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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한미약품 개인비중 3년전 50%→90%..알고서들 덤비나

한미약품에만 돌을 던질 수 있을까②전문가가 책임지는 펀드산업 없이는 승산없는 성장주 투자
허윤영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허윤영 기자] “EGFR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내성표적 폐암신약 HM61713.” 한 제약사가 지난해 공시를 통해 밝힌 기술계약 체결 내용이다. 어떤 내용인 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 ‘표적 항암제’라는 단어를 통해 대강 기술의 내용을 추측해 볼 뿐이다.

“당사는 계약금(upfront payment) 50,000,000 USD와 임상시험, 시판허가 등에 성공할 경우 단계별 마일스톤 680,000,000 USD를 별도로 지급받음.” 같은 공시의 기술 설명 아래에 있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이해하기가 쉽다. 계약금액이 600억 수준이라는 것과 전체 규모는 7,000억원에 가깝다는 것. 대부분의 투자자들, 특히 개인들은 아래 내용을 보고 투자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위 공시는 지난달 30일 이후 31.2% 폭락한 한미약품의 자율공시 내용이다. 핵심인 기술의 주요 내용보다, 계약금과 마일스톤(Milestone)만을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게 현재 바이오·제약 업종의 현실이다.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는 필히 정보 비대칭성으로 이어지고, 전문성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기관투자가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낳는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개인들의 분노는 과연 정당한가.

◇ 어렵다는 바이오·제약 업종 투자자 비중..개인이 90%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한달 동안 한미약품 거래량의 85.1%는 개인투자자가 담당했다. ‘늑장 공시’ 사태가 불거진 당일(30일) 비중은 무려 92.5%였다. 전문가들도 기술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종목에 개인들이 90% 가까이 달라붙어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수천억 원을 넘나드는 계약금액,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 정부 주도의 바이오·제약 업종 육성 정책 등에 맞춰 개인투자자들의 제약업종에 대한 거래 비중은 급증해왔다. 3년 전 같은 기간, 한미약품의 개인투자자 거래량 비중은 51%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66%에서 올해 85%까지 증가했다. 제약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코스피 전체 업종 평균 PER의 2배 이상으로 끌어 올린 주역도 다름 아닌 개인투자자인 셈이다.

개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공매도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개인들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주식을 빌릴 수 없고 증권사의 대주 또한 매우 짧고 비싸서 인색하기 그지없다. 태생적 불평등을 안고 있는 개미들이 공매도로 돈을 벌었을 누군가를 욕하며 자신들의 손실을 분풀히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공매도 급증’이 ‘한미약품 폭락’을 야기한 게 아니다. ‘한미약품 폭락 요인’을 사전에 인지한 기관들이 공매도량을 급격히 늘렸을 것이라는 의혹만 제기된 상황이다. 즉, 도마에 오른 공매도 제도를 폐지한다고 한들, 이번 한미약품 사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 바이오·제약 업종 조정 장세..'손실 최소화'의 대안을 모색할 때


바이오·제약업종 투자를 자제하자는 말을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투자에 나서게 되는 계기’를 좀 더 냉정하게 가져가고, 투자의 방식에 대해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 말한 “자신의 능력 안에서 평가할 수 있는 기업을 상대하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원칙에 무게를 두자는 이야기다.

현재 바이오·제약 업종의 처지는 한마디로 우울하다. 주가는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두 달 전만해도 1만 1,000선을 넘나들었던 제약업종 지수는 지난 7일 기준 15.4% 하락한 9,300.70을 기록 중이다.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지수와의 3개월 상대 수익률도 -19.96%까지 내려 앉았다. 여기에 30배가 넘는 업종 PER을 고려하면 하락이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볼 근거도 취약하다.

현 장세에서 가장 최선의 투자 방식은 최소한의 리스크를 가져가는 방식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제약바이주 섹터 투자에 전문성을 인정받는 운용사나 자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면? 한미약품 사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돈을 싸들고 가서 운용을 맡길 개인들이 적지않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실력있고 믿을 만한 기관투자가의 부재는 개인들을 스스로 야전의 사령관으로 내몰고 있다. 그 결과는 쏠림이다. 주가가 오를 때는 과도한 밸류에이션과 버블 논란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겉잡을 수 없는 패닉을 반복 생산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18% 폭락하던 당일, 한미약품을 담은 주요 헬스케어 ETF의 하락률은 5% 내외 수준이었다. TIGER헬스케어 ETF가 4.7% 내렸고, KB스타헬스케어 ETF도 5.6% 정도 하락했다. 헬스케어 펀드의 하락폭은 이보다 양호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국내 56개 헬스케어 펀드의 지난 4일 기준, 최근 일주일 수익률은 -2.52%에 그쳤다. 직접 투자한 경우에 비하면 선방한 수익률이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 나온 대사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의 충격이 컸던 이유 역시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계약이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이 바이오·제약 업종을 외면하는 건, 유력한 성장산업의 위축과 투자기회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최악의 결과다. 투자자들에게 좀더 정확한 정보를 제때 제공하는 공시시스템을, 개인투자자만 들끓게 만든 지금의 유통시장 구조를 서둘러 뜯어고쳐야 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허윤영 기자 (hyy@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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