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최순실이 금융을 좀 알았더라면…

권순우 기자


<출처. 뉴시스>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만약 최순실이 금융을 좀 알았더라면 검찰에 가 있는 사람은 대기업 임원이 아니라 내가 됐을 겁니다.”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며 한 은행 고위 임원은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권력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뜯어 낸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서서 돈을 내라고 했다면, 이를 거부할 은행은 사실상 없을 겁니다.

은행 고위 임원은 “은행업은 규제 산업이고 주인이 없기 때문에 위에서 달라고 하면 안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2003년 카드 사태가 벌어졌을 때 김석동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국장이 은행들로부터 갹출한 돈은 무려 3조 8천억원입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고객이 찾아가지 않아서 은행에게는 부수입이 됐던 휴면 예금을 휴면예금관리재단을 만들어 ‘합법적’으로 가져갔습니다.

2009년 설립된 미소금융재단은 2018년까지 총 1조원을 출연하기로 돼 있고, 2012년 설립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5천억원을 출연 약정했습니다. 소소한 저항은 있을지 언정, 결국 버티지 못하고 내라면 내는 곳이 은행입니다.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한 깨알 같은 아이디어도 동원됐습니다. 2012년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를 돕는다며 ‘새희망 힐링펀드’를 조성했습니다.

그 재원은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한 후 받는 ‘포인트’를 빼앗아 조성됩니다. 법인카드 포인트가 없는 회사(ex:신용카드사는 자기 법인카드에 포인트를 배정하지 않음)는 그에 해당하는 사회공헌기금을 냈습니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를 만들고 월급에 20%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느꼈답니다. “아. 내 월급에 10%도 저기 넣게 되겠구나” 그 부행장의 월급의 일부는 이번 달에도 청년희망펀드로 자동이체 됐습니다.

최순실이 금융을 알았다면, 어디 여기서 그쳤겠습니까? 은행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있습니다. 이를 손쉽게 갈취하는 방법은 ‘특혜 대출’입니다.

부산 엘시티 사업의 개발자인 이영복 회장은 신용불량자입니다. 엘시티 사업의 시행사인 엘시티PFV의 자본금은 300억원입니다. 신용불량자가 자기 자본의 90배가 넘는 2조 7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금융의 힘입니다.

최근 검찰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이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과 독대 한 후 부실 기업에 490억원대 부당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490억원을 대출 해준 후에도 회사가 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추가 대출이 이뤄졌고 결국 부도처리 됐습니다. 산업은행이 못 받은 돈이 900억원입니다.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최순실씨의 끝을 알 수 없는 영향력 앞에 힘 있는 재벌 기업들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돈을 뜯겼는데 하물며 금융을 알았더라면. 금융인들은 상상만 해도 암담합니다.

금융인들이 이같은 상상은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합니다. 무리한 상상도 아닙니다. 최순실씨가 비전문가들과 작당을 했으니 비전문가들이 그나마 아는 문화, 체육의 영역에서 모금을 했지, 전문가들과 작당을 했다면 1순위로 금융권에 마수를 뻗쳤을 겁니다.

금융회사는 외풍에 매우 취약합니다. 규제산업이라는 근본적인 요인도 있고, 은행은 주인이 없는 회사라는 구조적 한계도 있습니다. 또 예대마진, 수수료를 통해 앉아서 돈을 버니 그렇게 번 돈 ‘좋은 일에 쓰겠다’면 내놓아야 한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은행의 돈은 대부분의 국민들, 예금자의 돈입니다. 이 돈은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투입돼 운영돼야 할 돈이고, 그로 인한 수익은 예금자에게 더 많은 이자로 보답해야 할 돈입니다. ‘선의’를 가진 권력자에게 ‘자발적’으로 출연하면 그 피해는 결국 모든 대출자와 예금자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금융권은 비선 실세에게 강탈 당하지 않은 데 안도하며, 불법적인 강탈 시도가 왔을 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을 자신들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며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금융은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합니다. 그동안 도대체 왜 저런 결정이 내려졌을까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아, 최순실 때문에 그랬구나. 하며 의문이 풀렸습니다. 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는 금융권에 최순실 사태가 기여한 바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은행 고위 관계자의 다른 진단입니다. 역시 뒷맛이 개운치는 않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