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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엘리엇처럼!

박지은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박지은 기자]지난해 국내 재계 1위 삼성그룹을 들었다 놨다 했던 엘리엇의 이름 값은 대단했다.

지분 0.62%에 불과한 엘리엇이 보낸 편지 한통에 견고하게만 느껴졌던 삼성전자 주가의 박스권 상단이 보란듯이 뚤렸다. 어제 6일의 일이었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삼성물산, 삼성생명처럼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자리잡은 빅3의 주가가 같이 급등했고, 이날 하루 이들 세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3조원이나 증가했다.

갤럭시노트7 사용중지 결정이 내려진 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15조원 가량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편지 한통의 위력은 갤럭시노트7 폭발만큼이나 대단한 셈이다.

7일 주식시장이 제약바이오주의 급락 영향으로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생명 물산 3인방은 같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드디어 170만원을 넘어섰다.

편지의 내용은 의외로 단순했다.

삼성전자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삼성전자를 분할하고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지주사로 거듭나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삼성그룹 측의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내용이었다.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가의 지분 확대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데,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삼성물산을 활용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분석이 이미 오래전 부터 제기된 터.

특히 20대 국회에서 기업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황.

때문에 삼성그룹 측이 나서서 인적분할을 언급하기에는 부담스런 분위기였다는 점에서도 엘리엇의 요구는 '결정적 어시스트'였다.

이미 예상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어선지 엘리엇의 요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기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공론화될 수 있는 장(場)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호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외 엘리엇의 요구한 30조원의 특별배당과 현금흐름에 대한 배당성향 확대 등도 주주가치에 좋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엘리엇은 진짜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이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12페이지에 달하는 편지에서는 '자사주의 가치를 실현하고 강력하고 안정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를 확립함으로써 모든 삼성전자 주주들이 명확하고 지속적인 이익을 누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 속내가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이 단순한 차익을 위해 그동안 시장에서 바라던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이라는 이슈를 던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면 임시주주총회도 그낭하고 엘리엇은 그만한 자금력이 되는 마당에, 굳이 편지 한통으로 작업을 끝낸 게 이내 찜찜한 대목이다. 가을이라선가. 아니면 2탄, 3탄이 대기중인가.

엘리엇의 의도야 어찌됐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의 주주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다. 오너와 한배에 올라타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에 배팅했는데, 그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배구조 개편 이후 청사진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이가 많지 않다. 지배구조 개편은 오로지 이재용 부회장이 최저비용으로 최고의 지배력을 갖는데 쏠려 있을 뿐이다.

지배구조 개편이 실제 사업영역에 있어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혹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편은 논외로 치부되는 현실이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으니,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달라고 호소하는 노래는 예나 지금이나 그 애절함에 큰 변함이 없다.

가을엔 편지를 쓰기에 딱 맞는 계절이다. 엘리엇에게 이런 정서가 있었다니 참 놀라울 일이다.

더불어 국내 그 많은 기관투자가들중 누구누구는 꼭 이런 편지 한통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굳이 가을이 당기지 않는다면 겨울이면 어떤가.

주주총회가 있으니 읽고 감동하는 그대들의 수가 배가될 게 뻔하다. 바야흐로 가을 겨울이 되면 우리 투자자들도 편지를 쓰는 습관을 가져보면 어떨까, 엘리엇처럼.

기자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한 사람으로서 삼성전자의 지분 약 9% 보유한 국민연금에게 편지 한통을 써봐야겠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다소 과도하게 편승해 삼성전자가 주가가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는데, 이즈음에서 차익을 실현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대신 요즘 무섭게 급락하고 있는 제약주중 우량한 종목을 가려 비중을 확대하면 안되겠냐고.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지은 기자 (pje35@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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