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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국민은행 감사는 20개월째 '빈자리' ...누가 주홍글씨를 피하랴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KB국민은행의 서열 2위인 감사는 20개월째 공석입니다. 감사는 신뢰가 최고의 가치로 두는 은행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경영진을 고발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중요한 자리를 20개월째 비워둔 것은 낙하산 논란에 적합한 인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본인은 물론 임원들에게도 적합한 감사를 찾아보라고 요청을 한다고 합니다. 감사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누구나 가고 싶어할 것 같은 국민은행 감사를 수행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왜 국민은행은 좋은 감사를 영입하기가 어려울까요?

최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국민은행 감사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자 ‘정피아’에 대한 나쁜 여론이 일면서 감사 선임이 무산됐습니다. ‘피아’의 원조격인 경제관료 ‘모피아’는 일단 실격입니다. KB사태를 정리하며 깊게 관여했던 금감원 출신 ‘금피아’도 안됩니다.

감사원 출신 ‘감피아’도 안되고 경영진을 감시하는 자리인 만큼 경영진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는 ‘내부출신’도 안됩니다. 제일 무난한 직군은 ‘교수’지만 교수도 국민은행 감사는 안됩니다. KB사태의 주요 요인 중에 하나가 사외이사 중 교수출신 비중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개인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두고 평가를 하면 몰라도 출신을 기준으로 적합한 사람을 찾으려면 대한민국에 누구도 그 자리에 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공직자의 재취업에 대한 깐깐한 법규가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깐깐한 규정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공직자 재취업의 '묻지마'식 금지입니다.

최근 생명보험협회는 금융위원회 과장 출신 송모씨가 전무로 내정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제까지 관료 출신들이 맡았던 생명보험협회장은 세월호 사태 이후 민간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습니다. 나머지 손보협회,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도 민간 출신이 입성했습니다.

생보협회는 회장을 민간 출신이 맡게 되면서 대외 업무를 담당할 전무직을 신설했습니다. 하지만 한번도 임명을 못했습니다. 이유는 국민은행 감사와 마찬가집니다.

협회는 정부, 국회 등 대외 기관과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재가 필요한데 공직자는 무조건 안된다는 왜곡된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여론에 편승해 내부 출신들끼리만 협회를 지배하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생보협회 전무에 내정된 송 전 과장은 재무부(현기획재정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고 보험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습니다. 이후 금융위 인사팀장, 감사담당관 등을 지냈습니다. 부처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 곧바로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공직자윤리법을 준수하면서도 보험에 대한 전문성도 갖춘 셈입니다.

또 재무부 출신이기는 하지만 잘나가는 ‘행시출신’도 아닙니다.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안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공직을 수행한 인물입니다.

심지어 재취업을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도 아닙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후 재취업을 할 때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면 심사를 통해 걸러냅니다. 하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 경우에는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줍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협회의 업무는 대부분 보험사의 입장을 정부, 국회에 전달하는 이”이라며 “공직자윤리법 상 문제가 될 소지가 없고 보험도 알고, 정부도 아는 사람이 온다면 협회가 활동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낙하산의 가장 큰 문제는 힘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이용해 민간 기업에 취업해 일은 하지 않고 고액 연봉을 받는 것입니다. 권력은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직자가 민간 기업에 취업하는 조건을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출신에 따라 무조건 주홍글씨를 찍어 취업을 금지하면 민간은 필요한 인재를 영입할 수 없게 됩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좋은 인재를 영입해 기관의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것은 CEO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며, 여론이 무서워 적합한 인재를 임명하지 못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세우는 것입니다. 힘 있는 누구는 되고, 힘 없는 누구는 안되는 고무줄 잣대가 아니라 공직자가 민간 기관에 재취업을 할 때 전문성, 도덕성을 어떻게 평가할지 원칙을 세우는 것입니다.

20개월째 공석인 KB국민은행 감사, 만들어 놓고 한번도 임명된 적이 없는 생명보험협회 전무. 어디 출신은 안 된다고 이야기 하기에 앞서,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가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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