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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대기업까지 퍼주기式 IPO..대수술 언제하나

이민재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민재 기자]
○...거래소의 구애 "상장하면 상속에 좋아요"

"외부자금 조달이 수월합니다. 차입금의 이자가 높고 차입 여력이 작은 기업도 상장의 필요성이 증가합니다. 상장사 임원들의 금융 비용도 줄어드는데, 가산 금리가 낮습니다."

지난 3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비상장 우량기업 상장 설명회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 상장유치팀 관계자가'코스피 상장을 통한 점프 업'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코스피 시장 상장 절차를 밝고 있는 ‘두산밥캣’을 비롯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 실무자 등 기업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자 부담 없는 대규모 장기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최근 5년간 기업공개(IPO)를 볼 때 평균 4천억원의 신규자금을 조달했다"며 "상장 이후 일반 공모 증자 등을 통해 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지배구조 개선과 재무적 투자자(FI)의 자금 회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상속 증여세 감소, 상장 후 매각 등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사회적 기업으로의 성장 △임직원의 사기 진작 △소액주주 양도소득세 면제 △신주 모집절차 간소화 등 상장의 잇점도 열거됐다. 경영권 승계나 상속증여와 같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까지 공론화한 상황. 이즈음 되면 상장은 기업들에게 '이시대 최고의 선물 보따리'인 듯 하다.

가득 자리를 메운 기업과 증권사 관계자를 볼 때, 설명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그런데 상장 전 공시 투명성 및 건전성 제고 방안 고려 등이 있을 뿐, 상장 이후 기업으로써 가져 할 책임 등에 대한 설명은 말 그대로 미미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담당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회사로 돌아갈지 의문이다.

상장 기업이 늘어날수록 우리 증시가 외양적으로 풍성해지는 측면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들이 상장 이후 주주 환원 정책은 커녕, 소통 없는 일방적인 자금 조달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런 기업이 많아지면 투자자들이 이탈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시장은 위축된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코스피 25여개사, 코스닥 140여개사 등이 상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다다익선(多多益善)을 강조하는 상장 정책은 지주사전환, IPO 달성이라는 거래소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호소하기 위한 오버, 즉 과장법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주문형 IPO 규정 손질..시대착오형

오는 29일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호텔롯데'의 경우, 한국거래소가 보호예수제도 합리화라는 상장 규정 시행 세칙 개정을 시행해 '대기업 모시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6개월간 의무보호 예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5% 미만 주주뿐 아니라 5% 이상 주주도 예외를 두기로 한 것이다. 호텔롯데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동의 얻지 못할 것이란 우려해 한국거래소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스닥과 코스피, 코스닥 시장을 저울질 할 동안, 마음 급한 한국거래소는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으면 상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수정했다. 대형 성장 유망 기업은 재무 안정성 등만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이후 계속해서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는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9천억원 흑자 전환 것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하면서 발생한 처분 수익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이유인데, 삼정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았다고 하지만 상장 직전에 수익을 장부에 반영한 것은 공모 흥행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에버랜드와 SDS 그리고 두산엔진 등 거래소의 특혜를 입으며 상장한 재벌 계열사는 한둘이 아니다. 거래소측은 이에대해 "상장을 하면 투명성이 높아져 시장과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코스피 시장에서 IPO 공모 금액 중 구주 매출의 비중은 2012년 68.3%, 2013년 22%, 2014년 80.1%, 2015년 52.3%로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즉, 최대주주 측이 상장을 통해 많은 자금을 얻어갔다는 것이다. 대주주가 상장으로 큰 이득을 얻고 있지만 양보한 내용은 극히 미미하다.

상장을 베푼 거래소가 시장과 투자자, 소액주주를 위해 대기업과 그 대주주들의 양보를 얻어내야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했다. 그저 IPO만 해주면 감지덕지라는 저자세에 머물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거래소는 기업에 대해 사실상 갑(甲)의 위치다. 그런데 상장사를 갑으로 떠받는다. 시장과 투자자를 배려해야하는 거래소는 기업과의 균형된 관계를 설정하면서 상장을 진행하는 게 맞다. 주관사인 증권사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균형을 찾아주는데 있다.

지금과 같은 우량상장사 모셔오기, 무제한 퍼주기 방식의 상장은 기업들의 책무를 소홀하게 취급할 수 밖에 없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채 상장사로 변모한 기업과 그 대주주의 왜곡된 인식은 후유증을 수반하게 된다.

이랜드그룹은 그간 핵심 계열사의 상장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다 그룹의 자금사정이 이전같지 않고 또 사업상 목돈이 필요하게 되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은행(IB) 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하기 싫은데 어쩔수 없이 하긴 하겠다'는 표정이 감지된다. 이랜드 계열사는 시장과 소액주주에게 모범적인 상장사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발행 주식의 절반이나 되는 유상증자를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는 ‘삼목에스폼’, 반기문 테마주인 '보성파워텍'의 680억원 유증 등은 주주들 보다는 자금 조달의 효율성만 초점을 맞춘 결과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과 우량기업 상장은 차별화해야

굳이 창조경제라는 거창한 구호를 꺼내지 않더라도 지금의 저성장과 고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 중소기업을 육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이들 스타트업과 중기들의 든든한 우군으로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자리 잡아야한다는 명제는 너무 소중하다. 그 한복판에 IPO가 위치할 수 밖에 없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원활하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제때 엑시트하는 선순환은 창조경제 생태계를 위해 꼭 필요한 대업이다. IPO와 자본시장의 역할이 그만큼 큰 것이다. 국회,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거래소가 머리를 맞대야한다.

이런 우리사회의 공감대를 대기업과 중견기업까지 여과없이 적용하는 건 번지 수를 너무 크게 잘못 짚은 꼴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민재 기자 (leo4852@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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