야 한다.

때가 되면 대형마트 갑질이 기사화 되고, 또 때가 되면 대형마트들이 상생 방안을 발표한다. 언제쯤 그 쳇바퀴에서 내려올 것인가?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산업1부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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