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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미우나 고우나 지금은 산업은행을 믿어야…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최근 한 산업은행 OB를 만났습니다.

그 분은 “안그래도 남한테 싫은 소리 듣는 구조조정 업무를 하고 있는데 월급 많다, 능력 없다 욕 먹으면 일할 맛이 나겠느냐”며 “그래도 가슴 속에 조국을 담고 있는 후배들인데 일할 땐 일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구조조정 능력이 없다, 금융공기업 연봉 톱이다, 방만 경영이다, 낙하산 내려 보내려고 계열사만 늘린다, 감독 부실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

연일 산업은행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조선, 해운업의 불황이 산업은행 탓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연봉을 깎아라", "지점을 줄여라"는 등 처벌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됩니다.

산업은행에 가장 큰 현안은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입니다. 최근 비난은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책임처럼 비춰지지만 사실 그 뒤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성과보상제 도입 성과를 올리려는 정부의 밑그림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세금 지원 받아 자본확충 하려는 기관이 왜 그렇게 연봉을 많이 받느냐. 그러니 성과보상제를 강력하게 도입하라.

정부 입장에서는 성과보상제 도입을 통해 노동개혁 성과도 올리고, 이를 명분으로 자본확충을 하고, 그 자본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맹비난을 받으며 긴축을 하게 될 겁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 자본확충이 필요한 건데 마치 산업은행 좋으라고 돈 달라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방만 경영과 구조조정 실패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산업은행은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처음 구조조정 전담부서를 만든 이래 대우그룹, LG카드, 금호그룹 등 굵직한 구조조정은 산업은행의 몫이었습니다.

그동안 구조조정이 모두 성공적이었느냐고 한다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구조조정이 시작된지 수년이 지나도록 산업은행 품안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수십개입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대기업 여신을 꺼리면서 산업은행 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의 한계 때문입니다.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금지원이 가능합니다. 반면 권력의 의지에 따라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방치 될 수 있습니다.

STX조선 구조조정을 4년째 수조원을 쏟아 부으며 하고 있는데 회생 기미도 안 보입니다. 대형 조선사가 무너지면 지역 여론이 흉흉해진다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결과입니다.

대우조선이 난데 없는 자원외교를 하고 저가 수주에 앞장서는데 산업은행은 낙하산만 하나 내려보냈을 뿐 감독하지 못했습니다. 더 강력한 낙하산들이 대우조선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 관계자가 “우리가 구조조정에 실패했다고 비난한다면 그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실행만 했을 뿐 실제 의사결정은 더 윗선에서 이뤄진다”고 말하는 것을 그저 변명이라고만 듣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기업들이 채권단이 아니라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변화도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기업에 대해 시중은행이 보유한 여신은 11%에 불과합니다. 해운사들은 훨씬 더 큰 금액을 회사채로 조달했습니다. 채권단이 보유한 여신을 모두 탕감하더라도 구조조정이 불가능 합니다.

원칙대로라면 진작 포기했어야 할 구조조정을 회사채 투자자와 용선주를 상대로 안되면 같이 죽자는 ‘벼랑 끝 전술’을 써가면서 버티는 것은 그나마 구조조정의 사명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 인프라가 매우 취약합니다. 정통적인 M&A나 법원 회생을 통한 구조조정이 쉽지 않습니다.

교수 출신 전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밖에서 봤을 때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M&A 시장도 없고 법조 서비스도 취약하고 해서 산업은행이 다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과 같이 채권단 주도 방식만 존재하는 구조조정 인프라는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 코 앞에 닥친 구조조정은 결국 산업은행이 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산업은행은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십수년의 경험을 가진 130여명의 구조조정 전문가가 포진한 조직입니다. 또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인력도 300여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면 구조조정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자구책 느슨하게 받아주고, 추가 자금 지원해주면 본인 임기 동안은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진행을 하면 '저승사자'라고 비난만 받고 향후 감사를 통해 징계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나중에 구조조정 결과에 대해 가타부타 평가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구조조정을 한창 진행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흔들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흔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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