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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친구 차별하는 핀테크 신용평가, 인권 침해 우려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핀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이한 신용평가 기법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융거래 정보를 활용한 보수적인 신용평가 기법을 고수하고 있는 기존 금융회사들과는 다른 참신함이 돋보입니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정리한 특이한 신용평가 기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맞춤법을 많이 틀리면 신용등급 강등: 하버드 대학의 아심 크와자 교수는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대출자는 틀리는 대출자에 비해 평균 15% 정도 덜 연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법, 띄어쓰기를 제대로 했는지를 신용도에 반영.

- 상품 약관 클릭! 클릭! 신용등급 강등: 꼼꼼한 사람이 연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상품 약관을 제대로 보지 않고 ‘확인’을 곧바로 클릭하는 사람은 신용도 감점.

- 대출 서류 빨리 읽으면 신용등급 강등: 열람 속도가 빠를수록 주의력 결핍일 가능성이 높아 신용도 감점.

- SNS 친구가 연체하면 신용등급 강등: SNS 친구 중에 연체자가 있거나 자동차 사고, 실직 등 부정적인 단어 출현 빈도가 높으면 신용도 감점.

- 인성 테스트: ‘만약 100달러가 생긴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의 질문을 통해 평소 본인의 성격을 파악해 신용도 측정.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해 지면서 사람의 행동과 성향을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이 현실화 됐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신용평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기존 금융회사가 정성적 신용평가에 대해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연체율이 더 낮습니다. 갚기도 잘 갚고 연체가 될 경우 추심을 하기도 유리합니다. 대부업체들이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학력이 높은 사람이 연체율이 더 낮을 가능성도 큽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보다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 좀 더 안정적인 직장에서 높은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금융회사들은 연체율을 낮출 수 있는 행동, 성향 등을 분석한 신용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인권침해, 차별의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시중 은행은 지난 2012년 신용평가 항목으로 학력을 넣었다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이 은행은 고졸이하는 13점, 석박사는 54점을 가점했고 낮은 학력 때문에 대출이 거절된 사례도 1만 4138건에 달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국가, 민족, 용모, 혼인여부, 임신, 가족 형태, 인종, 피부색, 사상, 전과, 성적지향, 학력,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별, 혼인 여부가 돈을 잘 갚을지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가 있는 기준이라는 것은 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금융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불법의 여지가 있습니다.

가족 연좌제도 없어진 사회에서 친구 때문에 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면, 대출 서류 빨리 읽었다고 더 높은 금리를 내야 한다면 이를 수긍할 만한 금융소비자가 있을까요?

P2P 대출 업체들은 다양하고 특이한 신용평가기법을 개발하고 첨단 기술인냥 포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신용평가 판도라의 상자에 ‘차별’이라는 악마가 숨어있진 않을지 우려스럽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progres9@naver.com)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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