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이슈+]주식형 펀드의 위기..투자자들은 왜 펀드를 외면할까?

최종근 기자

thumbnailstart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종근 기자]

< 앵커멘트 >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올해만 6조원 이탈해 50조원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2007년 이후 최저치인데요. 주식형 펀드가 위축되면서 전체 펀드 시장도 크게 위축 모습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해 증권부 최종근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앵커) 최근에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앵커께 하나 물어보고 시작하겠습니다. 혹시 지금도 펀드에 투자하고 계신가요? 아니라면 마지막은 언젠가요?

펀드는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입니다. 소액으로도 누구나 쉽게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펀드는 투자 자산에 따라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증권펀드, 부동산 펀드, 특별자산 펀드,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 MMF, 투자 자산의 제한이 없는 혼합자산 펀드 등 유형도 다양한데요.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 상품군을 꼽으라면 아마 주식형 펀드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 이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6조3,484억원, 이 금액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 규모입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2008년에 85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30조원 가까이 줄어 55조원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7년 10월 말 이후 최저치로 9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입니다. 그동안 증감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렇게 설정액이 급감했던 적은 없었죠.

반면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전체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110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어 올랐스니다. MMF도 등락은 있지만 120조원선을 유지하고 있고요.

앵커) 어떤 펀드들에서 환매가 두드러졌나요?

기자) 여기에 표를 같이 한번 살펴 보시죠.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공모 상품이 대상이고, 연초 이후 기준입니다. 대부분 각 자산운용사의 대표 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두드러진 것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 1(주식-파생)ClassA'(-4,817억원),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자 1(주식) 종류C'(-2,536억원), 'KB밸류포커스자(주식)클래스A'(-2,386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 1(주식)(C)'(-2,301억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A)'(-2,165억원),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2,113억원) 등에서 2,000억원 넘게 빠져나갔고요.

'NH-Amundi 1.5배레버리지인덱스[주식-파생]Class A'(-1,993억원), '한국투자네비게이터 1(주식)(A)'(-1,922억원), '이스트스프링코리아리더스자[주식]클래스A'(-1,678억원), 'KB한국대표그룹주자(주식)클래스A'(-1,457억원), 신영마라톤(주식)A(-1,324억원), 베어링고배당(주식)ClassA(-1,236억원) 등에서도 1,000억원 넘게 자금이 이탈됐습니다.

왠만한 자산운용사들의 대표 펀드들이 순유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설정액이 적게는 2,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들입니다.

때문에 설정액이 큰 펀드들의 자금 유출 규모가 큰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염두해두셔야 하겠습니다. 다만 각 자산운용사들의 대표 펀드에서 적게는 1,000억원에서 많게는 4,0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간 점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본다면, 주식형 펀드를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가 맞을 것 같은데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기자) 일단 아무래도 부진한 수익률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일단 공모형 상품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들어 공모형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9%로 손실을 냈습니다. 이번에는 기간을 조금 더 늘려 잡아보겠습니다. 1년간 평균 수익률은 -2.4%, 3년 수익률은 -3.1%입니다.

물론 운용을 잘 해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도 있고 어디까지나 단순 평균 수익률인 점을 감안해야 겠지만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가 그 만큼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의미죠.

저도 소액이지만 몇 개의 펀드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년전 가입한 중소형주 펀드의 경우는 10%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어요. 비단 이 펀드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펀드가 그렇습니다.

주식형 펀드는 여타 상품에 비해 위험이 큽니다. 투자설명서를 한번쯤 보시면 알겠지만 가장 고위험의 1등급 위험 상품이 대부분이죠. 이처럼 위험은 큰데 반해 수익률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이 떨어진 것이죠.


앵커) 그런데, 수익률이 부진한 원인 중 하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부진하기 때문 아닐까요?

기자) 네 물론입니다. 금융투자협회의 구분으로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에는 보통 펀드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주식에 투자합니다. 하지만 이 것은 최소 기준이고 통상 90% 이상을 국내 주식을 담죠. 이 때문에 주식시장이 흔들리면 국내 주식형 펀드도 수익률이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요. 펀드는 운용 전략에 따라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로 나뉩니다. 액티브 펀드는 시장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고요. 패시브 펀드는 단어 그대로 방어적 성격의 전략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것이죠. 물론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수의 주식형 펀드는 액티브 전략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최근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지수 수익률도 못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조금 앞서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0.9%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가운데 대형주식을 주로 편입하는 주식형 펀드는 -3.9%의 손실을 냈습니다. 반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성격의 국내 주식형 펀드는 5.9%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를 살펴보면 상장지수펀드, ETF가 휩쓸고 있습니다. 상장지수펀드는 쉽게 말씀 드리면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액티브 ETF가 없고, 모두 패시브 ETF로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인데요. 설정액 100억원 이상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10개 중 9개가 ETF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패시브 펀드의 수익률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액티브 펀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것도 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원인인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요. 해외 주식형 펀드는 어떻습니까? 국내에 비해서 관심은 꾸준한 것 같은데요.

