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 신동빈 회장의 "제가 카뜨했습니다"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지금은 다 제가 카뜨(커트)했습니다."

지난해 9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말이다.

당시 국감에서 신영자·서미경 씨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나왔고, 신 회장은 자신이 정리했다고 말했다.

김기식 당시 의원은 유원실업(서미경)과 BNF통상(신영자)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가 만연해 있다며 심지어 쇼핑백 포장지까지 거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금은 다 제가 커트했다"며, "4~5년 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래가 지속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 신동빈 회장, 구태 답습? 커트?

새삼 지난해 국정감사 발언을 되찾아본 것은 신동빈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때문이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 가운데는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770억원대 배임 혐의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해 국감에서 나온 내용과 무관치 않다.

검찰은 지난 2005∼2013년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유원실업, 시네마통상(신영자) 등에 몰아준 것을 두고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갖기 위해' 이익을 나눠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앞서 신 회장은 과거의 악습을 자신이 끊어왔다는 취지로 국감장에서 밝혔다. 아버지가 만든 구태를 자신이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롯데그룹 측도 총수일가 급여 지급과 일감 몰아주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시절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정말 악습을 끊어왔는지, 아니면 답습해왔는지는 검찰의 불구속 기소 이후 본격적인 형사재판을 지켜보면 될 것 같다.


▲ "이사회가 나를 해임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지난해 같은 날 국정감사장. 신동빈 회장의 의미 있는 또 다른 발언이 있다.

신 회장은 "이사회에 막강한 권한을 줬다"며, "이사회가 결정하면 저를 해임할 수도 있고 해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총회나 이사회 같은 것이 아주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며, "제가 부회장 되고 회장 된 후에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꼭 개선해야 한다, 거버넌스가 기업 경영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 회사에 대해서는 제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실제로 계열사별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형식은 형식에 그쳤다. '총수일가보다 힘 있는 이사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실제로 호텔롯데 이사회는 신영자 이사가 구속된 뒤에도 해임을 하기는 커녕 고액 급여 지급을 방치했다. 지난 27일 사임 발표도 해임이 아닌 신영자 이사장 자진 사퇴 형식으로 이뤄졌다. 일부 사외이사는 선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좋은 자리를 찾아 떠나기도 했다.

특히 총수 있는 대기업그룹에서 사외이사는 '눈치 보는 거수기'에 불과한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긴 하나, 롯데 이사회는 신동빈 회장의 공언과 달리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 롯데에게 '전화위복'이 된 검찰 수사?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해 롯데는 그룹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으며 추진 중이던 M&A 물건을 놓치기도 했다. 그룹 2인자를 안타깝게 잃기도 했다.

반대로 외부에서 '전화위복'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창업주의 전근대적 황제 경영을 중단하고 과거의 악습을 끊을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마련됐다. 롯데 스스로 했다면 몇 년이 걸렸을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친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별다른 경영활동 없이 급여 400억원을 받아간 것이 부각된 점도 경영권 분쟁 종결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검찰이 4개월 가까이 털었음에도 신동빈 회장 비자금 등 개인적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 "깎을 뼈가 남았느냐"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검찰은 불구속 기소를 할 것이고, 법정공방은 어떤 내용으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상처도 크다. 경영권 분쟁부터 1년 넘게 이어진 국민들의 손가락질이 너무나 뼈아프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는 롯데그룹 입장에 달린 "더 이상 깎을 뼈가 남았느냐"는 댓글은 촌철살인 그 자체다.

다행히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아직 개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 이후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면 이제는 가속화해야 할 시점이다.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를 진정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는 오롯이 롯데에게 달렸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