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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최초 증권거래소의 신뢰, 조양호 회장의 신뢰의 가치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1610년 네덜란드 의회는 최초의 주식인 동인도회사, VOC(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 지분에 대한 무차입공매도를 금지시켰습니다.

VOC의 설립자이자 이사였던 르 메르가 VOC와의 분쟁으로 불만을 품고 보유하지 않은 지분을 무차별적으로 매도해 VOC 주가를 떨어뜨리려 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의회는 공매도를 할 경우 계약은 무효가 되고, 공매도를 한 사람은 계약금액의 1.5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무차입 공매도가 횡행했던 이유는 지분 거래 방식이 매우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읿니다.

VOC의 지분의 매수자와 매도자는 거래를 할 때마다 공증인을 대동해 VOC를 방문하고 주주명부를 수정해야 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위법임을 알면서도 번거롭게 주주명부를 매번 수정하는 대신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도거래를 많이 했습니다.

1665년 쿠냐라는 투자자는 9명의 피고인들로부터 VOC 지분을 사는 선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정해진 시점이 되면 지분을 사서 쿠냐에게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 계약을 체결한 겁니다.

주가 상승을 기대했던 쿠냐의 기대와 달리 영국과 네덜란드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고 VOC의 주가는 30% 이상 하락했습니다.

쿠냐의 손실은 2만 5천 길더까지 급증했습니다. 당시 강변에 있는 저택 가격이 1000길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택 25채를 살 수 있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쿠냐는 자신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매도자가 법에서 금지하는 무차입공매도를 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당연히 쿠냐는 소송에서 이겼고, 쿠냐의 변호사 비용까지 피고들이 부담했습니다.

당시 지분 거래 계약서 윗단에는 ‘정직’이 적혀 있고 서명란에는 ‘명예로운 사람들’이 적시돼 있습니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던 당시 투자자들은 효율적인 거래를 위해 위법을 감수하고서라도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했던 겁니다.

쿠냐는 신뢰 대신 소송을 선택했고, 손실은 회피했지만 다시는 시장에 발을 디딜 수 없었습니다.

그때로부터 400년이 지난 현재 거래 상대방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많은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때 거래 상대방 위험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400년 전 네덜란드 증권거래소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신뢰’의 가치를 돌아보기 위해섭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입게 된 화주들의 피해를 보상해야 할 법적 의무는 전혀 없습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주주가 아닐뿐더러,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 지분도 2.4% 밖에 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해 관계자가 조양호 회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조 회장과 한진그룹이 그동안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 때문입니다. 물건을 싣고 정해진 때 운송해 줄 것이라는 물류 회사의 존재 목적을 믿은 겁니다.

그 신뢰가 깨지면 거래 상대방은 피해를 봅니다. 한진해운에 실린 화물은 당장 아쉬운 화주들이 비용을 들여 내려야 합니다. 화주들은 책임이 있는 한진해운의 구상권을 청구하겠지만,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으로부터 몇 푼이나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한진그룹은 대한민국 최고의 물류회사로 한진해운이 청산되더라도 항공, 육상에서 물류업을 영위해야 할 기업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물건을 정해진 시간에 안전하게 운송해주겠다는 고객들과의 약속을 나몰라라하는 물류기업과 거래하고 싶은 고객들은 없을 겁니다.

조양호 회장이 생각하는 신뢰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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