기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좀 전에 올해 들어 6조3,484억원이 빠져나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같은 기간 4,001억원이 순유출됐습니다.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는 자금 이탈이 심하지는 않았는데요.

그 이유는 비과세 해외펀드 때문입니다.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니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세제 혜택을 주는 비과세 해외주식펀드로는 자금이 몰려들었고요.

이 펀드가 올해 2월 29일에 출시가 됐는데, 9월 말 까지 8,655억원 어치가 판매됐는데요.

투자 국가 별 비중은 중국 1,751억원, 베트남 1,472억원, 글로벌 1,144억원, 미국 250억원 순이고요. 특히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앵커) 증시가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있으면서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도 지쳐있을 것 같긴 한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는 한가지 공식이 있습니다. 코스피지수 2,000선을 경계로 지수가 이 아래로 떨어지면 펀드를 사고, 위로 올라가면 환매에 나서는 건데요.

오랜 기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경계로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투자자들도 경험적인 관점에서 조금만 지수가 올라가면 펀드를 환매해버리고, 조금 떨어지면 다시 펀드를 매입하는 단타 투자를 펀드를 통해 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투자 행태도 자산운용사들에겐 수익률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소입니다. 자금이 빠져나가면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주식을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한편에서는 사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공모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규제가 적어서 다양한 구조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에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고요.

또한 최근에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 속에서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에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 정도로 말이죠.

이 때문에 개인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고 투자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주식형펀드가 줄면 아무래도 외국인투자자의 입김이 더 세질 수 밖에 없을텐데요. 최근 금융 당국도 주식형 펀드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공모펀드 시장을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죠?


기자) 금융당국은 공모펀드 활성화의 일환으로 공모펀드 성과보수제, 펀드 혁신방안으로는 자산배분펀드 활성화와 액티브 ETF 제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 펀드 도입 등을 예고했는데요.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기울여 볼만 한 것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 펀드 도입입니다.

지금까지는 개인투자자가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최소 가입금액이 상당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 펀드가 시행되면 최소 금액 500만원 부터 사모펀드에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죠.

다만 당국의 의지대로 펀드 시장이 다시 활성화 될 수 있을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직접 투자 대신 펀드를 활용한다는 것은 전문가에게 자금을 맡겨 상대적으로 안정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죠. 특히나 지금처럼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되고, 미공개 정보 이용 등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간접투자에 대한 순기능이 중요한 때 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역할에 있어 미진한 부분이 컸고, 이에 대한 실망감이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산운용사들도 새로운 상품 개발과 수익률 제고로 신뢰도 향상을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더불어 이제 연말이 오고 있는데, 주총 거수기 딱지를 떼야하는 문제도 시급합니다. 엘리엇이 한소리 하니까 삼성전자까지 급등했잖아요. 기관투자가들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목소리를 적극 내는 건 매우 상식이고 절대 필요한 일인데 우리는 이상하게 과묵한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지요. 이러면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봅니다. 언젠가 지수가 한참 오르고나서야 후행적으로 다시 자금이 유입되는 정도만 기대할 수 있겠지요.

철새매니저의 잦은 이동, 자투리펀드 방치 등 개선해야할 사항이 많아요. 판매사 관행도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요. 소위 우량한 펀드가 아니라 인기 펀드를 유행처럼 팔거든요. 지금은 베트남 비롯 동남아펀드를 적극 팔고 있는데, 그 지역 투자나 엑시트 준비가 얼마나 치밀하게 잘 돼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내년부터 IFA가 실행되면 판매 관행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두고봐야겠죠.

앵커) 펀드의 의결권 행사부터 판매사 관행까지 고쳐야할 게 한둘 아니군요. 펀드시장에서 자금이 빠지는 걸 박스피 탓으로만 돌릴 수 없을 듯 합니다. 최 기자 수고했습니다. 더 좋은 후속 기사 부탁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