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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현장]혼돈의 면세점 시장...빛바랜 황금알

롯데vs반롯데 진영 마찰...서울지역 관광객 통계 왜곡 논란까지
이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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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면세점 시장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경쟁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고 1인당 구매단가가 낮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경쟁도 더 치열해 지금 면세점 업계는 여기저기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신규 특허를 더 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사업자들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대호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죠.

1) 이 기자, 어제 면세점 제도 개선과 관련된 공청회가 열렸죠?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어제 오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가 열렸는데요. 약 300~400석 규모의 대형 강당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작년 10월에도 같은 자리에서 면세점 특허 선정 방식과 관련된 공청회가 열린 적이 있는데, 청중이 당시의 3~4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를 맡은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지금까지 사회를 본 공청회 중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 왜 이렇게 관심이 뜨거웠던 걸까요?

정부가 추진 중인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신규특허 발급 요건 및 시장진입 완화 ▲특허기간 연장 및 갱신 허용 여부 ▲특허수수료 수준 변경 여부 ▲독과점적 시장구조 개선 방안 등인데요.

특히 '신규특허 발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5년만에 처음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3개 사업자)가 추가되었는데요. 불과 1년만에 또 신규 사업자가 들어온다면 시장 경쟁이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작년 11월 특허전에서 탈락한 롯데와 SK에게는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정부도 뭔가 기준이 있을 것 아닙니까? 시장을 그냥 열어주겠다는 건가요?

이번 공청회에 '신규특허 발급요건 및 면세점 시장진입 완화 방안'은 세 가지가 올라갔는데요.

① 향후 면세점 시장변화 추이 등을 살피기 위해 현행 유지
② 현행 요건에 따라 신규특허 추가 발급
③ 특허제도에서 신고·등록제로 변경

우선, 3안인 '신고·등록제' 변경은 상당수 사업자가 기대하는 방안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가장 낮다는 분석입니다.

이미 상당한 사회공헌을 약속하고 시장에 진입한 기존 사업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고, 시장을 완전 개방할 경우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와 영업하는 면세산업의 질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 허리춤을 잡고 있는 정부가 특허 결정권을 내려놓을 리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결국 면세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며 현행 특허 수를 유지할 것인지, 관광객 증가에 따라 신규특허를 추가로 발급할 것인지로 압축되는데요.



면세점 특허는 관세청 고시에 따라 ① 전년도 시내면세점 전체 매출액과 이용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이고, ② 광역지자체별 외래 관광객 수가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할 때 추가로 발급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5년도에 서울지역 외국인 관광객이 2014년보다 88만명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관세청 고시에 따라 신규특허를 추가 발급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청회를 전후로 이 부분이 특히 부각되면서 정부가 사실상 특허 추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된 것입니다.


4) 시내면세점 신규특허가 추가될 경우의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살펴볼까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시내면세점 특허가 추가된다면 호텔롯데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지도가 높고, 매장 확장 등에 수천억원이 투자된 데다, 2,2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어, 특허전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경쟁사, 특히 지난해 신규특허를 받아 이제 막 오픈했거나 오픈을 앞둔 사업자들에게는 큰 리스크가 됩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물론, 브랜드 유치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일부 브랜드들은 신규 면세점들과 입점 협상을 전면 중단한 상황입니다. 일부 해외 브랜드들은 "롯데가 구제될 수 있으니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그 뒤에서 롯데가 '기다려달라'며 입점 브랜드들을 설득한 영향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신규 면세점들은 브랜드 입점에 한시가 급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경우 서울시내에 다수의 매장을 내면 희소성이 떨어지고, 굳이 돈을 들여 매장을 이동할 필요성도 크지 않아 느긋한 모습입니다.

시내면세점이 많아질수록 관광객 편의성은 높아지겠지만 면세점의 이익률은 악화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지난해 주요 5개 면세점 사업자의 영업이익률은 6.3%로 2014년(7.29%)보다 약 1%포인트 가량 나빠졌는데요. 그나마 롯데(8.7%)와 신라(5.7%)를 제외하고는 모두 영업적자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이 더 심화되면 각종 마케팅 비용 등으로 이익률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면세점 마진을 줄여야 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더 끌어오기 위해 관광사에 더 많은 송객 수수료를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안방에서의 면세점 과당경쟁이 외국 명품 브랜드와 외국계 여행사 배만 불려줄 것이라는 지적이 큽니다.


5) 롯데와 반롯데 진영으로 갈려 있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롯데면세점은 국내 시장점유율 51.5%에 달하는 1위 사업자죠. 그 중에서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 6,112억원에 달하는 국내 세 번째 매장이고요. 까다롭기로 유명한 루이비통과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이 모두 입점해있죠. 이곳의 폐점 여부에 따라 관광객과 명품 브랜드 매장 이동 여부도 달린 셈입니다.

지난해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 재선정에 실패하면서 6월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 경우 약 1,300명가량의 고용이 불안해집니다. 또한 특급호텔과 놀이공원, 백화점, 마트, 영화관, 콘서트홀 등 관광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송파 일대에서 면세점만 사라지게 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때문에 롯데면세점 노조는 물론, 송파구의회, 송파잠실관광특구협의회가 공청회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월드타워점 구제를 위해 나서고 있고, 1위 사업자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면세점협회도 우회적으로 롯데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반면, 롯데와 경쟁 관계에 있는 신규 사업자들 즉,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 한화갤러리아면세점, 두산면세점, SM면세점 등은 대표이사들이 직접 나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싱크]
권희석 / SM면세점 대표
"신규 면세점 2월에 오픈해 영업하고 있는데 거의 파리 날리고 있습니다. 신규 면세점 판매사원들이 들어와야 하고 브랜드가 들어와야 하는데 갑자기 브랜드들이 협상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한국의 면세점이 포화상태라는 것이죠. 앞으로 5개 면세점이 오픈해야 하는데 이런 현상은 계속 될 것입니다."


6) 특허 추가를 결정할 중요한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논란도 있다고요?

앞서 잠시 언급해드린 것처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지역 외국인 관광객이 88만명 증가해 특허 추가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는데요.



업계에서는 "근거가 없는 부정확한 통계"라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기 때문인데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5년도 방한 외래객 수는 1,323만 1,651명으로 전년대비 6.8% 감소했습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외국인 이용률을 봐도 인천공항 766만 7,973명(-5.9%), 김포공항 97만 1,881명(-11.9%), 부산항 46만 4,370명(-17.9%), 인천항 52만 9,281명(-20.2%) 등으로 모두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지역 외래 관광객 수를 임의로 추정해 88만명 증가했다고 보고, 이에 따라 추가 특허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전체 외국인 광광객 중 서울지역 방문객은 기존 서울 방문 비율(2014년 80.4%)을 대입해 구할 수 있는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5년 서울 방문 비율을 임의로 93%로 높여서 작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88만명 증가했다는 수치를 뽑아낸 것입니다.

경쟁사에서 "롯데를 구제하기 위한 공청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확정된 통계는 아니고 추정치"라며, "최종 결정은 8월에 나오는 지역별 통계를 가지고 관세청이 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 했습니다.

앵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면세점 시장 경쟁이 정말 뜨겁습니다. 다만, 작년에는 장밋빛으로만 보였고, 올해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황금알 낳는 거위가 아니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는 점이 큰 차이인 것 같은데요. 정부가 이런 공청회 내용 등을 반영해서 이달 말에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니까 그 결과를 지켜본 뒤에 한 번 더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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