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현장+] '뱅크월렛카카오'를 기억하시나요?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보윤 기자] '뱅크월렛카카오'를 기억하시나요?

(2014년 11월 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이 선보인 '뱅크월렛카카오')

지난 2014년 11월 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이 내놓은 이른바 '전자지갑' 서비스 입니다.

카카오톡으로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고 오프라인 매장 결제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 대표 '핀테크(금융+IT)' 모델로 손꼽히며 주목받았습니다.

출시 초기 참여 은행들과 금융결제원, 카카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첫 달 가입자가 50만명에 육박하는 등 굉장한 돌풍을 일으킬 조짐이었습니다.

금융권과 언론의 관심 역시 뜨거웠습니다.

"드디어 한국에도 핀테크 시대가 개막했다"거나 "시장 확대를 위해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특히 출시 당시 뱅크월렛카카오는 하루 충전가능액이 50만원, 송금한도는 10만원으로 제한돼 있었는데 이를 두고 금융당국을 탓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당시 전자금융거래 법상 최대 200만원까지 돈을 충전하고 쓸 수 있었음에도 뱅크월렛카카오가 출시 초기인 점을 감안해 자발적으로 한도를 낮춰 설정했던 것이지만, 규제로 화살이 돌아간 겁니다.

이런 탓에 금융위원회는 부랴부랴 이런식의 전자지급수단의 한도를 없애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뱅크월렛카카오를 향했던 화려한 조명은 금세 꺼졌습니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을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부족했고 한도 확대 등 서비스 개선에 협조해야 할 은행들과 카카오의 대처가 굼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와 금융결제원, 카카오는 지난 해 한도 상향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별다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해 11월 카카오가 국내 1호 인터넷 전문 은행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분위기는 더 냉각됐습니다.

은행업을 준비하게된 카카오 입장에서도 경쟁사와 동침해야 하는 기존 은행들 입장에서도 뱅크월렛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카카오와 금융결제원 측이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뱅크월렛카카오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뱅크월렛카카오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은행 담당자는 "이용액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최근들어서 별다른 서비스 개선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서비스는 커녕 누구하나 제대로된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으니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서비스가 사라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푸념했습니다.

올 하반기 출범할 KT와 카카오 주도의 인터넷 전문 은행은 핀테크의 '꽃'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IT업체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며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금융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들여다 봐야 하는 분야입니다.

IT와 금융의 만남인 핀테크 산업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여타 핀테크 서비스와 달리 '롱런'할 수 있을까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적인 금융권에 새로운 혁신은 필수 과제 이지만, IT의 습성대로 끈기없이 도전에만 방점을 찍는다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제대로 꽃 피우기 위해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함께 장기적인 안목과 의지, 책임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boyun7448@naver.com) 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경제금융부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