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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외국인이라 안돼요"…신용카드 발급 어려워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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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신용카드는 3.4장 수준인 반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1장도 발급받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금융회사 창구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카드 신청조차 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요, 문제가 뭔지 짚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경제금융부 이수현 기자 나와있습니다.

< 리포트 >
1.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신용카드를 발급받기는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설명해주시겠어요?

네 한국에 장기 체류하면서 실제로 삶의 기반이 한국에 있는 외국인의 경우에도 신용카드를 발급받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외국인도 체류기간에 따라, 직업이나 지위에 따라 여러 분류가 있을 수 있는데요. 금융회사 창구에서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신용카드는 발급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11년 째인 카림 퀴델 씨의 인터뷰 잠깐 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카림 퀴델 / 디렉트옵틱 대표
"한 은행은 제게 외국인은 믿을 수 없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은행은 제가 외국인이 때문에 거래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마다 말은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매우 우려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도 절차가 까다로운 건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회사 창구에서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신용카드 신청조차 되지 않는 건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실제로 카드사들을 조사한 결과 신용등급이 없는 외국인의 경우에는 예적금을 담보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00만원 예금이 있다면 5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만들어주는거죠. 그런데 이마저 전업계 카드사에선 은행의 예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고요, 만약 신용등급이 있다면 내국인과 같은 심사 과정을 거쳐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도 부분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내부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정작 금융회사 창구에서는 내부 지침이 전달되어 있지 않고, 지점마다 차이가 있어 외국인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장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거죠.

2. 외국인도 여러 분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않고 해외로 도피할 우려도 있지 않을까요? 또 체크카드는 쓸 수 있는데 외국인들이 신용카드를 쓰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는 뭔가요?

한국 국적이 없다고 해서 모든 외국인을 금방 떠날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관광 목적으로 잠깐 머무는 외국인과 10년, 20년 한국에 살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예 다른 분류가 필요할 것 같고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신용카드 한도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아예 발급 자체가 안되는 건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글로벌센터에도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있는데요, 서울시 글로벌센터장 인터뷰 함께 보시겠습니다.

[인터뷰] 폴 카버 / 서울특별시 글로벌센터장
"신용카드 받으려고 할 때 아예 받지 못하거나 받아서 한도 낮거나 담보 미리 세워야 받을 수 있으니까 쉽지 않고요.지점마다 받는 정보 많이 다르니까 사람들이 혼란스럽죠."

또 신용카드 발급 자체가 어려운 현실은 불법 신용카드 사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는데요, 예를 들어 비행기나 호텔을 예약할 때, 온라인 결제시스템에 등록할 때는 신용카드 정보가 필요한데 외국인 본인 명의의 카드가 없으니 한국인 배우자나 친구의 신용카드를 빌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멀쩡히 사업을 하고 있고 성실히 세금도 내고 있는데, 남의 신용카드를 빌려야 하는 신세가 되는거죠. 국내 신용카드에서 제공하고 있는 할부거래나 현금서비스 등을 이용 못하는 건 당연하고요.

특히 한국에 삶의 기반이 있는 외국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고국에 가도 신용카드를 발급받기가 어렵습니다. 왜냐면 모든 재산이나 사업 기반, 금융거래 기록 등이 한국에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대 중반에 한국에 들어와서 1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일한 경우 고국에는 고용 기록이나 금융거래 기록 등 아무 기록이 없겠죠. 이런 외국인의 경우엔 양쪽 사회에서 모두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또 이걸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 안에서도 분명 경제활동인구인데도 그림자처럼 어두운 영역으로 남아있게 되는거고요.

3. 정부도 저출산으로 생산인구가 줄어들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살 수 있도록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외국인들의 금융애로도 접근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현재 18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를 차지하고 있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도 이민을 활성화하고 생산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노동개혁의 하나로도 외국 인력 활용 강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중장기 외국인·이민 정책 방향을 올해 안에 수립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관광활성화 정책도 매년 업데이트되고 있는데요, 민간 기업들 역시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력에 주목해왔습니다. 카드사들도 외국인 특화 체크카드를 속속 출시하는 등 외국인을 타겟으로 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외국인이 새로운 노동 인력이자 내수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소비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정작 그들의 금융애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아이러니한 점입니다.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경제생활, 그 중에서도 금융거래의 기본인 신용카드 발급조차 어렵다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신용카드를 많이 갖게 된 건 정부 주도로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신용카드 발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죠, 실제로 민간 소비가 대폭 늘기도 했고요.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늘려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이 1인당 1장의 카드만 발급받아도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나 관심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4. 국가 정책 차원으로 외국인들의 금융애로를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네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사회에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일이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보편적이었는데요, 반면 금융당국이나 카드사들과 얘기해보면 제도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다들 그 외국인이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거다, 뭘 잘 모르는거다. 이런 식이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외국인을 뭘 믿고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냐, 내국인과 같은 조건이어도 한도 차이가 크고 실제로 한달에 발급되는 건수 자체도 미미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규정을 찾아보면 다 발급이 되도록 되어있는데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워하는 건 이렇게 금융사들의 겉과 속이 다른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인이 해외에 가도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증빙서류를 요구하고 한도를 제한하는 등 까다롭게 하죠. 하지만 그렇게 받은 한도로 매달 성실히 신용카드를 쓰고 갚으면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시간이 지나면 그런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면서 사회에 정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가 외국인에게 그런 합리적인 신용평가체계를 제공하느냐는 질문이 남더라고요. 외국인을 금방이라도 떠날 사람, 언제 도망갈 지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배타적인 사회가 앞으로는 좀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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