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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현대상선 숨막혔던 용선료 협상 뒷 이야기…4년간은 문제 없어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영국계 선주사 조디악이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합의서에 사인을 한 건 10일 오전 11시.

이미 모든 사람들은 협상이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협상팀은 조마조마하게 조디악의 펜 끝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 불과 3시간 전까지 말입니다.

현대상선이 명운을 걸고 넉달간 진행한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서 경영정상화의 조건을 모두 갖추게 됐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던 현대상선은 앞으로 4년 동안은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생존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지난 2월 처음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만들 때 목표했던 용선료 인하폭은 20%였습니다. 용선료 인하의 전례가 없어 큰 기대는 할 수 없었지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용선료 협상팀은 오히려 인하폭을 30%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 할인이 목표인데 20%를 할인하자고 했다가 깎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깎으면 좋고 못 깎아도 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목표치인 30%를 힘겹게 고수하고 있는데 28%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용선료 협상이 차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선주사들은 입장을 바꿨습니다. 추가적인 인하를 요구한 겁니다. 최종 협상치인 21.2%보다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아쉬운 대목입니다.

용선료 협상에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1조 2500억원의 현대증권 매각 자금입니다.

해외 선주사들은 용선료를 인하할 경우 받게 될 주식과 채권이 보전될 수 없을 거라고 우려했습니다. 용선료를 깎고서 주식, 채권을 받았는데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가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주사들은 3년 6개월분의 용선료 2조 5000억원 중 인하분 5300억원을 주식과 채권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주식은 곧장 팔아서 현금화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년 6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용선료 인하분의 채권은 6년 6개월, 이후 만기가 되는 용선료는 8년이 지나야 원리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망할지 내일 망할지 모르는 현대상선을 믿고 8년이나 기다릴 수 없는 겁니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을 비싼 값에 매각하고 9천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손에 쥐자 선주사들의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확보한 유동성을 빚 갚는데 쓰지 않고 운영자금으로만 쓰겠다고 선언하며 현대상선이 생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9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자 협상에 부담을 주던 밀린 용선료도 오히려 좋은 카드가 됐습니다. 협상팀은 만약 용선료를 인하해주지 않으면 밀린 용선료도 안 갚고 법정관리를 갈 것이라고 밀어붙였습니다.

반대로 용선료를 인하해주면 밀린 용선료는 바로 상환해주겠다고 설득했고 너무 오래 밀린 용선료는 먼저 갚아주며 달래기도 했습니다.

현대상선의 절박함은 담보채권자인 선박금융사와의 협상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선박을 담보로 잡은 선박금융사들은 원금에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에 소극적이기 마련입니다.

현대상선은 절박한 상황을 십분 활용해 국내 선박금융 7600억원에 대해서도 3년간 상환 유예를 받아냈습니다.

채권단 채무 1조 3898억원의 출자전환 및 5년 상환유예, 회사채 8043억원 출자전환 및 2년 상환유예. 용선료 5300억원 인하. 선박금융 7600억원 3년 상환유예. 현대상선의 회생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을 분담한 내역입니다.

현대상선은 자체적으로는 2013년 사업부, 계열사 등을 팔아 이후 4조 3000억원을 확보했고 대주주도 3005억원을 지원했습니다.

다음달 15일 현대상선은 임시주주총회를 엽니다. 안건은 대주주 지분을 7:1로 감자해 소각하는 안건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대주주인 현대계열의 지분율은 22.6%에서 1.4%로 줄고, 채권단은 0%에서 40%로 늘어 새로운 대주주가 됩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진 교체, 조직 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초대형, 고효율 선박 신조 등 선대 개편을 포함하는 중장기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해 관계자들의 고통분담과 자체적인 뼈를 깎는 노력으로 현대상선은 새 삶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어깨를 무겁게 했던 5309%의 부채비율도 이제 226%로 개선될 예정입니다. 해운업황은 여전히 어렵지만 훨씬 가벼운 몸으로 거친 파고를 해쳐나가길 기대해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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