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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불통' 관세청, '울화통' 면세점

이대호 기자


그곳에서 쫓겨난 건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본부세관에서 열린 천홍욱 관세청장과 면세점 업계 CEO간담회.

당국의 정책 방향을 듣고 면세점 업계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모였던 부사장, 상무, 부장급 임직원들은 간담회장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퇴청 당했다.


▲ "사장님 빼곤 다 나가세요"

굳게 묻 닫힌 간담회장 내부에는 천홍욱 관세청장 등 관료들과 면세점 대표이사들만이 남았다. 당국에 현장 의견을 전달하고 대표이사에게 세부사안을 귀띔해주려던 업계 실무진은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당초 이들 임직원은 '배석자' 명단에 올랐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무슨 영문인지 관세청은 이들의 회의장 배석을 막았다.

한 면세점 임원은 "날 더운데 여기까지 와서 에어컨 잠깐 쐬고 가라는 것이었나 보다"라며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또 다른 실무자는 "정말 상견례 자리 아니면, 문 닫아 놓고 누구 하나 죽어보자는식 아니겠느냐"며 혀를 찼다.

간담회장에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 두산면세점, 한화갤러리아면세점, 동화면세점, SM면세점 등 업계를 대표하는 사장단이 자리했다.


▲ 부총리·장관급도 공개하는 자리, 차관급 청장은 비공개

서울본부세관에서 이뤄진 관세청장의 공식 업무 시간, 그것도 민간기업 CEO들을 불러 모은 자리.

관세청은 처음부터 청장의 공식 일정을 대외비로 부쳤고, 모두발언과 포토세션 언론 공개도 거부했다. 여기에 업계 실무진까지 물리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였다.

기획재정부 장관이든 공정거래위원장이든 공식 업무시간에 민간업계 CEO들과 갖는 간담회는 장차관의 공식일정으로 사전에 공개된다.

회의 모든 과정을 공개하지는 못해도 모두발언과 포토세션까지는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한다. 회의에서 오간 내용은 간략한 보도자료 형태로 안내된다. 기관장의 공식업무이기에 그렇다.

관세청은 "상견례 차원이기 때문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번 간담회는 천홍욱 관세청장이 취임(지난 5월 25일)한 뒤 처음 열린 민간업계 사장단 간담회였다. 차관급인 천홍욱 청장은 '시장 규모 10조 원' 상당의 면세점 산업과의 첫 만남을 그렇게 진행했다.


▲ 공개 아닌 공개, 소통 아닌 소통

시계를 지난 3월로 돌려보자.

지난 3월 4일 김낙회 당시 관세청장이 면세점 업계 CEO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여타 회의처럼 모두발언과 포토세션까지 공개됐다.

그런데 사실 이날 회의도 관세청은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다. 회의 며칠 전 언론에 관세청장이 업계 사장단을 불러 모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비공개 사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마지못해 공개하는 형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당시 간담회는 강남의 한 고급 한정식집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서울본부세관으로 장소를 바꿨다.

왜 이같은 깜깜이 행정이 반복될까? 이것이 진정한 현장 행보일까?

이같은 '소통 아닌 소통'의 배경은 정책당국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쓰레기장이 돼 버린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 △교통난을 불러오는 면세점 주차장 △중국 보따리상 대량구매와 이로 인한 불법 유통 △1인당 구매수량 제한 조치로 인한 화장품 업계 피해와 관광객 불편 △여행사에 지급하는 과도한 송객수수료 △연말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등 면세점 산업을 둘러싼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는 해답을 찾지 못하거나 어설픈 정책으로 부작용을 키워 당국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현안들이기도 하다.

급기야 관세청 공직자들은 기자들의 전화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관세청도 끼인 존재"

혹자는 말한다. "관세청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면세산업은 어느덧 시장 규모 10조 원 상당으로 급성장했다. 관광산업의 중심축이 됐기에 정책 하나하나가 '국가 이미지'와 직결된다. 실책 하나가 불러올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상위 기관들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선 면세점뿐만 아니라 여행산업, 국제공항, 물류, 나아가 외교적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으니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총리실, 청와대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을 만들어 올려야 하는 차관급 조직의 고충을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다만, 스스로 불통과 불투명성을 키워 비판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국이 실천하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로 현장을 답답하게 만들다)'은 대통령의 그것과 다른 길로 가고 있다.

무언가에 쫓기듯 내달리는 당국이 막다른 길로 들어서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곳에서 돌아 나오기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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