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빛이 있으라! 예술, 치료제가 된 조명

이혜진 더 밈(The MEME) 대표







[테크M = 이혜진 더 밈(The MEME) 대표]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하늘과 땅을 만든 하나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빛을 허락한 것이었다. 빛은 시각을 통해 사물을 구분할 수 있게 하고 시간이라는 개념을 불러온 중요한 요소다.


현존하는 최고의 빛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태양을 실내에 가둔 석양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또 그림자와 빛의 조절을 통해 벽면을 입체로 연출,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청중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부여했다.

인공 빛은 형태와 재질에 독립돼 있어 어디서나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기와 발광체(전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자유롭게 설치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빛의 중첩을 통해 기대하지 않은 효과를 내거나 빛과 그림자로 착시 공간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은 매번 한계를 뛰어 넘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빛은 언제 어디에서든 우리가 원하는 곳에 있을 수 있게 됐다. 이제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성격의 빛으로 내가 원하는 상황을, 일일이 명령하지 않고도 연출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도전하고 있다. 나를 알고, 나의 상황을 이해하며 말없이 내 행동에 맞는 공간을 빛으로 연출해 주는 그런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앞으로의 빛은 어떠한 형태와 성격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그동안 자연에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공적인 공간을 빛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아우라 스마트 수면시스템(Aura Smart Sleep System, 위)과 기상 불빛(Wakeup Light). 잠을 자기 전에는 숙면에 좋은 조명으로 쉽게 잠들 수 있게 도와주고 아침에는 잠을 깨워주는 빛으로 바꿔준다.
(아우라 스마트 수면시스템(Aura Smart Sleep System, 위)과 기상 불빛(Wakeup Light). 잠을 자기 전에는 숙면에 좋은 조명으로 쉽게 잠들 수 있게 도와주고 아침에는 잠을 깨워주는 빛으로 바꿔준다.)



빛의 성장과 미래


초기 LED 시장이 성장하게 된 것은 전기를 적게 소비하면서 밝은 빛을 내는 ‘높은 효율성’ 때문으로 주로 사무실이나 상업 공간에 적용됐다. LED는 모든 스펙트럼의 빛이 제공되므로 비효율적인 형광등을 교체하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LED 조명이 따뜻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빛과 관련해서도 사람들은 생산성이나 효율성보다 공간에 맞는 빛의 ‘질’과 ‘성격’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주거 공간으로 사용장소가 확장됨에 따라 ‘인간화된 LED’, ‘대낮 같은 빛’, ‘따뜻한 빛’, ‘잠을 청하는 빛’, ‘잠을 깨우는 빛’ 등 다양한 키워드가 중심이 되는 공간의 빛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재배치 되는 빛


다양한 곳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조명 기구의 역할이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조명은 ‘전선’과 지정된 ‘콘센트(Outlet)’의 한계 때문에 원하는 위치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공간, 재질 그리고 표면에 적용 또는 적응함으로써 조명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특히 최근 LED가격이 크게 떨어짐에 따라 상업 또는 업무공간에서 제한적으로 이용되던 LED가 공공 장소와 가정에까지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집안의 상황과 환경의 다양성에 어울리는 새로운 빛의 사용을 추구한다. 조명 기구가 곧 빛의 근원이라는 공식을 떠나 자유로운 빛의 형태를 경험하게 된 것.


공간의 벽과 천정의 구조 패턴에서 빛이라는 조형언어를 자연스럽게 포함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빛이 공간의 일부와 통합됨에 따라 ‘조명은 벽(천정)의 구멍’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재료가 개발된 것도 빛을 공간의 일부로 초대하는데 가속도를 냈다.

