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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무너진 산업은행의 자부심…이동걸 회장 의지가 궁금하다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흔히 얘기하는 '낙하산'입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수장이지만 정책금융 경험은 없습니다. 취임 전부터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지지선언을 이끈 공로로 산업은행장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공공기관의 수장이 정권과 인연이 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조직의 수장이 실무자 수준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의지가 있는 인사가 현실에 안주하기 쉬운 공공기관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또 정책을 이끌어 나갈 힘이 있는 정부, 정치권과 대외적인 소통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동걸 회장이 구조조정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역량은 국내 최고입니다.

산업은행이 대외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이 최근 부실을 일으킨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산은처럼 역량을 가진 곳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동걸 회장의 역할은 조직원들이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복돋우고, 이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대외 기관과 조율하는 일입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현직인 저희 책임이 무겁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며 산업은행 부행장들과 함께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산업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보며 국민의 곳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6대 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반성은 사고에 대한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이 있을 때 진정성이 있습니다. 이동걸 회장이 밝힌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동걸 회장은 “돌이켜보면 경기 사이클과 거시적인 안목 부족으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던 점이 매우 컸다”고 말했습니다. 재발방지를 위해 구조조정 지원 특별 자문단을 신설하고 산업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사부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낭비된 원인을 단순히 산업은행의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지나치게 안일한 분석입니다.

시중은행이 모두 STX조선 지원을 꺼릴 때 산업은행은 끝까지 지원한 것이 조선업에 대한 전망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대우조선이라는 기업이 좋아보여서 산업은행 혼자 4조 3천억원을 쏟아 부은 것도 아닙니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지연된 근본적인 원인은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의 한계와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과잉지원’입니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개선하려면 법원 회생 제도 보완과 민간 구조조정 시장의 활성화 등 구조조정 인프라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또 과잉지원을 원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전문가들의 판단이 실제 금융정책에 반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산업은행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제도 개선은 정부에, 정무적 판단은 정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관철시켜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일은 구조조정 전문가인 실무진들이 아니라, 조직의 수장인 이동걸 회장 본인이 외롭게 추진해야 할 일입니다.

산업은행의 독립성을 묻는 질문에 이동걸 회장은 “본질을 벗어난 논쟁을 원치 않는다”며 “젊고 유능한 후배들이 언젠가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23일)은 이런 이야기를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회피했습니다.

사과를 하기 위해 만든 자리인데 책임을 다른 쪽(정부, 정권)에 돌리는 듯한 장면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임직원들의 처우를 낮추고,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는 형식적인 혁신안은 궁금하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조정을 산업은행의 수장인 이동걸 회장이 헤쳐나갈 의지가 있는지, 각오가 듣고 싶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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