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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김영란법에 관한 시선들...정서적으로는 공감, 디테일은?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김영란법.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논하기 참 어려운 법입니다.

부패를 방지하자는데 반대하면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몰립니다. 반면에 찬성을 한다고 하면 수없이 많은 상황을 일일이 나열하며 이런 것도 처벌해야 하느냐는 공세를 받게 됩니다.

한국법경제학회, 한국법사회학회는 ‘김영란법에 관한 정책적 논의’을 주제로 최근 국회에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사회학자, 경제학자, 법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김영란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김영란법에 대한 호불호는 있지만 모두 같은 명제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법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디테일에는 문제가 있다'

긍적적으로 보는 측은 세세한 부분에 문제가 많지만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더 중요하며, 문제는 법 집행 과정에서 개선해 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부정적으로 보는 측도 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세세한 부분에 문제가 너무 많아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김영란법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영란법 부정론자의 전망처럼 공직자와 민간 사이에 정보가 단절되고 수없이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까요? 아니면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된다는 바른 인식이 심어진 투명한 사회가 되는 걸까요?

이날 세미나에서는 ‘법의 선언적 의미’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정철승 법무법인 THE FIRM 대표변호사는 “제도나 규범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우리나라 같은 상황은 쉽게 유착이나 부정부패로 변질되기 쉽다”며 “김영란법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선언한 최초의 규범”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성매매를 일삼던 사람들이 걸리지 않는다고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부정청탁 행위를 부끄러워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찬성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법학자들은 법은 원래 선언적인 성격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십년 전 성희롱 관련 규정을 만들 때 부작용이 더 많을 테니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들고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성희롱은 안 된다는 인식이 생겼고 그 이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형법상 횡령, 배임이 금지돼 있지만 개별 행위가 횡령, 배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최종적으로 법에 의해 금지되는 것은 법원 판결에 의해 확정이 되는 것이며 다양한 선의의 피해 사례를 지적하며 못된 법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법경제학회 부회장)은 법의 선언적 의미에 대해 의문을 던졌습니다.

김두얼 교수는 “법이면 법이고 선언이면 선언이지 왜 선언적 의미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개혁 입법이라는 것이 의지에 비해 제도에 대한 고민, 예산에 대한 고민 없이 만들어진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김영란법을 지지하고 부작용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을 보면 ‘하면 된다’ 정신의 부활을 보는 듯 하다”며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하면 어떻게 될까’에 대해 조금 더 시간을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선언이지만, ‘그래서 어떻게 만들겠다는 건데?’ 라는 구체적인 행동양식으로 들어가면 너무나 복잡한 방정식이 펼쳐집니다.

김영란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모든 ‘공인’들이 이 법만을 철저하게 지키려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찾아온 손님에게 차 한잔 대접하는 것도 금품수수로 간주하는 김영란법을 문구 그대로 지키기는 매우 힘듭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민간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유인이 큽니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시범 케이스로 걸리지 않도록 올해는 일제의 만남을 자제하자는 공직자 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행동까지 허용이 되는지 판단도 어렵습니다. 김두얼 교수는 얼마 전 추석 연휴에 군인을 공짜로 버스에 태워준 버스기사를 예로 들었습니다. 군인은 버스 운전자에게 금품(무임승차)을 요구했고 버스 운전사는 이를 제공했습니다. 선한 행위로 보이지만 김영란법 위반입니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제도를 선의(善義)만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쁜 것이니 거짓말 방지법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냐”고 강조했습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까요? 모든 대상자가 무조건 김영란법만 지키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측에서도 회의적입니다.

홍성수 교수는 “김영란법이 실제로 경찰과 검찰이 물 샐 틈 없이 하는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개별 행위자와 기관이 스스로에 적합한 행동양식을 만들어 행동한다면 여러가지 부작용은 희석되고 김영란법이 정착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보학 교수 역시 “강력하게 시행이 되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경찰이든 권익위든 유연한 자세로 안착될 수 있게끔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조문 하나하나로 행동 하나하나를 규제하려는 태도보다는 부패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투명한 의사소통 구조를 갖도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부정하지 않으면서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신뢰 환경 조성입니다.

다만 그 기준은 김영란법이 국민 정서를 동력으로 만들어졌듯 부정하냐 부정하지 않냐 역시 정서적으로 기준 지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수많은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28일 시행됩니다.

법원이 잘 판단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판례에 따라 우리 사회 공직자 등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행동양식을 잘 만들어주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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