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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탁상·밀실행정 끝판왕...관세청의 '면세점 정책'

이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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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시내면세점 특허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정부가 올해 또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4장이나 추가하기로 하면서 또 한 번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는데요. 의사결정 과정은 여전히 커튼 뒤에 숨어 있어서 탁상행정, 밀실행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질타도 받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밀착취재하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이대호 기자!




< 리포트 >
질문1) 최근에 정부가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4개 더 추가하기로 한 소식부터 되짚어보죠. 작년에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가 3개 추가된 것도 15년만의 일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1년만에 다시 특허가 4개나 필요했을까요?

답변) 이해하기 힘든 정책이라는 비난이 높은 이유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15년만에 처음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내줄 때는 ‘중소중견 1곳을 포함해 모두 3곳’을 추가하는 것이 가장 적정하다는 결론을 냈던 것인데요. 그런데 이번에 불과 1년만에 특허 4개를 더 내주겠다고 결정했죠.

특허 3개를 추가하는데 15년이 걸렸고, 당시 특허수를 50%나 확대(6개→9개)하는 파격이었지만, 그로부터 4개를 더 추가하는 데는 불과 1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입니다.

정부가 신규특허를 결정한 이유는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습니다. 특허 추가 결정을 발표한 작년과 올해 보도자료를 비교해볼까요?



“관세청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관광객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국내 면세시장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2015. 1. 15 관세청>

“관세청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국내 면세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2016. 4. 29 관세청>

질문2) 특허를 1년만에 4개나 추가하는 근거는 뭐라고 하나요?

답변) 현재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5개까지도 추가할 수 있는데, 시장 상황을 감안해 4개만 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면세점 특허는 관세청 고시에 따라 ① 전년도 전체 시내면세점 이용자 수와 매출액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이고, ② 광역지자체별 외국인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할 때 추가로 발급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서울지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57만명 늘었으니 최대 5개까지도 특허 추가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2015년에는 메르스 여파로 서울지역 방문 외국인 수가 감소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1,323만 1,651명으로 2014년보다 96만 9,865명, 6.8% 줄었습니다. 역시 메르스 영향이 컸고요. 메르스가 수도권에서 많이 유행했던 만큼 서울지역 방문자도 당연히 줄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자의적으로 ‘서울지역 방문객은 증가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버렸습니다.

지난 3월 16일 열린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기획재정부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2015년 서울지역 방문자가 직전년도 대비 88만명 증가해 특허 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이 연구원은 “전체 외국인 방문객이 줄었지만 서울을 찾은 외국인은 더 늘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 가지고 이같은 결론을 내버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억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초 데이터를 왜곡하기도 했는데요. 과거 80%가량이던 전체 외국인 관광객 대비 서울지역 방문객 비중을 93%로 임의로 올려 계산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2015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97만명 가량 감소했음에도 서울지역 방문자는 88만명 증가했다는 이상한 결론을 낸 것입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2015년 통계가 나오기 전에는 2014년 통계를 쓸 수도 있다”면서 말을 바꿨고, “작년 특허도 2013년 통계를 바탕으로 했던 것”이라며 작년에는 없던 설명을 새로 했습니다. 이같은 내용은 작년에 특허를 취득한 면세점 당사자들도 모르던 내용입니다.

따져보면 올해는 서울지역 방문객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까지 하면서’ 특허를 내주는 것이고, 작년에는 직전년도(2014년) 관광객 급증도 감안하지 않고 특허를 추가했다는 이상한 논리가 돼버립니다.

서울지역 외국인 방문객 증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문화체육관광부 ‘관광동향 연차보고서’)는 오는 8월에 나오는데, 정부는 3~4개월도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특허 추가부터 결정한 것입니다.

정부가 왜 이렇게 조급증을 냈는지는 뒤에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질문3) 사실 정부는 이번에 특허 추가를 결정하기 전에, 특허 추가와 관련된 ‘기준’부터 손보겠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공청회도 했었고요?

답변) 결과적으로 정부는 ‘우선 특허부터 추가하고, 그 기준이 맞았는지는 나중에 검증하겠다’고 합니다. 이 논리도 좀 이해가 안 가죠.

