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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빅데이터 분석해보니] 분노를 축제로 밝힌 두 달

마송은 기자



[테크M= 마송은 기자]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정황이 밝혀지면서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광장에 모여든 시민의 목소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촉구로 모아졌다. 촛불집회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테크M은 빅데이터 전문기업 코난테크놀로지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촛불집회로 드러난 민심과 새로운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빅데이터 분석은 jtbc가 입수한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공개한 지난해 10 월 24일부터 12월 20일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했다.


촛불집회 언급량 추이 변화. 자료=코난테크놀로지
(촛불집회 언급량 추이 변화. 자료=코난테크놀로지)
촛불집회 연관 이슈어. 자료=코난테크놀로지
(촛불집회 연관 이슈어. 자료=코난테크놀로지)


연관키워드 박근혜, 광화문

코난테크놀로지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펄스K’가 이 기간 트위터, 블로그, 뉴스 등을 분석한 결과, 촛불집회의 총 언급량은 95만7908건으로 집계됐다. 인터넷 상에서의 촛불집회에 대한 언급은 10월 24일 이후 빠르게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11월 19일 4차 촛불집회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언급량이 6만8070건으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촛불집회의 연관 키워드는 박근혜(20만6588건), 광화문(11만8739건), 집회(10만7214건), 촛불(10만802건), 퇴진(9만6968건) 등이 순위에 올랐다. 촛불집회의 목적과 시민의 분노 대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박근혜 키워드의 총 언급량은 23만8786건으로, 최순실(5만7424건)에 비해 4배 이상 많았다.

예상외의 결과도 보인다. 시민과 언론이 주목한 인물이 다르다는 점이다. 언론이 이번 사태를 보도함에 있어 최순실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일반 시민의 시선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쏠려 있었다.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각각의 키워드를 미디어별로 분석한 결과, 박근혜 키워드에 대한 뉴스 언급 비율은 8.9%에 그쳤지만, 최순실 키워드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16.7%로 약 2배가량 높았다.



박근혜와 최순실 키워드 언급량 비교. 자료=코난테크놀러지
(박근혜와 최순실 키워드 언급량 비교. 자료=코난테크놀러지)




박근혜’와 ‘최순실’ 키워드의 미디어별 점유율. 자료=코난테크놀러지
(박근혜’와 ‘최순실’ 키워드의 미디어별 점유율. 자료=코난테크놀러지)


감성 추이, ‘분노’에서 ‘좋다’로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시민들의 도드라진 감정은 분노였다. 촛불집회에 대한 전체 긍정·부정 언급량 43만9795건 가운데 분노(3만2951건)는 탄핵(5만7093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일주일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던 토요일에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 촛불집회에서 ‘좋다’(2만8117건)라는 감정 상태가 분노 다음으로 많이 언급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촛불집회의 의미와 성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촛불집회 감성 키워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단(9314건), 감동(8392 건), 예쁘다(7140건), 즐겁다(6966건) 등 긍정적인 반응이 높은 순위권을 차지했다.

민경희 코난테크놀로지 차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요 이슈를 살펴 보면, 대부분은 긍·부정의 감정이 뚜렷하게 나뉘는데, 촛불집회만은 예외적인 현상을 보였다”며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감정이 높게 나타났으며,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긍정의 감정은 분노를 지지하는 긍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촛불집회 감성 추이 키워드. 자료=코난테크놀로지
(촛불집회 감성 추이 키워드. 자료=코난테크놀로지)
촛불집회에 대한 요일별 긍·부정 점유율. 자료=코난테크놀러지
(촛불집회에 대한 요일별 긍·부정 점유율. 자료=코난테크놀러지)




이와 함께 촛불집회 키워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는 ‘세월호’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났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국가의 비상식적인 대응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이번 촛불집회에서 폭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최순실 국정농단과 세월호 사태는 국민이 정부에게 기대하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며 “이 두 사건은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가 도대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사건으로,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고래 풍선’이 등장한 것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 고래 풍선은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아이들이 고래 등을 타고 살아 돌아와 부모님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IT 적극 활용한 ‘스마트’ 집회 이번 촛불집회는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스마트 집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시민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촛불집회 연관 키워드 가운데, SNS(1만125건)가 등장하는 이유다. 시민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촛불집회 상황을 전하고,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또 미처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은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창으로 SNS를 사용했다. 가정에서 ‘1분 소등’에 참여한 것 등을 알리거나 일부 언론의 왜곡 보도와 정치인들의 막말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 것도 특징이다.

시민들은 12월 9일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당일 SNS를 통해 기프티콘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당일 트위터 등 SNS에서 기프티콘 키워드 언급은 9만5604건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프티콘 이벤트가 주로 기업, 기관 등이 주최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촛불집회에서 이어진 탄핵 소추안 가결 기프티콘은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연 작은 행사였다.

민경희 차장은 “본인의 의사를 촛불집회 와 SNS등에서 자발적으로 전했던 시민들이 탄핵 소추안 가결이라는 결과를 얻고 서로 기쁨을 나눈 새로운 풍경”이라며 “시민들이 SNS를 통해 직접 기프티콘 이벤트를 연 것은 이번 촛불집회의 주최가 일반 시민 개개인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촛불집회에서는 ‘세월호 고래 풍선’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 뉴시스]
(지난해 11월 26일 촛불집회에서는 ‘세월호 고래 풍선’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 뉴시스])




촛불 앱 수십 개…증강현실도

촛불집회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성격을 띤 무료 앱이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 화면에 촛불을 보여 주는 무료 ‘촛불 앱’만 해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집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앱은 물론, 개방 화장실 위치, 집회 참석자 조회 등 다양 한 앱이 나왔다.

특히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앱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1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촛불집회 키워드 분석 결과, 연관 키워드로 ‘허공’, ‘핸드폰’이 등장했는데, 이는 촛불집회에서 AR앱을 사용한 이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광화문 반경 500m 안으로 진입하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자동적으로 켜지고, 화면에 촛불이 켜지는 앱, 실제 풍경과 스마트폰 가상 이미지를 합성한 AR기술을 이용해 특정 장소에서 불특정 사람들과 메시지를 공유하도록 한 앱도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도 이번 촛불집회는 축제, 콘서트, 공연, 패러디 등 집회와 상반된 키워드가 연결어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패러디는 10월 24일 이후부터 줄곧 언급량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촛불집회의 재미 요소로 등장했다. 실제 촛불집회에서는 패러디의 연관 검색어로 나온 최순실, 정유라, 박근혜 등을 해학적으로 패러디한 퍼포먼스가 다양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테크M= 마송은 기자(running@techm.kr)]



<본 기사는 테크M 제45호(2017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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