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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한국거래소 '낙하산' 논란 최고조..인재 검증도 병행하자

이민재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민재 기자]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거래소는 내리꽂기 식 임명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추진할 것으로 촉구합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한국거래소노동조합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 전 부위원장의 거래소 입성을 반대한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이들은 정 전 부위원장이 2011년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을 당시 국제중재재판에서 론스타를 변호한 것,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인 동일인 대출규제 완화 등에 연루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권 말 유행했던 '낙하산 인사' 반대 움직임을 넘어서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정작 후보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움직임은 미미하다.


◇ 한국거래소 노조 “반대 이유 너무 많다”..총파업도 불사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의 한국거래소 입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정 전 부위원장을 단독 추천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면접을 본 다른 후보들은 단독 후보 추천 소식에 맥이 빠졌지만 묵묵히 감내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노조는 달랐다. 총 파업마저 예고하고 나섰다. 총파업 진행 관련 투표 결과, 92%의 노조원이 찬성 하면서 정 후보의 거래소 이사장 선임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총파업은 거래소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낙하산 인사가 한두 번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정 후보에 대한 반발은 참 유별나다.

일단 거래소 노조는 정 후보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데 이어 금융위 부위원장을 사퇴하고 새누리당 비례 대표를 신청했다며 순수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재직시 이력을 들어 '연피아'와 '정피아'까지 더해졌다며 '관피아' 일색이던 기존의 낙하산과 수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또 정 후보가 금융위에서 진행했던 인사 조치에 대한 반감이 컸다. 이동기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정 전 부위원장이 주도한 인사가 최근 조선의 구조조정과 산업은행 부실화의 주범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평가는 다소 주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근저에는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후에 비슷한 인사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다. 추진력 강한 후보자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기존 거래소 조직에 평지풍파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성 있게 대두된 것이다.


◇선임 절차, 검증 시간 등 형식의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어

거래소 노조는 정 전 부위원장의 단독 후보 추천 과정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장 후보 선임치고는 5일 심사가 너무 짧다는 것. 게다가 2~3명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단수 후보로 찬반을 하겠다는 것도 일방적이란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후보자를 3명 이상, 5명 이내로 올리게 돼 있다"며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 되면서 단수추천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또 있다. 오는 30일에 주주총회를 통해서 정 전 부위원장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 투표가 진행되는데, 이들 주주는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의 대표들이다. 하지만 몇몇 증권사 대표들은 지난 25일부터 5박6일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미국 금융투자업계를 살펴보러 떠났다.

물리적으로 봤을 때 이들 증권사 대표들이 정 후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정 후보가 거래소 이사장 이외에 다른 기관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사임을 볼 때, 을(乙)의 입장인 증권사 대표가 쉽게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다.


◇ 정찬우, 거래소 지주전환·IPO 자신 있다..야당은 어떻게 설득?

이에 대해 현 시기, 정 후보만의 능력이 거래소에게 특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19대 국회서 발의됐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의 갈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던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 관련법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20대 국회서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하고 최경수 이사장이 정무위 의원들을 만나왔지만 아직까지 논의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후보가 지주사 전환 등 관련 안을 최초로 추진한 인물이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 후보가 전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실행력과 결단력 있는 인물로 평가 받았던 만큼, 한국거래소의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 거래소의 당면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 22일 거래소 이사장 추천위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 단독후보 추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 한국거래소 이사장, 낙하산 아니었던 적 없다..인재가 필요

1대 한국거래소 이사장이었던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이정환 2대 거래소 이사장, 김봉수 3대 거래소 이사장, 현재 최경수 이사장까지 한국거래소 낙하산 인사 논란은 계속돼 왔다.

급변하는 세계 금융 시장에서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한참 뒤쳐진 게 사실이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핵심 시스템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거래소가 고인 물 속에 갇혀있기 보다 새로운 물줄기를 받아들여 혁신하고 글로벌 거래소로 거듭나야 함은 시대적 사명이다. 이를 감안해 거래소의 주주들은 단순한 정피아 인식에서 벗어나 5대 이사장 후보를 냉정히 평가해 주길 바란다.

투표까지 며칠 남지 않은 기간, 이사장 후보는 거래소 노조원들과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거래소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노조이다. 더욱이 글로벌 거래소로의 혁신 또한 이사장 혼자 이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고 이제 지주사 전환과 IPO를 앞두고 있는 한국거래소. 5대 이사장 선임은 이제부터라도 낙하산 검증이 아니라 인재 검증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민재 기자 (leo4852@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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