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 현장+]"베트남 함께가자" 거래소 삼고초려, 예탁원 끝내 거절

김예람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예람 기자]

한국거래소가 증권시장과 관련 IT시스템 풀세트를 베트남에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은 건 2012년 12월. 최우선협상대상자 후보로 오른 2009년부터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과 협력하면서 노력해온 결과였습니다. 일본, 유럽의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는 증권시장 IT 수출역사에 남을 만한 쾌거로 불릴 만 합니다.

다시 3년간의 준비를 거쳐 올 상반기에는 베트남에 드디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예탁원이 돌연 거래소 측에 불참 통보를 해왔습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당황한 거래소는 '유관기관끼리 오래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시스템을 수출할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을 직접 2번이나 찾아갔습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책정된 예산이 예탁원 입장에서는 부족할 수 있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일단 구축해놓으면 예탁결제 소유권을 예탁원에 넘길테니 다음 해외 수출에 쓰면 좋을 것”이라고 직접 설득했다고 합니다.

거래소가 이번 수출로 받게되는 금액은 총 2,800만달러(320억원). 이 중 10%인 30~40억 원 정도를 예탁원에 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탁원이 이에 대해 '30억 내지 40억으로 인건비나 출장비 등 기본적인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고, 특히 시스템 개발비까지 해서 20~30억원은 적자를 본다'고 판단, 막판에 하차했습니다.

예탁원 고위 관계자는 “예탁결제 전(全) 시스템이 아니고, 그 중 일부인 펀드넷만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데 510만달러(한화 약 58.5억원)을 받는다”면서 금액이 너무 적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은 수출용 증권 시스템을 이미 패키지화해서 만들어놓고 가격경쟁을 하기 때문에 이 흐름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가급적이면 예탁원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내부 의사결정 통일이 안 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예탁원이 현안인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인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베트남 수출에 20~30명에 이르는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웠다고도 전해집니다.

2009년부터 거래소, 코스콤, 예탁원 세 기관은 베트남 프로젝트에 대해 협력해오다가, 2012년 호치민증권거래소와 계약이 최종 성사되자 거래소와 예탁원은 예탁결제 개발 방식과 가격 등에 대해 구두합의에 이릅니다. 그 후 베트남 측에서 거래소에 재해 시에도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계약 변경을 하게 됩니다.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렀고, 유 사장도 2013년 11월에 예탁원 사장으로 새로 임명되게 됩니다.
예탁원이 적자 수주를 내세워 계약을 파기할 만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걸까요.

결국 지난 2월 공식 하차가 결정됐습니다.

이에 대해 예탁원 관계자는 “이전에는 거래소를 돕는 차원에서 7~8명의 인력이 2년동안 기능분석을 했다”며 “하지만 전략적으로 판단해보니, 도저히 적자사업인 것을 착수할 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베트남 프로젝트는 예탁원이 아닌 해외 업체에서 예탁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종 납품은 올해 안에 이뤄질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에서 해외진출은 숙원이지만, 그 누구하나 통쾌한 성공사례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지가 눈앞인데, 일부 적자를 감내하고 통크게 끝까지 함께 할 수는 없었을까요. '왜 적자를 알면서 강행했냐'는 감사원의 닥달이 무서웠던 걸까요.

예탁원 스스로 여러 전략적 판단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글로벌 시장에 한발 내디딜 수 있는 기회를 잡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유재훈 사장은 취임때부터 “예탁원이 독점 분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친시장 기업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예람 기자 (yeahram@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