실제로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은 신규특허 발급 요건과 시장진입 완화 필요성을 두고 다양한 검토를 해왔는데요. 지난 3월 공청회에서는 특허제도를 신고등록제로 변경하는 안건도 다뤄졌고, 특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개선 목소리가 높았던 특허 제도를 그대로 두고, 논란이 있는 현행 방식에 따라 서둘러 특허 4개 추가라는 결론부터 도출한 것입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특허 추가)기준이 합당한지 검증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 신규특허를 주는 것이고 나중에 합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다른 방식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올해 안에 특허를 빨리 내줘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질문4) 그래서 더욱 특혜 논란이 커지는 것이군요? 특허 취득 시기가 빨라질수록 롯데와 SK에게 유리하니까요?

답변) 작년말 특허전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각각 올해 6월말, 이달 5월 16일에 문을 닫아야 합니다.

신규특허가 나오고 연말에 이를 취득한다 해도 반년 정도는 문을 닫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롯데와 워커힐은 그 사이 직원들 월급을 주면서 고용 안정을 신경써야 하고 입점업체들의 손실도 보전해줘야 합니다. 롯데면세점의 반년치 매출 손실만 3,600억 원, 영업손실은 3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당장 롯데와 SK는 올해 안에 특허 선정을 마치겠다는 관세청 발표가 나오자 일제히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기다렸던 최상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 발표가 나오기 며칠 전 “관세청이 시간 끌지 않고 특허 공고를 한다고 했다”며 사전에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질문5) 면세점 관련 정책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지적이 높죠?

답변) 지난해 말, 기존 사업자의 특허를 빼앗아버린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지적이 높습니다.

지난해 11월 특허 재취득에 실패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6,112억 원으로 26.79%나 급증했습니다. 이같은 매출은 국내 3위 수준이고, 증가율은 매출 5,000억 원 이상인 대형 매장 가운데 가장 높은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롯데 월드타워점의 특허 탈락을 두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자 손봐주기 식으로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시선이 짙었습니다.

그 후에는 상황이 반전됐죠.

특허 탈락 이후 월드타워점 1,900여명, 워커힐 200여명 등 2,200명 가까운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여론의 화살이 당국을 향했습니다. 정부가 신규특허 추가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도 그 직후였습니다.

결국 오락가락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질문6) 2년 사이 특허를 7개나 내 줄 정도면 아예 신고등록제나 경쟁입찰제도로 변경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텐데요.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답변)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관세청은 일단 특허를 내준 다음에 그것이 맞는 결정이었는지 추후에 검증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앞뒤가 바뀌었죠.

어찌됐든 앞으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특허’라는 권력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는 정부가 재벌 허리춤을 잡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그런 무기를 내려놓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면세점 정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작년에 면세점 특허를 취득한 모 그룹을 두고 “어느 날 갑자기 회장님이 ‘우리 면세점 사업 할 거니까 준비하라’고 해서 그때부터 실무 준비가 시작됐다”며, 정부와 특정 재벌 사이 사전 교감설을 제기했습니다.

그만큼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질문7) 관세청이 지난달 신규특허 추가를 발표하면서 ‘투명성·공정성 제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제대로 개선될 수 있을까요?

답변) 알 수 없습니다.

현재 관세청은 특허심사위원회 심사 평가표 즉, 문항 당 배점만 공개할 뿐, 누가 어떤 점수를 얼마나 받았는지, 그 점수를 누가 얼마나 주었는지 아무 것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관세청은 지난해 특허심사 직전에 심사위원 선정방식을 바꿔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참고 : 2015/09/18 홍종학 "관세청, 시내면세점 선정 직전 심사위원 선정방식 바꿔")

관세청이 일련의 논란을 의식해 특허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나선 것인데요. 일단 심사 기준과 배점, 결과 공개와 관련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관세청 관계자는 심사위원단을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미리 선을 그었습니다.

또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면서도 MTN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에는 모두 불응했습니다. 기자가 요청한 사항은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심사 결과와 세부내역, 특허심사위원 명단이었는데요.

관세청은 “특허심사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이 있다”, “개인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했습니다. 앞에서는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입니다.

특히 국민에게 쓰여야 할 세금을 국가가 면제해주는 ‘특허 사업’ 지정에서 과연 심사위원 개인의 사생활이 우선인 것인지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관세청은 정보 비공개 근거로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를 들었는데요.

과연 관세청이 법률 개정을 시도하면서까지 정책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생색내기용에 그칠 것인지 지켜볼 일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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