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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차기 우리은행장 춘추전국 시대…외풍의 민낯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우리은행 차기 행장 공모가 백가쟁명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직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2파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1명이 지원해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습니다.

전직 경영진의 참여도가 매우 높았고, 여성 임원 출신인 오순명 전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의 입후보도 참신합니다.

차기 우리은행장 공모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한 이유는 ‘공정한 평가’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그동안 우리은행, 우리금융의 수장의 정통성이 약했습니다. 정부가 대주주로 있었던 우리은행은 외풍을 많이 탔습니다. 수장이 된 사람은 항상 구설에 휘말렸고 바람이 바뀌면 수장도 바뀌었습니다.

사실상 ‘내정’ 된 사람이 수장이 될 때는 수면 위에서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센 쪽에서 미는 사람이 수장이 됐기 때문에 ‘빽’이 없는 사람은 진작에 포기했습니다. ‘실력’으로만 보면 나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지금의 춘추전국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민영화 이후 새 시대를 열어야 할 차기 행장 공모에 화두로 ‘한일 vs 상업’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은행은 상업, 한일, 평화은행, 하나로종금 등이 강제로 합병되면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그중 큰 계파인 한일과 상업 출신은 번갈아 가며 수장을 맡았습니다. 또 수장을 상업이 하면 2인자는 한일이 하는 관행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 행장이 상업출신이니 차기는 한일이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들이 나옵니다.

차기 행장 공모에 화두가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은행 내부에 계파간 알력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전체 직원 구성원 중 과거 상업 10%, 한일 10%로 총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의 직원들은 ‘우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한일은행 출신인 박필준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한일은행 출신 5명, 상업은행 출신 1명, 우리은행 입사 1명이 출전했습니다. 선거 구도로 보면 직원의 80%인 우리은행 출신이 가장 유리했고 다섯명이 난립한 한일은행 출신이 가장 불리했습니다. 결과는 한일은행 출신이 당선이 됐을 뿐 아니라 상업은행 출신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한일은행 후보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업은행 출신 이광구 행장 체제에서 한일은행 출신들이 차별을 받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업, 한일 따지는 것은 인사에 대한 불만이 있는 고위직들이 하는 이야기지 직원들 사이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노조 선거에서 보듯 인물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본인의 역량이 부족하니 출신에 힘을 빌리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공모에 참여한 전직 경영진은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싸움이 아니라 본인의 뜻에 따라 비전을 펼쳐보는 차원”이라며 “대통령 선거하듯 단일화를 할 필요도 없고 이번 공모가 분열하는 이전투구가 돼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각자 생각하는 우리은행 발전 방향을 경쟁하고 좋은 정책을 선임이 된 사람이 반영을 하면 우리은행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영화 이후 첫 민간은행장을 선출하게 된 우리은행 차기 행장 공모에 많은 후보들이 출전을 한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과거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범하는 만큼 모두다 ‘계급장’을 떼고 진검승부를 벌인다면 우리은행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이광구 행장 역시 마찬가집니다. 취임 이후 줄곧 따라다닌 ‘서금회’라는 꼬리표를 떼고 개인의 업적과 역량으로 평가 받을 기회입니다.

후보자 지원 접수 결과가 발표되고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후보자들에 대한 평을 물었습니다.

그때 많이 듣게 된 이야기는 ‘그 사람은 누구 친구, 그 사람은 어디 출신, 그 사람은 누구 동생, 그 사람은 운이 좋아서’입니다.

또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임원 출신이면서 과점주주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은 없다”며 “5명 중에 3명을 설득하면 된다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지원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외풍을 많이 탔던 우리은행 역사의 민낯이기도 합니다.

이제 공은 우리은행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신상훈 사외이사는 첫 간담회에서 “출신을 따지지 않고 평가 시스템이 공정하게 작동이 되도록 하면 내부 갈등에 대한 염려를 안해도 된다”며 “그런 시스템이 작동이 되도록 감시하는 것도 이사회의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또 박상용 이사는 “외풍은 언제든 올 수 있으며, 그 시점은 우리은행 내부에서 혼란이 일어날 때”라며 “자율경영의 정당성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획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외이사들이 한 말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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