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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옥시·김앤장도 수락한 피해보상, 롯데마트는 왜 거부했을까?

이대호 기자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피해여부 확인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깊이 사과 드립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늦추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4월 18일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의 말이다. 그러나 그 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해 5년만에 나온 공식사과.

당시에도 그랬지만 한달 반 가량이 흐른 지금도 롯데의 진정성은 큰 의구심을 낳고 있다.

▲ "롯데 최고경영진, 김앤장도 수락한 피해보상액 지급 거부"

"롯데 최고경영진이 비토를 놓은 거죠."

법조계 어느 인사의 말이다.

지난 4월 22일 법원의 강제조정에 롯데마트가 '이의신청'을 낸 것을 두고 큰 비난이 일었다. 공식사과 때는 적극적으로 보상할 것처럼 말해 놓고 뒤에서는 실리를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원 강제조정에 앞서 피해자 측과 롯데마트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이 보상 규모에 잠정합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이 옥시 합의 사례를 기준 삼아 롯데마트와 피해자 사이 보상안을 마련했고 롯데 실무진도 받아들였는데 이를 롯데 최고경영진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롯데가 자율적 합의는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법원 강제조정은 따를 것으로 예상했던 관계자들은 롯데 최고경영진의 이같은 비토에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결국 이 케이스는 합의, 강제조정에 모두 실패하고 법원 판결을 향해 법정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오히려 롯데는 '역주행' 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재판에서 롯데는 다시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해 보상은 커녕 이 사건을 원점으로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자체 피해보상 전담팀에서 주도적으로 피해 보상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 중"이라며, "최고 경영진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반박했다.

▲ 롯데에게는 아직도 '얼마인지'가 중요할까?

롯데가 밝힌 보상 재원은 100억 원. 알만한 사람들은 "턱도 없는 금액"이라고 잘라 말한다.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두 가족 합의금만 그 금액의 20%에 이르기 때문이다. 롯데 PB상품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공식 판정된 사람만 16명이다. 정부의 피해자 3~4차 접수를 감안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사건에 정통한 관계자는 "롯데는 이 건이 다른 소송의 기준 금액이 될까봐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라며, "옥시 수준의 보상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100억원 보상의 의미는 말 그대로 보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금액이지, 100억원으로 보상을 마무리 하겠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 옥시, 검찰 수사 전 적극 보상...롯데, 검찰 수사 수위를 지켜보겠다?

옥시가 검찰 수사 직전에 보상금을 대폭 올려 피해자 합의를 서두른 것을 두고 많은 비난을 받았다. 돈으로 입을 막는다는 지적에서다.

롯데는 그 반대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된 뒤 오히려 기존에 진행 중이던 보상금 협의도 중단했다. "보상 기준 마련이 먼저"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무엇이 옳은 방식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먼저 보상을 적극 실행하고 그것을 합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노력은 롯데에게 보이지 않는다.

'보상 기준' 또한 검찰 수사 결과 수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라는 점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보상 기준이 마련되는 시점도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롯데가 '자체적인 보상 기준'을 운운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명분이 적다는 지적이다. 어차피 피해 연관성은 정부가 등급 판정을 통해, 위자료와 일실이익 등 가액은 법원에서 일정 기준에 따라 조정을 해주기 때문이다.

▲ 검찰 소환조사, 민사소송 본격화...이제 롯데는?

신현우 전 옥시 대표를 비롯해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5명을 구속시킨 검찰의 칼끝이 이제 롯데마트를 향하고 있다. 이미 롯데마트 실무자들이 조사를 받았고 전 대표이사들의 소환도 예상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의 집단소송뿐 아니라 개별 민사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그룹 혹은 신동빈 회장에게 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슈를 롯데마트에 국한시키려 애쓰는 모습도 눈에 띈다. 롯데마트는 롯데쇼핑 법인의 한 사업부문일 뿐이다. 롯데쇼핑은 마트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롯데아울렛, 롯데슈퍼마켓, 롯데시네마 등을 운영하는 자산 규모 40조 원의 초대형 기업이다.

롯데가 정말 이런 상황에서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거라 믿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퇴출 위기에 몰린 옥시가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 롯데보다 피해자 보상에 더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를 넘어 슬픈 현실이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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