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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해상운송, 국적선에 맡기자"...이유있는 외침

김이슬 기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입항중인 현대상선 선박. 사진=현대상선>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국내 수출입 물자 50%를 국적선사들이 운송할 수 있게 해달라" 양대 국적선사가 구조조정 파고를 넘는 위기 속에서 해운업계가 내수 거래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완전 개방에 이른 해운시장에서 보호무역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 수출입 화물의 99%는 해상으로 운송됩니다. 하지만 전체 수출입 물자 가운데 국적선이 실어나르는 화물 비중은 고작 10% 수준입니다. 해운항만물류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수출입 화물 총 1,216,781,726톤 중 국적선은 132,771,992톤을 수송했습니다. 국적선 수송 비중은 10년 전인 2006년 18%에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외국선을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운임을 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차적으로 화주들이 원하는 것은 저렴한 운송비일테니까요. 때문에 어느 나라 선사든 상대국에 들어갈 땐 가격 경쟁 때문에 운임을 싸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마치 외국 항공사의 항공권 가격이 국적 항공사의 가격보다 더 싼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국적선이 외면받는 것이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그냥 넘길 수만은 없습니다.

예컨대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일본은 지난해 기준 자국선사 운송 비중이 60%를 넘습니다. 통상 여타 국가들의 국적선 수송율이 20~30%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배 이상 높습니다. 태동부터 국가무역을 위해 해운을 육성해온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국가경제 기여나 국민 편의, 복리 증진 등이 목적이던 우리의 해운업 인식과 사뭇 다른 점입니다.

일본 선사와 화주간 두터운 신뢰관계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값이 싸다고 외국 선사로 이탈하지 않고, 내수 확대 차원에서 상생을 중시했다는 것입니다. 해상 운송을 국적선에 맡기면, 국적선사는 자국 조선에 발주해 해운과 조선의 상생 기틀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은 최근 해운과 조선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동반 위기 극복 방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조적 차이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선 일본과 한국은 선대 격차가 확연히 벌어집니다. 두 나라의 수출입 물량은 12억톤으로 동일하지만, 일본 선박규모는 2억톤이고 한국 선박규모는 8,500만톤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배 이상 많은 선박으로 자국 화물 수송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화물 기준이 아니라 선주가 보유한 선박을 기준으로 봐도 65%가 자국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논외로 하고서라도 국적선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화주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총 12억톤의 물량이 있지만 국적선사가 우리 시장을 공략 못한 이유가 한 두가지는 아닐 테니까요.

해운업계는 무역거래조건(FOB)을 하나의 장애 요인으로 꼽습니다. 간단히 말해 FOB는 수출자가 화물을 수입자가 정한 선박에 넘겨주면 끝인 조건입니다. 우리 화주가 부산항만에서 수출 화물을 넘기면 이후 나머지 운송에 대해선 전적으로 외국의 수입화주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화주가 국적선사에 화물 운송을 맡길 권한이 없습니다.

반면 물자를 수입하는 입장인 국내 에너지공기업도 이 거래 조건이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입장에선 FOB를 활용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가스 도입 시 LNG선박 발주권과 운송 선사 선택 기회를 우리 공기업이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너지공기업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선 공감하지만, 리스크를 전부 떠안아야 해 부담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내수 활성화를 기치로 내건 해운업계는 수출입 화물 절반을 국적선이 수송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구조조정 이슈야 내달이면 마무리되지만, 국가 기간산업의 성장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것이 공통 의견입니다. 이런 일환으로 이달부터 민관 합동 TF가 구성돼 구체적 협력 방안을 짜고 있는 중입니다. 자국 산업 육성이란 명분이 통하는 에너지공기업이 출발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해양산업의 주역들은 서로를 외면해왔습니다. 화주들은 국내보다 해외 선사 운송을 택하고, 선사들은 외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발주하고, 우리 조선소는 자국 선사보다 외국 선사를 위한 마케팅에 집중한 기형적인 구조가 앞으로 바뀌게 될지 관심입니다. 이 모든 고리를 연결하는 금융부문도 중요 섹터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각자 도생했던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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