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현장+] 연기금ㆍ운용사는 지금 주총 의결권 논쟁 중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충우 기자]
최근 법원 판결을 계기로 지난해 국민연금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투자행태로 손실을 자초했다는 논란에 다시 휘말렸다. 이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국민연금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기보단 외부 전문위원들에 위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관투자가 의결권행동강령,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연기되면서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주총 의결권 행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권한, 전문위에 넘겨라"
삼성합병 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주체를 두고 격론을 벌였던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회의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합병 결정 전후로 보여준 국민연금의 매매행태와 찬성 의결권 행사에 대해 며칠전 법원까지 나서 '문제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계와 노동계, 시민단체 인사로 구성된 국민연금 자문기구인 의결권전문위원회는 지난 삼성합병건을 계기로 전문위 요청시 특정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겨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기존 의결권행사지침에는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애매하거나 어려운 안건을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가 전문위원회에 찬반결정을 위임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전문위원회가 중대안건을 선택해 찬반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해달라는 것.
이같은 내용의 의결권행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한지 반년이 넘도록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장조차 되고 있지 않다며 일부 전문위원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한 전문위원은 "간사인 복지부측에서 추가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위원들은 기금위에 안건 상정이 계속 미뤄질 경우 향후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연..."상장사 의견 더 수렴해야"
특정 주총안건에 대한 논란에 휘말리긴 했지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정도는 국내 운용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 주총안건에 대한 반대비율은 10%에 달하는데 국내 운용사들의 평균 반대율은 2.2%로 지난해보다 더 낮아졌다.
주총에서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운용사와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의결권행동강령인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기관투자가는 의결권 행사 원칙을 마련해야하고 원칙에 반하는 결정을 했을시에 이유까지 공시해야 한다. 소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가에 부담으로 작용해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하지만 재계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업계 의견수렴을 이유로 스튜어드십코드는 지연되는 모습이다. 당초 상반기 안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 안에 도입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3일 상장사들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제도도입을 제고해줄 것을 건의했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활용해 상장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친기업 의결권자문기구 등장하나...논쟁 가열 전망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지연되면서 격론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의결권 자문기관은 최근 반대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일수록 주요펀드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뛰어나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주요기관투자가들의 반대율이 형편없다는 평소 주장을 넘어 수익률까지 문제삼고 나선 것.
또 다른 의결권 자문기구가 발표한 올 주총 안건반대권고 비율은 18%에 달한다. 이에 대해 재계 측은 기존 의결권 자문기구 성향이 반기업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새로 출범이 예정된 한 의결권 자문기구에는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등 각종 협회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친기업 의결권자문기구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의결권 자문기구 성향을 둘러싼 논쟁은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충우 기자 (2think@m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