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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타도 여론→국회→금융위...계륵된 공매도 공시

박지은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박지은 기자]
공매도 공시 내역이 처음으로 공개된 지난 5일 오후 6시. 공시 정보가 게시되기로 했던 한국거래소 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새로고침을 누르고 또 눌러도 미동조차 없는 화면에서는 투자자들의 공매도 공시에 대한 관심만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확인한 공시 내용은 허무했다. 허무함은 당연 기자보다 개인투자자가 더 컸을 터. 평소 취재원으로 알고 지낸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공시가 공개되자 "말도 안된다"고 짧게 평가했다.

시행된 공매도 공시 제도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공매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매도 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잔고를 0.5% 이상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고작 20명도 안된다.

투자자별 공매도 잔고가 정확히 얼마인지도 현 제도로는 알 수 없다. 공매도 잔고가 1%든, 5%를 공매도 잔고를 0.5%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점만 공시할 뿐이다.

장장 2년이 넘게 걸려 자본시장법에도 명시한 공매도 공시제도가 '계륵'이 된 이유는 하위 규정을 만든 금융위원회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먼저 공매도 잔고 비중이 0.5% 이상인 투자자가 20명도 되지 않는 것은 헤지펀드 등이 공매도에 투자하는 방식과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차입공매도를 해야하는 국내 증시에서 헤지펀드는 직접 공매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주고 수익만 스왑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관련 거래까지 법적 테두리에서 규제하려면 정교한 인프라가 필요한데, 전 세계적으로 아직은 미비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별 보유 잔량까지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포지션 전략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관련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80조3 1항) 조항에 따르면 공개가 가능하지만 포지션 노출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금융위는 고려해야 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포지션을 까려했지만 국내외 형평성이나 해외투자자들의 위세 앞에 진도를 낼 수 없었던 담당자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안쓰러울 정도다.

하지만 실패한 정책의 책임자로 떠오른 금융위는 억울한 입장이라고 말한다. 의원발의를 통해 통과된 법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규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공매도 공시제도가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을 보면 금융위의 입장도 일부 이해가 간다. 공매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데 걸린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매도 공시제도가 처음 발의된 2014년2월 이후로 안건 통과가 이뤄진 올해 3월까지 19대 국회에서는 관련 안건이 상정된 회의를 총 10번 이상 개최했다. 그러나 다른 수십 개의 안건도 함께 상정된 탓일까. 이중 딱 4번의 회의에서만 공매도에 대해 언급한다.

그나마도 한번은 법안을 발의한 후 첫 상정된 전체회의에서 김종훈 전 의원의 설명이었고 이후에는 대부분 수석전문의원의 "공매도 공시 제도가 타당하다"라는 말뿐이다. 어디에도 공매도 공시제도의 실효성을 지적한 발언은 없었다.

때문에 일부 시장관계자는 공매도 공시제도가 일종의 정치적 포퓰리즘에 불과했다고 설명한다.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내세워 무책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매도 공시제도가 당시 여야가 각각 내놓은 법안을 서로 합의 조정하는 데 쓰이는 카드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제도 도입을 주도했던 의회에서 공매도 공시제도가 시행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현실적으로 공시제가 가지는 한계 등을 미리 논의했다면 제도 시행에 따른 시장의 오해나 부작용은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계륵도 못된 공매도 공시제도에 개인투자자의 책임은 전혀 없을까.

공매도가 대부분 모든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는 투자전략이라는 점을 외면한 채 '무조건 없애야 한다',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는 식의 다소 감정적인 여론은 국회가 공매도 공시제도를 별 논의 없이 손쉽게(?) 통과시킬 수 있었던 배경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공시제도를 통해 우리 시장이 다시 한 번 더 배운 점은 여전히 공매도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고민하지 않았던 국회, 책임을 피하려 했던 정부, 공부하지 않았던 투자자가 변하지 않으면 투기성 짙은 공매도 세력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지은 기자 (pje35@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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