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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세계 6위 한국 해운사의 침몰...대처는 아프리카 수준

김이슬 기자

<미국 롱비치항에 입항한 한진그리스호. 사진=뉴스1>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한진해운처럼 돈이 없어 항만에 못 들어간 나라가 전 세계 딱 한 곳 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지켜본 무역 전문가의 말이다. 1위 국적선사 침몰로 인한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설마..'했던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지자 여기저기 사태 수습만도 벅차게 돌아간다. 그래도, 아직도 바다 위에 떠도는 한진해운 선박은 50척이 넘는다. 컨테이너선 기준 선복량으로 세계 6위 해운사를 보유했던 대한민국의 대처는 지금으로선 딱 아프리카 수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실제 당하지 않고 나중에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구조조정 이슈를 쫓으며 여러 해운 관련 세미나를 다녀봤다. 그때마다 해운 전문가들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매년 17조의 손실이 발생하고, 일자리 2,300여 개가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말을 사실 그대로 믿기 어려웠다. 살짝 과장이 보태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올스톱 된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 가치가 15조원 규모라니. 또 거기에 물건을 실은 중소 수출입업체들 피해는 억대로 불어나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날 지 당국도 예측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수출입물자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 100%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인 해운업 구조조정을 담당했다면 판단은 지금과 달랐어야 한다. 물론 단호한 결정으로 원칙은 지켜졌지만, 복구가 어려운 생채기를 남겼다. 갑작스러운 물류 정체로 미국 등 전 세계 화주들이 피해를 입으면서 한진해운은 글로벌 민폐기업으로 등극했다. 한국 해운산업에 대한 대외 신인도 추락이나 마찬가지다. 한진해운이 구축했던 글로벌 네트워크망을 살리고,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데는 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점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체 선박 투입과 거점 항만 확대 등의 노력이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왜 막지 못했나'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40여년 물길을 갈라온 당사자인 한진해운은 이런 사태가 발생할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몰랐다면 방기했다면 직무유기고, 지금 초래된 경제 손실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렇다고 한 기업에만 책임을 물리려는 방식도 바람직한 접근은 아니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처럼 자율협약 기간 안에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할 기회를 동일하게 부여받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사망선고를 내리지 않고, 살 기회를 줬다. 한진그룹은 육해공 종합물류회사로의 도약을 꿈꿨던 기업이다. 주어진 기간 비싼 용선료를 낮추고, 사채권자를 설득하고, 해외 선박금융 원금상환 유예협상을 벌이면서 어떻게든 살 궁리를 찾아야 했다. 이 기간 한진해운 입장에서 사전에 화주 정보를 경쟁사에 넘기는 일은 자기 손으로 호흡기를 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생 기회를 주면서 청산 절차를 밟으라는 건 모순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정해진 기준을 두고, 넘치거나 모자르면 결국 상대를 죽이고 말겠다는 '프로크루스테스 침대'가 등장한다. 정부는 아직 많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남겨두고 있다. 미래 국가 경제를 위한 결단력 있는 조치가 요구되는 일이다. 이번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단호함을 보여준 대표 기업 구조조정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준비와 대처없는 처리 방식은 반드시 손실이 뒤따른다는 점을 남긴 사례로도 기록될 것이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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