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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기저귀·분유 최저가 전쟁, 그 내면과 이면

이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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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앵커멘트>
요즘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사이 최저가 경쟁이 볼만 합니다. 특히 아기 키우시는 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오프라인, 온라인 업계에서 각각 가격 경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온오프라인을 초월한 최저가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대호 기자와 그 속 이야기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 우선, 이마트와 쿠팡 사이에서 기저귀, 분유 최저가 경쟁이 세게 붙었던데요?

지난 18일 이마트가 온오프라인 최저가 선언을 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촉발됐죠.

이마트는 기저귀 일부 품목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이마트몰에서 경쟁 대형마트 대비 35%, 소셜커머스 대비 15%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기스 매직팬티 대형 기준으로 장당 310원 꼴인데요.


기저귀 최저가 판매의 대명사였던 쿠팡이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이마트에 대응해 해당 제품 가격을 바로 310원으로 낮췄습니다.

이에 이마트는 이튿날 개당 308원으로 값을 더 낮췄고, 다시 쿠팡은 307원, 305원까지 단계적으로 낮춰 이마트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주간 단위로 최저가를 조사해 매주 목요일에 가격을 조정할 계획인데요. 이번주에도 최저가 경쟁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2) 바로 최저가 전쟁 2탄이 이어졌어요?

2탄은 분유인데요.

이마트는 지난 23일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롯데푸드 등의 1위 브랜드 분유 15개 상품을 역시 온오프라인 최저가로 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역시 쿠팡은 바로 가격 대응에 나섰고요.


대표적으로 이마트가 23일 남양 임페리얼XO 3단계(3통) 가격을 5만 4,600원으로 책정하자 쿠팡은 바로 같은 상품 가격을 5만 4,400원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이번주 이마트가 가격을 또 얼마로 내릴지, 쿠팡은 또 얼마로 대응할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3) 다른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롯데마트와 티몬, 위메프도 가격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롯데마트는 파스퇴르 귀한 산양분유(3개입, 1통 750g)를 1·2단계는 7만 9,900원에, 3단계는 6만 3,000원에 판매하는 등 가격을 내렸고, 그룹 내 유통채널인 롯데슈퍼, 롯데닷컴, 롯데홈쇼핑과 연합 전선을 구축해 생필품에 특화된 ‘L.콕’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다음달 2일까지 21개 유아용품에 대한 공동 할인을 벌이는 내용인데요. 대표적으로 롯데마트 등 롯데 계열 4사는 남양 임페리얼 XO 3단계(3입)를 5만 4,580원에 팔고 있습니다. 하기스 매직팬티 대형의 경우 개당 306.6원으로 책정했고요.

둘 다 앞서 설명 드린 이마트, 쿠팡의 중간 가격이죠. 롯데 역시 ‘상시 최저가’를 지향하겠다며 추가 인하 여지를 뒀습니다.

위메프도 지난 25일 ‘위메프플러스’를 통해 기저귀, 분유 등의 실시간 최저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비교 대상으로 올린 하기스 매직팬티 대형의 경우 ‘즉시할인’을 추가해 개당 305원에 팔고 있습니다.

티몬은 슈퍼마트에서 4만원 이상 카트 구매시 15%에 해당하는 6,000원을 추가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하는 등 생필품 최저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4) 소비자에게는 참 좋은 일인데, 가격 비교 자체가 참 복잡해지네요. 이 정도까지 되면 사실 최저가 '1원 경쟁'이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건전한 경쟁을 통해 전체적으로 값이 내려간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 분명하죠.

다만, 현재도 납품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역마진’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 최저가 경쟁이 더 깊이 내려갈지는 의문입니다.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가격 인하 경쟁이 둔화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때는 10원, 1원에 대한 소비자 체감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5) 유통업체들이 특히 기저귀와 분유를 놓고 이렇게까지 혈전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요?

기저귀와 분유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정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품이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엄마들이 마트에서 직접 들고오기 부담스러운 품목이죠. 때문에 온라인 구매 비율이 높은데요.

진작부터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단골 고객’을 잡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기저귀와 분유를 선정했고, 비교적 큰 폭으로 할인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대형마트들은 뒤늦게 자사 온라인몰 강화에 나섰고, ‘온라인 큰손’인 30대 주부를 잡지 않으면 판세를 뒤엎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기저귀 분유 최저가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인터뷰]
이정희 / 30대 주부
"지금 엄두가 안나는 게 장을 봤는데 이걸 들고 가려니까 엄두가 안 나서... (인터넷으로 사면)4팩을 한꺼번에 시키니까 배달도 해주고 편하죠. 집에서 받으니까. 값도 저렴하고..."

[인터뷰]
조은희 / 30대 주부
"쿠팡이 유명하고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잘 돼 있으니까... (대형마트 온라인몰은?) 아기 용품은 많이 비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6) 뒷이야기를 더 들어보죠. 유통업체들의 대대적인 분유 할인판매 홍보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고요?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법 상으로도 모유 수유를 장려하기 위해 분유에 대한 적극적인 광고나 판촉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제 51조 1항에 따르면 조제유류(분유)를 생산하는 축산물가공업 영업자와 종사자는 판매 증가를 목적으로 한 광고나 판매촉진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유통업체들은 축산물 '가공업자'가 아닌 '판매업자'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법 취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반대로 소비자도 최저가 판매를 알 권리가 있고, 모유 수유가 힘든 여성은 분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7) 유통업체들이 이렇게 최저가 경쟁을 한다면 그 부담은 누가 지는 건가요?

이번 최저가 프로모션은 유통업체들이 자체 마진을 줄여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마트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제조사에 납품단가 인하라든지 행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다만, 행사 규모에 따라 납품물량이 많아지면 제조사가 납품가를 낮춰줄 수는 있다고 합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일부 품목들은 납품가격보다 소비자판매가격이 싼 ‘역마진’ 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일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도 이를 미끼상품 삼아 고객 잡기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쿠팡의 하기스 기저귀는 기존에도 역마진 판매로 유명했는데요. 유한킴벌리 대리점들이 본사에서 물건을 사가는 가격보다 쿠팡의 소매판매 가격이 더 낮아 잡음이 일기도 했고요. 유한킴벌리 측은 "유통업체가 공급가보다 더 싸게 파는 것은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저가 경쟁의 후폭풍이 다른 중소 협력사에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출혈경쟁으로 이익률이 낮아진 유통업체들이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 결국 힘없는 협력사들에게 납품가 인하 등 고통분담을 강요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입니다.

유통업체들은 그럴 일 없다고 일축하지만, 과거 수차례 봐왔던 불공정거래 행위들을 떠올려보면 이번 최저가 경쟁의 이면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산업1부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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