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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금융계열사 지분 모으는 삼성생명…갈 길 먼 '금융 지주사 전환'

최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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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윤곽이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삼성생명은 잇따라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으며 금융 지주사 전환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삼성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지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금융부 최보윤 기자 나왔습니다.

< 리포트 >
질문1) 최 기자, 삼성생명이 잇따라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죠?

기자) 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증권 지분을 8.02%를 모두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매입 금액은 어제 종가 기준으로 2343억원 정도인데요.

어제 이번 주식 매매 이벤트로 삼성증권의 주가가 3.25% 올랐기 때문에 실제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난 뒤 거래가 이뤄지면 매입가는 조금 달라질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번 지분 추가 매입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율은 기존 11.14%에서 19.16%로 늘어나고요.

앞서 지난 1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을 모두 사들이기도 했죠.

8개월만에 삼성증권의 지분까지 사들이면서, 삼성생명이 금융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질문2) 삼성에서도 금융 지주사를 세운다고 하나요?

기자) 아직까지 삼성은 금융 지주사 설립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인데요.

삼성생명은 이번 삼성증권 지분 인수와 관련해서도 금융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을 뿐 금융 지주사 설립에 대한 언급은 피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금융 지주사를 설립해야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결국 삼성이 중간 금융 지주사를 설립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중론입니다.

또 최근 삼성생명이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사옥을 팔고 삼성전자가 있는 서초 사옥으로 이전했는데요.

뒤이어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들도 서초사옥으로 이전해 한 곳에 모일 예정입니다.

이같은 움직임을 봐도 큰 틀에서 결국 삼성생명이 금융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3) 결국 삼성생명의 움직임이 금융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포석이라는 건데, 금융 지주사 설립 요건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최대 주주가 돼야 합니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50% 이상을 취득해야 하고요.

삼성에는 현재 삼성생명을 포함해 삼성화재와 증권, 카드, 자산운용 등 5개 금융 계열사가 있는데요.

이 중 삼성화재와 증권, 카드는 상장사여서 3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삼성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이 가능해 진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현재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를 제외하고 상장사 지분 30%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삼성카드 지분은 70% 넘게 확보했지만,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은 둘 다 20%가 채 안되기 때문에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비상장사인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지분율은 100%에 이르기 때문에 문제 없고요.

질문4) 삼성화재와 증권 지분을 각각 10% 이상씩 사들여야 한다는 건데, 돈이 많이 들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비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금융 업계에서도 삼성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앞서 말씀드린대로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추가 지분 인수가 필수 조건인데요.


어제 종가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30%' 조건을 채우기 위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 추가 인수에 2조원 넘는 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2020년 보험 회계 방식이 바뀌면서 삼성생명이 막대한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계속해서 금융계열사 주식을 사들일 여력이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있고요.

또 금융 지주사가 되려면 금융 계열사 지분 매입 뿐만 아니라 비금융 계열사 지분은 팔아야 하는 과제도 있는데, 삼성생명에게는 이것도 난제로 꼽힙니다.

질문5) 그렇다면, 비금융 계열사 지분 판 돈으로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사면 되겠는데요?

기자) 네,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팔아 금융지주사 전환과 회계 방식 변화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는 게 방법일텐데요.

그런데 비중이 크다 보니 어디로 넘길 것이냐, 누가 살 여력이 되느냐가 관건인 겁니다.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비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고 이들의 지분율을 5%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호텔신라와 에스원 등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가지고 있어 모두 정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인데요.


삼성전자는 주당 160만원을 넘어서고 있죠. 삼성생명이 최대주주 자리를 벗어나려면 최소 1.63%의 지분을 2대주주인 삼성물산에 팔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금액만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질문5)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금융 지주사 설립 비용보다 큰 가요? 기회비용이 더 큰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꼭 지주사를 설립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겠느냐는 의문도 있는데요.

시너지 보다 큰 틀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윤곽을 드려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결국 삼성은 전자 등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으로 사업을 재편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서 삼성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가장 우세합니다.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생명법'이라 불릴 만큼 삼성생명을 겨냥해 나온 개정안이거든요.

내용을 보면,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3%가 넘는 자산은 5년 내 매각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현행법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보유한 주식, 채권에 대해 취득원가로 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걸 시가로 바꾸자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가로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를 넘는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하는데요.


6월말을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총 자산이 236조원이고요. 삼성전의 지분 가치는 15조1375억원으로 평가되고 있어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생명은 전자 지분을 절반 이상 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금액 규모만 8조원에 이르니 부담이 상당하겠고요.

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는 결국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이 역시 삼성의 금융 지주사 설립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풀이되는데요.

다만 삼성이 중간 금융 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금융중간지주회사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역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언제 가능할지 가늠하기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앵커) 결국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일텐데요.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삼성이 어떻게 풀어나갈 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겠습니다. 최 기자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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