빛이 인테리어 내장재의 일부로 생산돼 비행기 안의 복도에 사용된 사례는 재배치 되고 있는 빛의 모습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유연성이 있는 플랙시블 OLED기술을 옷감에 적용, 형태의 제약에서 벗어난 다양한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브로드 박물관(Broad Museum).  빛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브로드 박물관(Broad Museum). 빛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구의 외출


오랫동안 갇혀 지내 온 전구들도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3D 프린팅의 기술에 힘입어 전구를 가려온 일종의 차양막(전등 갓)이 사라지고 전구 자체에 자유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언제 어디서나 ‘빛’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빛-온디멘드’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자인의 다양화로 간편하게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전구도 탄생했다.
(디자인의 다양화로 간편하게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전구도 탄생했다.)





빅데이터와 빛의 만남


빛은 사람에게 신호로 작용할 수 있고 색, 음향과 결합하면 더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개인과 상호 교류를 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조명은 빛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지능을 가진 센서가 인간의 행동을 읽고 생체측정 정보를 모아 맞춤형으로 개인에게 전달하는 것. 특히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고 음악적 요소와 조합해 자연스러운 행동 변화를 유도하거나 상황을 안내한다. 또 상황이나 과정 인식을 지원하는 최적화된 분위기(ambience)를 제공해준다.


이 플랫폼은 단편적인 서비스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 기반의 머신 러닝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빛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개인의 삶에 깊게 연결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홈 오토메이션의 생태계와 통합돼 빛을 통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개인의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할 전망이다. 빅 데이터와 빛의 만남이야말로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생활에서 쉽게 보게 될 장면이다.



빛을 이용하면 다양한 표현과 신호가 가능하다.
(빛을 이용하면 다양한 표현과 신호가 가능하다.)





레스(~less) 디자인: 사라지는 인터페이스


복잡했던 가정의 공간은 점점 더 깔끔하고 단순하게 정돈되는 추세다. 별도의 제품을 이용해 기존 기능을 해결한다기보다는 기존의 공간을 효율화해 부가 기능을 넣거나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식이다. 빌트인 가전 제품의 확대로 벽의 일부분이나 집의 한 구석이 대형 가전제품으로 변신한다.

조명이나 공조시설 역시 밖에서 보이지 않게 집안의 일부로 숨겨, 외형적으로는 청소기나 에어컨, 공기청정기를 볼 수 없지만 필요하면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집안의 어수선함을 없애고 깔끔하게 정돈해줄 뿐 아니라 ‘사라지는 인터페이스’란 새로운 디자인 컨셉을 구현해준다.


과거에는 조명이나 에어컨, 공기청정기 같은 전기 전자제품은 제품마다 디자인이 다르고 독특했다. 저마다 개성을 추구하다 보니 전체적인 스타일도 부드럽고 조용하고, 공간에 섞여 있다는 느낌보다는 특정 오브제로서의 성격이 강조되었다.


최근의 디자인은 관련 제품들이 사라지는 경사면(Disappearing gradients), 일체화의 디자인(Flushed) 등을 통해 전체 분위기에 들어가고 있다. 또한 개별 제품의 특징보다는 전체 환경에 녹아드는 ‘~이 없는(less)’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다.

날개가 없고(Bladeless), 고정하지 않으며(Fixtureless), 뚜껑이 없고(Coverless), 코드가 없는(Cordless) 제품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기의 보급은 각 제품 간 상호 교류를 전보다 훨씬 간단하게 만들었다.


빛은 이 같은 레스(less) 디자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나타나 주장을 하거나 신호를 보내고 바로 사라질 수 있다. 빛의 움직임으로 드레스를 만드는 패션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면 빛의 흔적으로 시간을 표현하는 시계도 있다. 빛은 만질 수는 없지만 설치해 다양한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앞으로도 빛을 활용한 사례나 서비스는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정지된 빛을 가두어 두는 것은 빛에 대한 잠재력의 모독이 되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빛이 있으라! 빛에 생명이 있으라!




홈런을 위한 훈련

●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 중 빛을 통해 정보(신호,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 부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데이터 중 한가지 정보만 빛으로 교체한다면 그 정보는 무엇인가?
● 빛으로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구라는 제한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곳에 어떤 빛을 사용해 표현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자.




<본 기사는 테크M 제41호(2016년9월) 기사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