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들통 난 거짓말...서울 관광객 '급감', 면세점 추가는 '강행'

<앵커멘트>
정부가 올해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4개 추가하면서 그 이유로 서울지역 방문객이 급증했다는 점을 들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서울지역 방문객은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면세점 특허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대호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2015년 서울지역 방문자가 직전년도 대비 88만명 증가해 특허 요건을 충족한다."

지난 3월 관세청 주관으로 열린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국무조정실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밝힌 내용입니다.

당시 연구원은 메르스 영향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찾은 외국인은 더 늘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2015년 전체 외국인 관광객(1,323만 1,651명)은 메르스 영향으로 96만 9,865명, 6.8% 감소했음에도, 서울지역 방문자는 88만명 증가했을 것이라는 이상한 결론을 낸 것입니다.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대비 서울지역 방문객 비중을 93%로 임의로 올려 계산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과거 서울지역 방문객 비중은 80% 안팎이었고, 당시 메르스 타격이 수도권에 집중됐음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가정치입니다.

때문에 작년말 특허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을 구제하기 위해 당국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윤호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2015년 기준 관광동향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문화부는 지난해 서울지역 방문객(1,041만 3,000명)이 2014년보다 100만 5,000명, 8.8% 급감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지역 방문객 비중은 78.7%로 1년 전(80.4%)보다 1.7%포인트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가정치보다 무려 14.3%포인트나 차이가 났습니다.

[인터뷰]

윤호중 /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란 많았던 관광객 추정치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정부가 일부 대기업 면세점 특허를 부활시켜주기 위해 무리하게 그 근거 만들기에 나섰던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3월 공청회 직후 논란이 일자 해당 연구원과 관세청은 "직전년도 통계가 확정되기 전에는 전전년도 통계(서울 관광객 157만명 증가)를 쓸 수 있다"며 "지난해 특허도 2013년 통계를 바탕으로 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언론은 물론, 당시 특허전에 참여했던 기업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내용입니다.

15년만에 특허 3개가 추가됐는데 그 후 1년만에 다시 4개가 더 필요해졌다는, 그것도 2년 전 데이터가 그 근거라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관련 통계가 확정되기 전 무리한 추산을 바탕으로, 게다가 신규 면세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던 상황에서 밀어붙인 서울시내면세점 특허 추가.

면세점 업계에서는 정부가 왜 그토록 서두를 수밖에 없었는지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무리한 추계가 도출됐을 당시 정부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 특허를 박탈한 영향으로 2,100여명에 이르는 대량 실직 사태를 몰고 왔다는 비난에 직면했을 때였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입니다. (robin@m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