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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증권사 효자상품 ELS, 어쩌다 공포물 됐나

최종근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DB 여의도 증권가 모습>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종근 기자]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부 증권사들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의 변동성 확대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헤지운용 손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에게 새로운 수익 기회로 각광받았던 ELS가 이제는 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ELS와 DLS 등을 비롯한 파생결합증권은 기본적으로 파생 상품이 녹아있는 상품이다. 특히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에 연계해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증권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익이 달라진다.


예를들어 코스피200지수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6개월 주기로 최초 기준가격의 90% 이상이면 일정 비율의 수익을 지급하는 ELS의 경우, 지정한 조건을 충족할 때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고 조기상환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약정된 조건의 수익을 상환시점에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기초자산 변동을 반드시 헤지해야 한다.

증권사가 ELS를 헤지하는 방식은 크게 백투백(Back-To-Back)헤지와 자체헤지로 나뉜다. 백투백헤지는 발행한 ELS와 비슷한 조건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와 장외파생거래를 맺어 기초자산 가격변동 리스크를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시키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은 줄지만 조달한 자금 운용에 대한 위험 부담 역시 줄게된다.


반면 자체헤지는 ELS를 발행한 증권사가 직접 채권이나 예금, 주식, 파생상품 등을 매매해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헤지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높아지지만 운용 결과에 따른 리스크를 온전히 떠 안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1분기 적자로 돌아섰거나, 이익이 급감한 증권사들은 주로 자체헤지 비중이 높은 금융사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의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은 65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손실의 5.4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913억원으로 집계돼 적자전환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된 까닭은 최근 발행을 늘린 홍콩 H지수 ELS의 운용손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가 1분기 초 2009년 이후 최저치인 7,800선까지 떨어지다 분기말 다시 급등하는 과정에서 헤지운용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A증권사에서 고유자금을 운용하는 한 임원은 "헤지는 위험을 관리하는 기법인데, 방향성이 엇갈리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자체 헤지 ELS 발행잔고를 1조9,000억원까지 늘렸는데, 결국 올해 1분기 1,250억원의 파생상품 운용 손실을 냈다.


NH투자증권 역시 연결기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57억원으로 31% 줄었다. 채권운용 손익 증가와 IB관련 수익이 늘어난 반면 올해 1분기 파생상품 헤지운용에서 1,870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15조8,000억원으로 업계 1위다. NH투자증권의 ELS 자체헤지 규모는 자기자본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는 연결기준 1분기 순이익이 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현대증권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43% 감소했고, 대신증권도 31% 줄었다. 이들 증권사 순이익이 급감한 것 역시 ELS 자체헤지 손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익은 크게 늘어난 곳이 많았다. 이들은 ELS 발행 물량이 많지 않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HMC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2% 증가했고, 같은 기간 KB투자증권은 35%, SK증권은 무려 56%나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채권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익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대형증권사의 ELS 운용 손실은 생각보다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에 대한 녹인이 발생하면서 손실 공포가 증폭됐는데, 똑같이 증권사 입장에서도 ELS 헤지운용 손실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ELS가 앞으로 '계속' 증권사 수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ELS(파생결합사채 포함) 발행금액은 77조원에 육박했는데, 통상 ELS의 만기는 3년이다. 이 때문에 전체 ELS 기초자산의 70%를 차지하는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다면 자체헤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손실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홍콩 H지수는 지난달 9,000선을 훌쩍 넘겼지만 현재는 8,300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종근 기자 (cjk@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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