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현장+]면세점 바닥에 물이?...준비 없던 두산의 준비 안된 면세점
이대호 기자
"좁다"
두산이 지난 20일 문을 연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개장 첫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브랜드 관계자 아니면 기자들이었는데, 그들의 입에서는 "좁다", "헷갈린다"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 "7층이 1층이에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위치한 두타면세점은 7층을 D1층으로 표기한다. 쇼핑몰과 차별점을 두기 위한 전략이지만 오히려 헷갈린다는 반응이 많았다. |
두타면세점은 동대문 두산타워 상층부 7층부터 모두 9개 층을 쓴다.
총면적은 1만 6,825제곱미터로 작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비슷한 면적을 4~5층으로 소화하는 다른 면세점과 달리 두타면세점은 9개층에 걸쳐 있다. 각 층별 면적이 훨씬 좁다는 뜻이다.
두타면세점은 7층을 D1층이라고 표기한다. 기존 8층은 D2층, 9층은 D3층이 되는 식이다. 두산의 이니셜 'D'를 활용했다고 한다.
아래층 오피스·쇼핑몰 등과 차별점을 두기 위한 전략인데, 오히려 더 헷갈린다는 평가다. 기자단 투어에서도 계속 "그래서 여기가 몇층이냐"는 물음이 터져나왔다.
▲ 바닥에 물 샌 자국?
두타면세점 D7층 D9층 엘리베이터 앞 바닥. 누수 현상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바닥 마감 상태가 불량해 보였다. |
일부층 바닥 마감이 매우 부실했다. 누수 현상이 일어났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값 비싼 대리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면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쇼핑몰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지만 면세점에 썩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D9층 토산품 매장과 D7층 영패션 매장 바닥이 특히 그러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파는 매장은 홀대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다른 층 매장에는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두타면세점 D7층과 D9층 국산품 중저가 매장 바닥 상태가 상대적으로 더 나빴다. |
▲ 낮은 천장, 거울로 극복...면세점에 공장식 인테리어?
두타면세점 낮은 천장. 두산은 조금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기 위해 천장을 거울로 꾸몄다. |
두타면세점 대부분 매장은 기존 사무실 자리였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천장 층고가 매우 낮았다.
두산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천장에 거울을 달아 답답한 느낌을 완화시키려 했다. 그러나 다른 면세점을 가 본 사람이라면 낮은 천장에서 오는 답답함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두타면세점 일부 천장은 이렇게 '노출식 인테리어'로 돼 있다. 고급화가 핵심인 면세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
특히 노출된 천장 마감재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인더스트리얼, 노출 스타일도 하나의 인테리어 방식이긴 하지만, '고급화'를 추구하는 여타 면세점의 전략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이 카페나 일반 쇼핑몰이었다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 명품 없는 면세점
명품 패션 매장이 들어설 D5층. 아직 통째로 공사 중이다. 두산 측은 오는 8월이면 이곳도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
명품 패션 브랜드가 들어설 D5층은 통째로 가려져 있었다. 오는 8월경이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이번 개장이 '프리오픈'인 것을 감안하면 실망보다 향후를 기대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다만,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빅3 브랜드 유치 소식은 없었다.
또한 초고가 명품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쟁사들이 대중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 몇개는 갖춰 놓고 문을 연 것과 크게 비교됐다.
▲ 개장일 연기까지 한 건데...
두산은 면세점 개장일을 이틀 연기하기도 했다. 개장을 미루면서까지 준비할 시간을 더 가졌다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두산의 개점 연기는 신세계디에프가 '특허 취득 후 6개월 내에 문을 열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기 위해 지난 18일 프리오픈을 단행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앞서 작년말에 프리오픈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도 6개월 내 개장을 하기 위해 밤샘 공사를 펼친 바 있다.
두산 측은 '6개월 이내'라는 것은 특허 취득일로부터 6개월 안에 '개장 준비'를 마치면 된다는 뜻이라며, 관세청으로부터 지난 17일 특허장을 교부 받았으므로 실제 개장일은 업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의 이같은 설명에 한 면세점 관계자는 "그럼 어떻게 해서든 개장일을 맞추려고 고생한 우리는 바보냐?"고 되물었다.
▲ 믿을 건 송중기
두타면세점 D3층 '태양의 후예관'. 두산은 '송중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두타면세점은 송중기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한국과 중국 고객 모두에게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또한 두타면세점 D3층에 '태양의 후예관'을 마련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 모형을 설치했고, 송중기 등신대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도 만들어 놨다. 두타면세점에서 가장 볼만한 곳이 이 세트장이었다.
다만 이곳은 '임시관'이다. 약 6개월 정도 선보일 예정이고, 명품 브랜드 입점이 확정되면 매장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두산 측은 설명했다.
개장 초반 '명품 없는 면세점'을 '송중기 효과'로 얼마나 커버할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 면세점 준비 없던 두산?
작년 9월, 두산그룹이 갑자기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전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두산은 과거 OB맥주, 소주 처음처럼, 버거킹, KFC, 두산동아 등을 모두 매각하는 등 유통사업을 접은 바 있다.
장기간 면세사업을 준비해왔다면 2015년 상반기에 펼쳐진 '신규특허전'에 도전했을 터.
불과 반년 전 '신규특허'에는 도전하지 않다가 롯데면세점(호텔롯데)과 워커힐면세점(SK네트웍스)이 '재승인'을 받는 성격의 특허전에 뛰어들었으니 의구심이 더했다.
면세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회장님이 '우리 면세점 사업 할 거니까 준비하라'고 해서 그때부터 실무 준비가 시작됐다"며 두산의 특허 취득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 매출 6,000억원 롯데 특허 빼앗은 곳인데...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천우 두산 부사장은 "아직 면세점 내 모든 매장이 문을 열지 않아 매출 수치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첫해 매출 목표 5,000억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인한 것이다. 앞서 매출 5,000억원 목표치도 지난해 특허를 취득한 면세점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었다.
두산의 이런 '준비 안 된' 모습은 이곳이 매출 6,000억원대 면세점의 특허를 빼앗아 간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씁쓸하다. 두산이 지난해 11월 취득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는 기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것이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6,112억원. 1년 사이 26.79% 급증할 정도로 성장세도 가팔랐다.
특허전을 두고 뒷말이 많았지만 어찌됐든 두산은 특허를 취득했고, 그룹 상징이기도 한 두타에 면세점을 열었다.
두산은 이제 증명해야 한다.
사람들이 "두산이 특허를 어떻게 따냈을까" 의심하기 보다 "이래서 따냈구나"라고 감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두산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풀어야 할 난제이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